손학규 ‘차출론’ 송영길 ‘자객론’, 들끓는 호남민심
손학규 ‘차출론’ 송영길 ‘자객론’, 들끓는 호남민심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11-23 13:45
  • 승인 2015.11.23 13:45
  • 호수 112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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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호남 민심이 선거를 앞두고 들끓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을 대체할 대안정당으로서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경우에는 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결과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손학규 차출론’, ‘송영길 자객론’ 등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지만 악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손 측근들은 오히려 ‘손학규 죽이기’에 호남 민심을 야당이 왜곡시키고 있다고 격분하고 있다. ‘백의종군’ 자세를 안 보이는 당 대표와 ‘친노 86세대’에 대해 호남 민심은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다.

- ‘손학규vs이정현 맞대결’ 카드 부상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20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의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자 지역 기반인 호남 민심은 최대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호남에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 지지도 한자릿수 호남민심 '최악'

지난 11월 첫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표의 대선후보로서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지율 9%에도 못 미치는 8%로 집계됐다. 둘째 주 조사에서는 문 대표 지지율이 급기야 김 대표 지지율(9%)의 거의 반 토막 수준인 5%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조원씨앤아이 주간조사(11월17일)에서도 호남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무성 8%, 문재인 8.6%로 나왔다. 호남에서 문 대표에 대한 대선후보로서 ‘부정적인 인식’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도자로서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호남은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야당에게 몇 차례 경고장을 보낸 바 있다. 그 첫 번째는 2014년 재보선 당시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당선이다. 13대 총선에서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뒤 전남 지역 최초 새누리당 의원의 당선이었다. 당시 야당 후보는 친노 ‘86세대’(60년생 80년대 학번) 운동권 인사였던 서갑원 전 의원이었다. 이는 호남이 야당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장이었다.

두 번째로는 2015년 4.29 재보선 당시 광주 서구을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당선은 경고를 넘어 야권 재편에 대한 강력한 주문이었다. 이때 새정치연합 후보는 조영택 전 의원이었다. 최근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10월28일 재보선 때에는 전남 신안군의회 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고 새정치연합 후보가 3위를 차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야당에 대한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문제는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으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호남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북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표가 최근 서둘러 광주를 찾아 ‘대표 권한을 나누겠다’며 ‘문안박 연대론’을 내놓은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히려 문 대표의 이런 주장은 공교롭게도 3인방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호남 민심을 자극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당에서는 떠나는 호남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중 한 방안으로 전남 강진 토굴에 머물고 있는 손 전 고문 ‘총선 차출론’이다. 즉 내년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지역구인 순천·곡성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손학규 대 박근혜 대리전’으로 정권 심판론에 앞장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고 또한 ‘무주공산’인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는 ‘1석2조’카드라는 지적이다.

손측, “맞대결, 낭설이다” 일축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손학규 차출론’, ‘손학규 복귀론’이 부상한 배경에는 정치현안에 침묵하던 손 전 고문이 최근 해외 초청 강연을 다녀오면서 역사교과서 논란에 대한 언급이 있다. 지난 4일 손 전 고문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키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게 돼선 안된다”며 특히 역사교과서 논란 관련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집필할 수 있게 맡겨 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틀 전인 11월 2일에는 손 전 고문과 가까운 이낙연 전남 지사 주도로 여의도 한식당에서 신학용·양승조·조정식·이찬열·최원식 의원 등 20여명이 회동을 두고 ‘복귀설’과 맞물려 측근들의 사전 대비 모임의 성격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손 전 고문의 한 측근은 “이정현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는 논의를 한 바가 없다”며 “차출론이나 복귀론 모두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이 인사는 “이정현 의원 지역구에 출마준비 중인 노관규 전 순천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손 전 고문을 도와줬는데 인간적으로 나설 수 없다”며 “또 이 의원의 ‘급’을 대선 주자급으로 올려줄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오히려 호남 민심이 악화되면서 선거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류 진영에서 흘리는 게 아니냐”며 “총선에 나서라는 것은 손학규를 정치적으로 죽이려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손학규 차출론’이 무산되는 분위기에 친노 ‘86세대’의 대표주자 격인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자객론’을 내세워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 출마설이 나오면서 재차 호남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송 전 시장의 광주 출마는 신당을 창당 중인 천 의원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개혁적 국민정당’을 출범시킨 천 의원은 선거 전 야권 통합에 대해 “수명이 다한 새정치와는 연대 안 한다”고 못박으면서 호남에서 독자후보를 낼 기세다. 이에 인천 3선 의원에 시장까지 지낸 송 전 시장이 천 의원 대항마로 적합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송 전 시장 출마설에 부정적이다. 천 의원 지역구민인 60대 택시기사 김모씨는 “천 의원이 당선된 것은 그가 잘나서가 아니라 야당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정신 차리라고 홧김에 찍어준 거다”며 “그런데 최근 천 의원 행보를 보면 찍어준 사람들의 마음도 모르고 자기가 용이 되려고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 인사는 “내년 총선에서 천 의원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광주민심의 일단을 밝혔다.

송영길, “불쏘시개로 전락할 것”

또 다른 광주 출신의 한 야당 당직자 역시 “송 전 시장의 출마는 죽은 천정배를 살려주는 격”이라면서 “동네에도 좋은 후보가 많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것 외에 송 전 시장의 출마는 낙하산 성격이 강하다. 또한 문 대표와 친노 ‘86세대’ 비판적인 시각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송 전 시장의 ‘자객론’은 오히려 ‘덜 미운’ 천 의원을 재선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이 인사의 시각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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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협 의장 임종석 ‘험지론’ 들고 이재오에 맞짱

- 야당 텃밭 ‘낙하산 인사’ 선거전략 패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적 ‘86’(80년대 학번 60년대 생) 정치인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험지론’(야당이 이기기 쉽지 않은 여당 텃밭 지역 출마)을 들고 20대 총선에서 은평을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자객론’을 들고 광주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재차 ‘86세대의 등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임 정무부시장이 출마하면서 들고 나온 ‘험지론’에 대해 당내외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은평을 지역은 겉으로 보기에는 여당 중진에 5선인 이재오 의원이 버티고 있다. 이 의원은 지역구 관리에 철저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임 부시장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에 2000년 16대 총선에서 34세의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돼 86세대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17대 총선에서도 뱃지를 달고 당 사무총장을 지냈기도 했다. 그러나 19대 총선을 준비하던 중 비리사건에 연루돼 불출마를 선언을 했고 지난 3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사실상 명예를 회복했다.

한편 임 부시장이 험지라는 은평을이 ‘야당이 이기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데에는 야권 내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19대 비례 대표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은 39.5%로 이웃한 종로구(42.6%)보다 훨씬 낮았다. 17~18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의원이 연승을 기록한 건 야당의 인물난과 선거전략 잘못 때문이었다. 야당은 유리한 선거환경에 기대 낙하산 인사를 공천했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당선무효로 실시된 2010년 7.28 재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장상 후보를 전략공천해 41%대 58.3%로 이재오 후보에 대패했다.

19대 총선에서는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가 나섰지만 단 1.14% 차이로 이 의원에게 패했다.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천 후보가 경선에서는 유리했지만 본선에서는 은평지역의 ‘낙하산 인사’라는 점에서 9부 능선을 넘지 못했다. 반면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은평갑 지역 4선 이미경 의원의 보좌관 경력만으로 구청장에 두 번씩이나 당선될 정도로 야당에게 우호적인 지역이다.

임 부시장이 ‘험지론’을 들고 나올 정도로 지역구가 여당 텃밭이 아니라 오히려 야당에게 유리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의원이 은평에서 5선을 해왔다는 점에서 지역구민들은 ‘할 만큼 했다’는 정서가 강해 ‘낙하산’인사가 아닌 지역밀착형 후보가 나와도 해볼 만하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야당 한 젊은 당직자는 “친노 86세대가 그동안 정국 현안에 침묵하고 ‘오더정치’에 익숙해 존재감이 없다가 선거철이 되니 재차 얼굴을 내밀고 있다”며 “그동안 야당 내에서도 86세대에 대한 자기반성을 요구했음에도 오히려 백의종군을 하는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재차 권력욕만 내고 있다”고 쓴소리를 보냈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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