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 명예훼손 운운…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피해자에게 명예훼손 운운…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11-23 10:14
  • 승인 2015.11.23 10:14
  • 호수 1125
  • 2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교 학습지 교사 직장 내 성희롱 논란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사건은 학습지 1위를 자랑하는 대교 눈높이에서 벌어졌다. 눈높이 교사는 1만 명에 달하는 데다 대부분이 여교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들의 인권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성 교사 대부분약자에게 도 넘은 발언
본사 차원에오서 회유·압박성 발언 있었나
 
지난 17일 오전 10시 대교 본사 앞에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대교지부의 지부장은 물론, 피해 교사 A씨 등 학습지 교사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교사들의 급여 문제와 함께 대교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을 방관하는 회사에 대한 규탄 내용이었다.
 
성희롱 사건은 지난 724, 대교 모 본부에 있는 한 지점의 회식자리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 자리엔 여성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관리자 B씨가 여교사들에게 노골적인 말을 하면서 시작됐다. B씨는 자신의 부인도 있는 그 자리에서 피해자 A씨에게 “(자신의 부인과) 이혼하고 A 선생님이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했던 것.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성희롱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지만, 앞뒤 맥락을 알면 명백한 성희롱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 이유로 B씨가 이혼발언을 하기 전, 여교사들에게 자신의 성생활 및 성관계 횟수 등을 말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가해자 B씨와 함께 다른 관리자 C씨도 다른 여교사들에게 성적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911일 피해자 A씨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관리자는 피해자에게 재계약을 언급하며 해고 위협을 했다.
 
특히 이후 벌어진 성추행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다른 관리자 C씨는 피해자 A씨를 회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성추행을 한 것. A씨는 “C씨가 노래방에서 나를 성추행했다이후 C씨는 (관리자 B씨와는 다르게)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긴 했다고 말했다. 또한 “(심사에서) 걸리면 임금이 50% 삭감된다는 말을 하며 내게 살려달라는 식의 회유성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관리자 B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A씨가 자신에게 먼저 접근했다는 식의 발언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바꾸는 등 사건의 사실과 완전히 다른 진술을 한 셈이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이 진정된 상태다.
 
피해자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식 자리에서의 발언 등을 이후 다른 교사들에게 전해 들었을 때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성희롱의 일반적인 기준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때.
 
회유, 압박?
 
여교사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올 수 있는 발언 및 행동을 했다는 점만이 이번 사건의 문제는 아니다. 조사 과정에서 담당자가 한 발언도 논란이다. 직접적인 압박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심리를 위축시킬 여지가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사 차원에서 사건 조사 과정에 개운치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노조 측은 발언을 한 관리자 및 본사에 지속적으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인사팀 성희롱 전담반에서 사건을 조사했지만, 현재 법무팀에서 따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대교 측 관계자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 측은 “3곳의 로펌에서 사건을 맡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본사가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있었는지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 A씨가 대교 본사에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고 해결을 요청했던 건 지난 1015. 노조 역시 같은 달 19일에 성희롱 가해자들과 피해 교사들이 대면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본사 측에 요구했다. 1차 성희롱 사건 이후에도 2, 3차 피해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는 오히려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노조 측 보도 자료에 따르면, 본사 측 다른 관리자는 성희롱 조사 과정 중 피해 교사들이 없는 상황에서 가해 관리자의 진술서를 전체 조회시간에 읽고 공유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또한 가해 관리자가 성희롱 조사 진행에 대해 전체 교사에게 '거짓 증언을 하면 처벌 받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교사들에게 하는 등 피해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A씨는 다른 관계자로부터 압박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아닌 다른 관리자가 A씨를 회유하는 자리에서 “(피해자 A씨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성희롱 사건을 계속 문제 삼을 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A씨는 당시 이 발언을 듣고 압박인가 싶었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런 의혹에 대해 대교 측 관계자는 현재 국가인권위에 진정서가 접수된 걸로 아는데, 인권위의 명확한 결론이 나오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조사를 담당했던 인사팀 관계자와 가해자의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이들과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대교 측이 학습지 교사들의 인권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에서 노조 측은 급여 갈취또한 문제로 제기했다. 이는 사실 학습지 교사들의 인권 침해 문제로 끊임없이 지적돼온 부분이다. 노조 측은 그간 받지 못한 급여를 (그만둔) 모든 교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2013년 새로운 시스템으로 한 뒤,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대교 측에선 (이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미지급된 급여의 전체 내역을 본사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액수 및 급여를 받지 못한 교사들의 수가 파악되지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대교 측은 노조에 1215일 미지급된 급여를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미지급 급여 내역 등에 대한 공개는 하지 않고 있어 학습지 교사들의 열악한 처우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