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외국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파손한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구형받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화해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실형 선고를 주장한다. 조 사장이 세탁기를 고의로 망가뜨리고, 품질을 깎아내리는 보도자료를 승인했으며 출석도 계속 미뤄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조 사장의 연말 인사 행방도 관심을 받고 있다. 결심공판 결과에 따라 연임이 힘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조 사장 “무모한 고의 있을 수 없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의 구형은 지난해 9월 벌어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싸움에서 시작됐다. 일명 ‘세탁기 전쟁’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IFA(유럽가전전시회)에서 조 사장이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LG전자 고소 후 LG전자도 명예훼손과 증거위조로 삼성전자에 맞고소하면서 양사의 싸움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또 조 사장은 지난 1월 검찰의 LG전자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등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직접 “테스트 차원이었다”는 해명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4월 양사는 더 이상의 싸움을 멈추고 상호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했다. 양사 모두 국가경제와 소비자들을 위한 노력에 힘쓰고자 최고경영진들이 합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양사의 합의와 관계없이 재판을 끝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공소가 제기됐으므로 재판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검찰은 지난 11월 17일 조성진 사장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윤승은 부장판사)는 조 사장 등 LG전자 임원 3명의 결심공판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로 망가뜨리고, 품질을 깎아내리는 보도자료를 승인하고도 뉘우침이 없다”며 “출석도 계속 미룬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사장은 지난해 9월3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 2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힌지)를 부순 혐의(재물손괴)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사장 측 변호인은 “사건 직후 세탁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이 세탁기의 문이 처지고 흠집이 난 것은 사건 이후 몇 달간 매장에 방치돼 많은 사람이 만졌기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조 사장도 최후변론에서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장소에서 CCTV에 찍힐 줄 알면서 무모하게 경쟁사 제품을 고장 내는 일을 고의로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며 “40년 기술자의 양심을 걸고 그런 행동만으로는 세탁기가 절대 파손될 수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부진 탈출 전망은?
조성진 사장에게 10개월 구형이 내려지면서 LG전자의 연말인사 방향도 불투명해졌다. 그동안 업계는 조 사장이 연임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사장이 이끌고 있는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사업본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LG전자의 부진 탈출에 희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 성과의 대부분은 H&A사업본부가 이끌었다. H&A사업본부 3분기 매출은 4조1534억 원, 영업이익은 2456억 원이다. 매출 순위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4조2864억 원)보다 낮지만 영업이익은 H&A사업본부가 월등히 높다.
뿐만 아니라 지난 2분기 다른 사업본부가 영업적자에 빠졌을 때에도 H&A사업본부는 291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 2293억 원을 달성하며 LG전자 전체 영업이익 3052억 원의 60% 이상을 책임졌다.
또한 최근 내놓은 ‘트롬 트윈워시’ 세탁기와 ‘코드제로’ 무선청소기 시리즈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어 4분기 실적 전망이 밝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결심공판으로 조 사장의 연임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그동안 조 사장은 30년 이상 세탁기 연구에만 매달려온 고졸 신화의 주인공으로 통했다. 긍정적인 이미지의 주인공이었지만 이번 세탁기 파손 논란에 따른 이미지 실추와 실형이란 악재로 인한 연임 불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다만, 실형은 과하므로 집행유예 1년 내지 2년 정도의 판결이 내려질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서 조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측은 “조 사장에 대한 이야기는 변호인을 통해 법정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변호인 대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연말인사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어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LG전자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그룹 측에서 하기 어렵다”며 “연말인사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