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품으면서 그룹 재건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이를 박삼구 회장이 가지고 가게 되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금호산업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6년 만에 완전한 모습을 찾게 된다. 다만 금호산업 인수 작업 과정에서 5000억 원 규모의 외부 자금을 유입했던 터라, 마무리 되더라도 박삼구 회장은 몇 가지 과제를 선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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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재건을 위해 박삼구 회장은 우선적으로 새 지주회사 역할을 할 금호기업이란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금호기업의 사내이사는 박삼구 회장과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서재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이다.
금호기업의 설립목적은 ▲ 다른 회사의 주식·지분·증권·파생상품 등에 투자 ▲ 자회사에 대한 사업목표 부여 및 사업계획의 승인 ▲ 자회사의 경영성과의 평가 및 보상의 결정 등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는 금호산업이지만 금호기업이 향후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이고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박삼구 회장은 연내 금호산업 지분 매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회사(SPC)인 금호기업을 설립해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화한 1540억 원을 출자하고, 효성과 코오롱 등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추가 출자를 받기로 한 내용의 자금조달 계획서를 산업은행이 승인한 상태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6년 만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30.08%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등 알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 입장에선 금호산업을 손에 넣어야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들을 다 가질 수 있는 구조다. 금호산업이 반드시 있어야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완성되는 셈이다. 금호그룹 재건은 이제 시간문제다.
앞으로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를 마저 인수하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금호타이어를 주력으로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건 계획이 완성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금호산업 인수자금 조달이 대부분 외부자금이라는 점이다. 자금 조달 계획서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 등은 금호타이어(9.85%) 금호산업(7.99%) 지분을 SK에너지, 롯데케미칼, LG화학, 효성, 코오롱 등 기업들과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보험사 및 기관투자가에 매각해 1521억 원을 마련했다.
500억 원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한 CJ와 총 9개 기업을 특수목적법인인 금호기업 출자자로 참여시켜 2700억 원을 조달했다. NH투자증권이 주선한 인수 금융(신디케이트론)을 통해 3000억 원을 마련, 총인수금액 7228억 원을 맞췄다.
거의 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외부 자금이 유입된 상황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상황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또 박삼구 회장이 자금조달을 위해 지나치게 무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한다.
조금 더 쉽게 해석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 인수로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주요 계열사들이 돈을 제대로 벌어다 줄지가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겨우 워크아웃을 벗어난 금호타이어는 장기간 공장파업으로 적자에 처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3분기(7∼9월) 매출 7172억9365만 원에 영업손실 60억4065만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파업 기간 중 금호타이어가 입은 매출 손실은 약 1500억 원에 이르는데, 미래도 호성적을 확신할 수 없다.
첩첩산중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 상황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단거리 노선 매출 비중이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도약을 위해서도 제2저비용항공사의 순항이 절실하다. 그런데, 경쟁 저비용항공사들과 부산시 등이 에어서울 출범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이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 출범 반대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제출된 의견에 대해 에어서울로부터 소명자료 등을 받아 사업면허위원회를 열어 면허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금호기업과 박삼구 회장이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해 배당금과 이자를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요 계열사들 가운데 한 곳이라도 구멍이 뚫리면 탄탄대로였던 그룹재건의 길이 비포장길로 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외에도 금호기업이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증손자회사 금호고속과 에어부산 등의 지분을 100% 확보하거나 매각을 해야 하는데 자본 여력이 많지 않은 상태라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산업은행과 우리, 국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되찾는 일도 관건이다.
한편 금호산업 외부 자금을 수혈해준 기업들의 주식 매입에 대해서는 자칫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금호산업의 주가는 1만 원대 중반을 오가는데 지원 기업 중 일부가 채권단으로부터 매입하는 가격은 4만1000원선으로 2.6배 비싸다는 것이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어떤 거래 조건과 옵션이 걸려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배임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매우 섣부른 판단”이라면서 “다만 해당 거래조건이 무엇인지 등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일반 주식 거래도 향후 성장 가능성 등을 보고 투자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선을 그었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에어서울에 대해서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중단기 노선을 인계하고 인력도 그대로 수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공급 확대가 아니다”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선택의 다양성을 가질 수 있고, 저비용 항공사 시장 확대라는 측면도 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