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족 사이에 뜨는 새 먹거리 ‘세관공매’
재테크족 사이에 뜨는 새 먹거리 ‘세관공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11-23 09:56
  • 승인 2015.11.23 09:56
  • 호수 1125
  • 4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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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만 하면 반값 세일…전문학원까지 등장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재테크족의 관심이 세관공매로 쏠리고 있다. 세관공매란 수입통관 때 문제가 되는 물건들을 국가가 압류하는데, 이 때 일정기간이 지나도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물건들을 법률에 의거해 공매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세관공매로 나오는 물품들은 의류나 액세서리, 가방 등 소비재를 비롯해 모피 원단, 기계 설비 심지어 자동차도 있다. 또 이러한 물품들은 공매 과정에서 반값도 넘게 할인되는 경우도 있어 재테크족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것이다. [일요서울]이 세관공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고급주류·명품잡화 등 물품도 가지각색
중고도 존재… 무조건 확인하고 입찰해야

공매 물품들은 한 번 유찰될 때마다 가격이 10%씩 하락한다. 낙찰이 끝날 때까지 재공매가 반복돼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재테크족들이 개인 소비 용품, 기계 장비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이유다. 이들은 공매로 얻은 물품을 모아 다시 가격을 더해 되파는 재테크로 활용하고 있다. 유통 판매채널만 있다면 현금화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물품은 주류다. 인천공항세관의 여행자 휴대품 공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체 공매 752건 중 주류는 245건(33%), 2014년 657건 중 167건(25%)이다. 이는 여타 물품에 비해 압도적인 수량이다.

주류의 경우 양주는 10만~30만 원대가 대부분이지만 레미마르탱(레미마틴) 루이 13세와 같은 최고급 술도 반값에 등장한다. 시중에서 값싸게 구매한다 하더라도 300만 원선으로 알려진 이 술은 빈 병값만 10만 원이 넘는다고 알려진다.

화장품도 세관 공매의 인기 아이템이다. 인천공항세관의 올해 1차 공매물품 56건 가운데 25건이 화장품이었을 정도로 많은 물량이 나온다. 화장품은 여행자들이 면세점에서 구입했다 분실한 물품들도 세관공매로 넘어와 신상품도 많이 나온다.

특히 경상도 마산 세관에서는 독일 벤츠의 소형 오픈카인 ‘스마트 로드스터’가 공매에 등장할 것을 예고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희귀 모델이라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는 여성 핸드백과 향수, 선글라스 등 기타 신변잡화도 입찰자들의 대표 관심 종목군이다. 다만 담뱃세 인상으로 몸값이 한껏 높아진 담배는 공매대상에서 제외돼 재테크족들은 입맛만 다신다.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일반수입화물은 보통 4개월, 여행자 휴대품은 5개월 정도 이후부터 공매절차가 진행된다. 물론 명품, 의류, 화장품 등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은 물건이 외에도 전문 공매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품목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우리 담배가 부도난 2008년 당시엔 독일산 담배제조기가 공매로 나왔고, 이명박 정부 시절엔 광우병 소동이 일어나 수입업자들이 포기한 미국산 소고기가 대량 공매된 바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는 전자입찰도 가능하다. 세관에서 유찰된 뒤 공단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1년 이상이 경과된 물건들이 쌓여있다. 공단의 지리적 접근성이 용이한 데다 사업자 등록업체만 400여 개에 달해 입찰경쟁이 치열하다.

공매 절차를 보면 관세청이 홈페이지 유니패스(portal.custo ms.go.kr)를 통해 첫 공매를 진행한다. 가격이 10%씩 떨어지지만 유찰이 계속돼 공매가가 수입가의 50%까지 내려가면 공매 절차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www.bohunshop.or.kr )으로 넘어간다.

공매로 나오는 물품들은 물품은 모두 전국 부두와 공항의 일반보세창고나 컨테이너터미널, 국고귀속창고 등에 보관돼 있다. 공매 진행 건수만 해도 연간 4000~5000건에 달해 거의 매일 인터넷을 통해 공매가 진행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관공매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은 물론 투자정보 사이트까지 생겨난 상태에 이르렀다. 공매에 참여한 시민은 “요즘 장사 잘 되는 면세점 하려고 기업들도 난리지 않느냐”면서 “공매가 면세점보다 훨씬 싸니까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세관공매’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세관공매 강의’가 뜨는데 일부 학원의 경우 강의 회당 10만~20만 원씩 수업료를 받고 ‘혼자서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광고한다.

장점과 단점은?

다만 실제로 낮게 낙찰되는 물품들의 경우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먼 품목일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아울러 사전 지식 없이 입찰에 참여했다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물품의 결함 등을 사진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유의점이다. 물건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막상 물건을 보러 가도 품질이 기대 이하여서 헛걸음하는 이들이 많다.

사이트에 접속해 물건을 확인하려 하면, 설명이 부족한 데다 사진도 달랑 한 장만 올라와 있어 어떤 물품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는 매각공고에 품명이 적혀 있지만 정작 전자입찰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은 경우도 있다.

수입화물인 경우 대량으로 나와 개인으로 낙찰받기가 부담스러운 단점도 있다. 세관공매를 통해 의약품이나 주류를 낙찰 받으려면 의사·약사 자격증이나 주류수입면허증 공매물품들은 감정가격에 범칙금까지 합산한 가격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유찰이 몇 차례 진행되지 않아 가격 낙폭이 크지 않아 시중가보다 높을 수도 있다. 공매를 하기 전 시중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공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럴경우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품이 없어 입찰에 나서지 못해 손해를 보거나 낙찰받았다 처분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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