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본지는 지령 1116호 [하나고 비리 폭로-사실이면 김승유·하나금융도 ‘뭇매’]제하의 기사를 통해 공익제보자 전경원 교사의 폭로를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16일 입학전형 과정의 성적조작 정황을 확인, 하나학원 김승유 이사장 등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운영 비리, 교사 채용 비리 등 광범위한 사학비리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논란이 됐던 고위공직자 A씨 아들의 교내 폭력 사건 은폐와 관련해서도 처리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A씨 아들 사건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불똥이 하나금융으로 번질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유 이사장·A전 대변인 입김 ‘주목’… 검찰수사 불가피
무법천지 비리 학교 vs 편파적인 감사… 누구 말이 진실?
서울 서부지검은 서울시교육청이 고발 및 수사 의뢰한 하나고 입시부정 의혹 사건을 형사5부(부장검사 손준성)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하나고 김승유 이사장, 하나고 전·현직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10명은 사립학교법, 업무상 배임,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시교육청으로부터 감사 자료와 관련 증거 등을 넘겨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하나고는 2011년부터 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 시 서류평가와 심층면접에서 구체적인 점수 부여 기준 없이 점수를 부여하거나 합격생에게만 일괄적으로 5점을 부여하는 등 평가기준대로 평가 요소별 점수를 부여하지 않아 입학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성적조작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기간(3년 동안) 당락이 뒤바뀐 학생은 전체 선발 인원의 15%인 90명에 달했고, 대부분 여학생이 탈락하고 대신 남학생이 합격했다.
하나학원 측은 기숙사 공간문제로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서 그랬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거짓주장으로 드러났다. 한 해에 200명씩 신입생을 뽑는 하나고는 개교 때부터 600명 규모의 기숙사시설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핵심은 불합격 처리됐어야 할 90명의 부정입학자 부모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최초 제보자 전경원 교사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입학전형에서 120등까지가 합격인데 일반전형에서 210등에 있던 학생이 어떻게 90명을 제치고 합격권에 들어왔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 학생의 부모가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권층 자제들의 입학을 위한 통로가 암암리에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다"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MB측근 목에 방울 다나
하나고 비리는 부정입학만이 아니다. 교원을 신규채용할 때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를 구분하여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하나고는 이를 위반, 2010년~2014학년도까지 교사를 구분 없이 채용했다. 기간제 교사 중 일부는 1~3년 동안의 근무성적 평가 및 면담만으로 정교사로 전환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이 밖에도 하나고는 하나그룹 임직원들이 출자한 협동조합에 학교 시설관리 명목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일감을 몰아주는 등 지난 5년 동안 140억원에 달하는 입찰을 불법 수의계약했으며,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의 불법 학사개입 정황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김 이사장은 소속 교사가 참석하는 것을 반대한 신문사 주관 학교설명회 행사에 참여토록 지시하고 각종 언론에 비리 의혹이 보도되자 부장회의에 참석해 신문광고 형식으로 교직원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물의를 빚었다.
시교육청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사립학교법' 20조의 2의 규정에 따라 이사장 승인 취소 처분은 물론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고위공직자 A의 아들이 교내폭력 사건을 일으켰지만 이를 무마시킨 사실도 이번 감사에 적발됐다.
시교육청은 2011년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피해학생이 이듬해인 2012년 3월께 교사와 상담하였고 그 내용을 학교 측이 보고받았으면서도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채 학생 간 화해가 되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담임 자체 종결사항으로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다. A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변인을 역임한 인물이며 최근 서울 모 지역 출마를 준비중이다. 또한 학교 이사장인 김승유 이사장과도 투터운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학생은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모 대학교에 재학중이다.
원칙대로라면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되고 이는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칫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좌표가 되기도 한다
전 교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입김설에 대해 주목할 필요는 있다"며 “현재 이 학생은 대입에 성공했지만 원칙대로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실이 기록됐다면 어떠한 결론이 나왔을지는 모르는 일이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금융정의연대는 ‘금융과 교육의 잘못된 만남 하나고등학교'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결과적으로 하나학원은 하나금융그룹계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주주 행위제한 규정을 위반하면서 불법적으로 자금을 공여받은 뒤, 이를 또다시 불법적으로 임직원 관계사에게 몰아주는 ‘비리자금의 불법적 통로'였다"며 향후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점을 강조했다.
자사고 죽이기? 반발
그러나 하나고와 이 학교 학부모회는 “자사고 죽이기를 그만두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공약 추진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정부 재정 지원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하나고에 대한 편파적인 감사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회는 남녀 성비와 관련해 “시의회에서 문제제기를 한 전 교사도 개교 때부터 입시전형위원으로 활동해 이를 잘 알고 있는데, 작년까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외국 유명 학교들도 이런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하나고도 자율적으로 전형 계획을 만들어 학생을 선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고위공직자 학교폭력 사태는 “두 학생이 화해했고, 피해 학생도 가해 학생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며 “가해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기 때문에 실제로는 중징계를 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하나고 관계자는 “2012년 교육부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라고 하자,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와 진보 교육감들이 반대하는 등 논란이 됐다”며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열면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는다. 심각한 수준의 학교 폭력 사건이 아닌 데다 담임 단계에서 끝난 사건이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치 않아 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하나고는 전국의 자사고 중 민족사관고 등과 함께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10개 학교 중 하나로, 하나금융그룹의 학교 법인인 하나학원이 2010년 3월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자립형 사립고로 설립했으며 개교 이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됐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