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괴문서 입체추적
기업 구조조정 괴문서 입체추적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11-23 09:48
  • 승인 2015.11.23 09:48
  • 호수 1125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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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계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문서’가 나돌고 있다.
그것도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관련 이면합의설 또는 검찰수사딜설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파장을 예고한다. 해당기업들은 사실과 다른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일부 상황은 문건의 내용과 구조조정 상황이 일치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 문건이란 분석이다. [일요서울]이 그 실체를 파헤쳐본다.


“정해진 것 없다” 해명…시기 및 규모 ‘소문’ 파다
  해당기업들 전부 부정 “지켜보면 알 일이다”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구조조정이 한창인 기업 안팎에 ‘구조조정 관련 찌라시’라는 제목의 문건이 유포되고 있다. 유명포털사이트에는 ‘다음 검찰행 CEO리스트’라는 명칭으로 가공돼 해당 인사들이 정부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교도소행이 불가피 하게 될 것이라는 부연설명을 덧붙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문건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수사딜 설 주목

정부가 과거 인수 의사를 밝혔던 한화에 떠넘기기 식으로 매각하려 했는데 한화 상층부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바엔 검찰조사를 받겠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또 삼성이 롯데케미칼에 매각한 삼성화학 자금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삼성 상층부가 버티면서 다른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부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롯데는 소공동 면세사업자 유지 조건으로 화학부분 인수가 마무리됐다는 소문도 있다. 

강제합병이 진행 중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과 관련해서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소문이 나돈다. 검찰이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별건수사를 안 한다는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기업들은 이런 문서를 작성한 적도 없고 이런 거래가 이뤄진 바도 없다는 입장이다. 모 회사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임의로 만들어진 괴문서로 보인다”며 “한 눈에 봐도 소설같은 이야기”라며 황당해했다.
올 초에는 증권가에 ‘현대중공업 과장 이상 8000여 명 중 3000명, 조선설계와 기본설계 600명 중 170명 퇴직’이라는 내용이 나왔고, SNS 상으로 이 내용이 급속히 확산됐다.

내용도 구체적으로 ▲작년고과 c·d인 직원 ▲최근 3년간 고과가 안 좋은 직원 ▲진급년한에 걸린 직원 ▲만 50세 이상 ▲그룹 사내 맞벌이 중 두 개 이상이면 무조건 퇴출이고 한 개 걸린 사람은 그 다음 순위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퍼졌다. 

이외에도 2개의 사업부를 통합한 후 6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조직 말고는 타 부서로 이동시킨다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한 특정사업부 폐지 관련 글도 있고 해당부서 직원의 동조를 막기 위해 귀 기울여야 한다는 행동수칙도 나와 있다.

최근 진행된 대리 직급 승진과 관련해서도 뒷말을 나았다. 구조조정 시 과정급 이상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 위해 이루어진 행동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증권가 찌라시를 중심으로 과장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전체 감축 인원은 사무직 연장자를 중심으로 1500명선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도 “현장직(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 1800여 명)은 노사 관계 등을 감안해 감축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고참 부장들이 퇴직하면 구조조정 대상이었다는 루머가 돌았으며, 최근 퇴직한 부장들의 이름을 모은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이라는 리스트도 유포됐다.
전자계열사 외에 건설 계열사, 중공업 계열사 역시 대규모 사업부 통폐합과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설에 시달렸다.

이 중 삼성중공업은 박대영 사장이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 대상이나 규모, 시기, 위로금 지급 여부까지 상세하게 거론되면서 홍역을 앓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사임한 임원 9명의 명단 및 MBA과정과 사내택시, 택배까지 중단한다는 내용의 원가절감안이 담긴 괴문서가 공개돼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이 문서에는 희망퇴직 대상으로 승격누락 3회 및 하위고과 2회, 건강휴직자 등이 포함됐다. 당초 희망퇴직은 상시적 시스템일 뿐 인위적 감축은 없다는 박대영 사장의 발언과 배치되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전개됐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이 강제성은 없다지만 괴소문이 빈번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시적 수준을 넘어선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음해·억측 좌시 않는다”

이렇듯 사실관계를 알 수 없는 문서가 나돌고 있지만 기업들의 대응은 속수무책이다. 괜한 불똥이라도 튈까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협력팀 관계자는 “문서가 외부로 퍼지고 있는 것도 알고 있고 회사로 문의하는 연락을 받기도 했는데, 확인해 줄 방법이 없다”며 “아니라고 말하는 것 말고는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일부 회사는 모 기업이 직접 나서 SNS 등을 통해 직원들 사이에서 양산, 배포되고 있는 음해성 루머를 강력 제재하겠다고 나섰다.

그룹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고 유포하는 것은 악의적인 행동”이라며 “허위 사실을 제작, 유포한 임직원들은 사규에 근거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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