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역외탈세 혐의 ‘선박왕’ 수사 용두사미?
사상최대 역외탈세 혐의 ‘선박왕’ 수사 용두사미?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09-27 10:11
  • 승인 2011.09.27 10:11
  • 호수 908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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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 검찰이 탈세·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시도상선 권혁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법리적인 면에서 혐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많아 보이므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크고,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권 회장이 기존의 탈세 횡령 혐의 외에 횡령한 회삿돈 가운데 20억여 원을 빼돌려 아들의 영국 영주권 취득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영장 재청구 사유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날 또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부실 수사 논란이 이는 등 검찰 수사도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권혁 시도상선 회장 검찰수사 향방
법원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 있어 방어권 보장 필요”영장 기각
“사정당국의 역외탈세 기업 수사 용두사미 될 것” 우려 제기돼


검찰에 따르면 권 회장은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 탈세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며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2200억 원의 탈세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권 회장은 또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과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회사 자금 90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탈세·비자금 혐의 권 회장

검찰은 시도상선이 리베이트를 관리하기 위해 해외에 별도 회사를 설립한 뒤 선박 건조 대금의 1% 정도를 커미션으로 받아 관리해 온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시도상선이 대형 보험업체들과 손해보험계약을 맺으면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권 회장의 동서 박모씨 등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선박보험에 가입하면서 대형 보험업체로부터 보험금의 5% 가량을 리베이트로 돌려받은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4월 권 회장이 탈세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는 것으로 위장해 총 9000억 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판단하고 역대 최대액인 4101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후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이 실제로는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홍콩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자산을 해외 페이퍼 컴퍼니로 빼돌려 9000억 원대의 세금을 빼돌렸다고 판단했으나 권 회장 측은 “2005년 홍콩으로 본사를 이전한 이후 법인세가 없는 홍콩법에 따라 개인소득세를 납부해오고 있다”면서 종전 입장을 고수하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재청구 구속영장도 기각

이처럼 지난 4월 국세청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까지는 4개월이 걸렸다.

권 회장이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로 거물급 변호인단을 꾸리고 국내 유수의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권 회장이 이처럼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등 검찰 수사에 대한 방어태세를 갖춰 권 회장의 신병 처리를 둘러싼 검찰 내부의 기류도 복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대구·경북(이하 TK) 출신인 권 회장이 지난 8월 검찰인사에서 TK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기를 기다렸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지난 8월 16일 발표된 법무부·검찰 수뇌부 인사 결과 요직에 대구·경북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다. 특히 양대 핵심 수사라인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중수부장도 TK 출신이 차지했다. 이 때문에 권 회장 탈세 의혹 수사가 검찰 수뇌부 인사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한편 법원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검찰이 범죄 혐의를 충분히 밝히지 못했다는 것으로 검찰은 부실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 역시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이번 법원의 연이은 영장기각으로 사정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역외탈세 기업 수사가 난항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 등 사정당국의 역외탈세 기업 수사가 용두사미가 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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