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원내대표도 “염창 즉 ‘소금창고’의 의미처럼 부패와 비리를 방지하는 역할로서 집권시대를 열자”고 다짐했다. 또 기념식에서는 소속의원 50여명을 비롯해 당직자들이 참석해 화단에 2007년 대선 승리를 기다리겠다는 내용의 ‘기다림 2007’로 명명된 2m 크기의 10년생 소나무를 식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나라당의 결의에 찬 모습과 달리 염창동 당사에 얽힌 이른바 ‘자살괴담’, ‘망해서 나가는 땅’, ‘터가 좋지 못한 곳’ 등의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다. 특히 새 당사와 관련한 소문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조금씩 보도되고, 이를 근거로 네티즌들의 입소문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괴담의 내용은 지금까지 염창동 새 당사 부지에 들어선 상가마다 빛을 보지 못하고 조기에 망했다는 것. 염창동 당사 부지에 그간 들어섰던 업체는 90년대 초반까지 대우자동차 전시장이 자리했으나 문을 닫았고, 이후 각종 행사와 전시장으로 쓰이다가 한동안 의류 할인 판매장으로 쓰였다.
주변 상인에 따르면 주로 ‘폐업처분’, ‘망했습니다’란 제목의 포스터로 의류업체들이 헐값에 재고를 처분하던 곳이다. 즉 당사가 들어선 부지는 주로 부도난 업체들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의류를 판매하던 장소로 쓰였다.또 의류 판매장이 철거한 후에는 ‘마실’이란 이름의 새 식당이 들어섰으나, 때마침 여러 음식점이 주변에 줄줄이 생겨 최근 파리만 날리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식당을 경영했던 경영주의 부인이 당사 옆 우리은행 건물 즉 코인빌딩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소문은 자살괴담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당사 괴담에 대해 당사 옆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43)씨는 “나쁜 소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식당을 운영했던 사장의 부인이 자살한 것은 사실”이라 증언했다. 역시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박모(37)씨도 “오랫동안 당사 부지에 들어섰던 업체들 모두가 망하거나 빚을 지고 떠나간 것이 사실이지만 떠도는 소문은 다소 부풀려지고 있다는 느낌”이라 전했다.
또 주민들 몇몇은 80년대 한나라당이 들어선 부지에 있었던 전시장으로 인해 대우자동차가 상당히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괴담의 내용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주민들 한편에서는 얼마전 경영난으로 식당이 한창 어려울 때 옆 건물인 우리은행 빌딩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여성이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본 주민들이 식당 경영주의 부인이 자살한 것으로 오인한데서 소문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 때마침 주변상황과 맞물려 괴담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괴담의 사실여부를 떠나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꺼림칙하니 굿이라도 해서 액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고, 또 다른 편에서는 한 국가의 정당이 미신과 소문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 괴담이 염창동에서 새롭게 출발하려는 한나라당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괴담은 괴담일 뿐 신경쓰지 않으면 그만’이지 않느냐고 주문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과거 여의도 당사 시절부터 온갖 괴담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여의도 당사와 관련한 소문은 ‘당사가 북향이라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했다’는 것과 ‘여의도 당사 밑으로 지하수가 흘러 기운이 좋지 않다’는 설, ‘이회창 전 총재의 자리가 북망산을 바라보고 있어 대권도전에 실패했다’는 설 등이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나돌았었다. 실제로 당사 입주식에서 고사를 지낸 것을 둘러싸고 당 관계자는 “이사를 할 때 고사지내는 것은 당연일”이라 주장하지만 당사 주변을 맴도는 괴담과 무관치 않다고 풀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한 네티즌은 “21세기, 디지털 정당을 지향한다면서 미신을 의식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했고, dbstj는 “미신을 의식하지 않는다면서 고사는 뭐하러 지내는지”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fighter552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이제 새 당사에서 새 출발을 하는 만큼 떠도는 소문에 개의치 말고 민생 안정을 위한 정치에 신경 써 줄 것”을 주문했다.한편 당사 이전과 관련해 당내외에서 많은 이견들이 있었지만 당 관계자는 “당 재정에 맞고 천막당사시절 기자들이 항의하던 주차공간 협소문제도 해결됐다”면서 “싼 가격으로 주차공간을 이만큼 확보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염창동 새 당사는 지대가 높아 도로변에서 보면 1층이지만 뒤로 돌아가면 2층이 되는 모양이며, 주변의 여러 공사현장과 인접해 있고 지하철과의 연계가 어려워 주차장을 제외한 다른 여건은 다소 불편한 상황이다. 또 새 당사는 김무성 의원의 친형인 전남방직 김창성 회장의 소유이며, 보증금 20억원, 월세 5,500만원으로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21세기 디지털 정당을 지향한다는 한나라당. 염창동을 둘러싸고 떠도는 괴담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한나라당. 하지만 떠도는 괴담과 관계없이 민생 정치를 주문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비록 유쾌하지 못한 출발이었지만 대미를 장식하리란 것이 한나라당을 향한 국민들의 따끔한 충고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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