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에 따르면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지난해 8월 방북직후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결과를 설명하면서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스티븐스대사는 지난해 8월 25일 현회장이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와 조찬을 함께 하면서 김 위원장 면담결과를 설명한 내용을 지난해 8월 28일 전문으로 직접 작성, 미 국무부에 보고했다.
모두 10개항으로 이뤄진 비밀전문에서 현 회장은 “거의 파산상태에 빠진 금강산관광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 방북했다”고 방북목적을 설명한 뒤 “북한보다 남한에 장애물이 더 많다는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기록했다.
현 회장은 또 “남북당국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방북에서 합의한 5개항의 실현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탄식했다”고 명시했다.
전문 중에는 현 회장이 같은해 8월 16일 김 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김정일을 면담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와는 달리 김 위원장과 만찬을 함께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매우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현 회장과의 만찬대화에서 “북한과 일본의 관계는 현재 사상 최악이며 중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현 회장은 “김정일이 한때 평양 거리에 일제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시키는 명령을 내렸었다는 말을 다른 북한관리로부터 들었다”고 말한 내용도 전문에 드러나 있다.
전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왜 전 정권의 남북대화 경험을 이용하지 않느냐”고 현 회장에게 묻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합의서에 서명한 두 대통령은 고인이 됐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다며 현 정부는 합의서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현 회장은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 부장도 별도로 만났다. 김양건 당 비서는 현 회장을 만나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남한에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은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고 전문은 기록했다.
또 김양건 당 비서는 7월 30일 북한에 납북된 어부들은 곧 송환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남북한이 송환협상을 할 때 한국이 식량 원조를 제의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에는 “김양건 당 비서는 현 회장이 남한 당국에 식량원조 등을 설명할 때 평양의 요청이 아니라 현 회장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나와 있다.
미국의 북한 관련 전문을 살펴보면 북한은 남북경제협력과 더불어 햇볕정책의 부활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과 계속 엇갈려 왔음을 암시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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