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원 돈 안주려고 전처 강제로 정신병원에 보내
15억 원 돈 안주려고 전처 강제로 정신병원에 보내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11-16 14:09
  • 승인 2015.11.16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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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분할 소송, 허점 많은 법의 문제

일요서울김현지 기자]최근 한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바로 이혼 뒤 진행된 재산분할 소송에서 50대 남편 A(56)씨가 거액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아들 B(27)씨와 함께 전() 부인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사건이었다. 이들 부자의 비정함에 많은 이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남편과 아들에게 선고된 원심을 확정 판결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11일 대법원 1(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의 징역 16월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함께 사건을 모의하고 범죄를 저지른 아들 B씨에겐 징역 8월을 확정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지인인 승려(60·)도 범행을 함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승려는 이번 판결에서 아들 B씨와 함께 징역 8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200712A씨 부부는 협의 이혼했다. 협의이혼 당시 전 부인은 남편이 숨겨둔 거액의 재산이 있는지 몰랐지만, 이후 남편 A씨에게 약 60억 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 부인은 A씨가 이 재산을 고의로 숨겨뒀다고 판단해 전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한 이 때는 200912. 이혼 뒤 2년 만의 일이다.
 
재산분할 소송은 이때부터 진행됐고, 조사결과 201211월 남편 A씨가 60억 원의 재산을 뺏기지 않기 위해 위조된 합의서를 재판에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재산분할 협의가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추가로 재산분할 소송을 걸 명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전 부인 명의의 이혼합의서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위조된 이혼합의서를 제출했음에도 법원은 A씨에게 아내에게 15억 원을 줄 것을 명했다. 결국 전 부인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이유는 ‘60억 원 중 아내에게 15억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지키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 한 법조계 관계자는 “A씨가 이 판결 때문에 자신의 위치가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 부인보다 소송상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목적으로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범행과정에서 아들 B씨의 비정함이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B씨는 외국 유학 생활 중 그의 어머니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혀 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 부부의 이혼 뒤, 그는 아버지 A씨에게서 엄마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자는 등의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B씨는 어머니가 자신의 소식을 궁금해한다는 것을 이용했다. 실제로 피해자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별다른 의심 없이 현관문을 열었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그런 어머니를 아들 B씨는 강제로 끌어내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
 
이후 이들 부자는 전 부인을 201313일부터 15일까지 총 13일간 경기도 소재의 병원 2곳에 감금했고, 이 같은 범죄 사실은 전 부인의 약혼남에 의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약혼남이 이런 내용을 알게 돼 감금된 병원에 퇴원을 요청했던 것. 하지만 퇴원수속 중 A씨는 전 부인을 다시 경기도 소재의 다른 정신병원으로 옮겼다.
 
이런 A씨의 범죄 사실은 한 시사프로그램이 보도했고,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사를 의뢰하면서 법원에 사건이 배당됐다. 수사의뢰 결과 사건을 주도한 남편 A씨와 아들 B씨 그리고 승려 외에도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진단한 두 명의 의사도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다른 정신병원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한 사설 응급환자 이송업체 직원 등도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환자 이송업체도 가담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전 부인을 정신병원에 감금할 수 있도록 진단한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는 처벌을 면하게 됐다. 과거 원심은 두 명의 의사에게 각각 1000만 원을 선고했지만, 이번 판결에선 이 같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낸 것.
 
현재 정신보건법 제241항에 따르면,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만 있으면 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법의 허점과 의심 없이 진단을 한 전문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에만 의한다면 별다른 의심 없이 정신병원에 입원토록 전문의들이 진단할 순 있겠지만, 현행 정신보건법엔 허점이 많아 문제다라고 말했다.
 
2012년 기준 자의에 의한 입원은 24.1%인 데 반해, 비자의입원은 75.9%에 달한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입원되는 허점이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진단만 있으면 입원되는 근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용의 정신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 계류 상태다.
 
유사사건 또 있어
 
한편 이혼을 둘러싼 유사 범죄는 이뿐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022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덕길)는 감금치상과 강요, 강간 혐의로 C(·40)씨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C씨는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남편을 감금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C씨는 공범 D(·42)씨를 시켜 자신의 남편을 청테이프 등으로 손과 발을 묶게 한 뒤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남편에게 이혼의 귀책사유는 내게 있다’, ‘다른 여자와의 애정관계가 있어 아내와 살기 원치 않는다등의 불리한 진술을 강요했다. 결국 이 같은 범죄는 이혼소송 중 재산분할에서도 자신이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C씨 부부는 지난 2001년 결혼한 뒤 영국에서 거주했다. 당시 사기, 공문서위조죄 등의 혐의로 C씨는 옥살이를 했고, 이 때문에 남편이 C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씨는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협의이혼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현재 C씨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 부인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사건도 (이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혼소송을 둘러싼 범죄 배경엔 결국 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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