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배와 유사한 기업형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폭력조직배와 유사한 기업형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5-11-16 11:15
  • 승인 2015.11.1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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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침입피싱 급증…조직원 이탈, 폭력·공포감 이용해 막아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중국에 콜센터를 두고 수백 명으로부터 35억 원 상당을 가로챈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상담원들을 면접을 통해 선정하고 합숙훈련을 통해 상담과정을 보고 들은 후 평가해서 적절한 직책에 배치했다.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까지 주는 등 철저히 기업형으로 운영했으며 교묘하고 지능적인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에 붙잡힌 일당은 35살 서모씨를 총책으로 한 61명의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이다. 이중 33명이 구속되고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은 28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서 씨 일당은 20135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 다롄·룽징에서 임차한 아파트 등 6곳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각 아파트에 보이스피싱을 할 전화상담원들을 5명에서 6명 정도를 배치해 그 전화상담원들이 직접 보이스피싱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상담원은 주로 중국 동포의 말투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에 잡힌 전화상담 조직원들은 모두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이어서 피해자가 더욱 속기 쉬웠다.
 
한국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있다며 면접을 통해 상담원을 모집한 후 중국에 데려가 합숙훈련을 시켜서 범행을 저지른 일당은 2년 반 동안 800여 명에게서 35억 원을 가로챘다.
 
중국 현지의 조직이 범죄조직단위로 경찰에 붙잡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모집하고, 수익금을 인출해 보내던 길목을 차단하면서 해외 현지 조직까지 붙잡게 됐다.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을 보면 기본적으로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같은 수사기관을 사칭하고 전문적인 용어까지 섞어 말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돈을 뽑는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위조한 금감원 직원 신분증을 제시하며 내가 금감원 직원인데 이 돈에 문제가 있으니 알아보고 돌려주겠다고 한 후 돈을 일단 받아서 달아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사기도 조직원 간 협업체계를 통해 쳤다. 한 조직원이 통신사 직원을 사칭해 전화 요금 미납으로 뜨는데, 아무래도 보이스 피싱에 당한 것 같다고 운을 떼면, 경찰 사칭 조직원이 금융 기관을 연결해 주겠다고 연막을 치고, 마지막으로 금융감독원 사칭 조직원이 통장과 비밀번호 등을 보내라는 식으로 35억여 원을 뜯어냈다.
 
연말정산기간 등 특정시기를 노리는 보이스피싱 범죄도 늘고 있다. 연말정산시기에 환급금을 준다며 보이스피싱을 한다거나 선거기간에 여론조사를 빌미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수법을 이용해 보이스피싱을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여성은 컴퓨터를 이용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한 조직원이 당신은 지금 계좌가 도용돼서 수백 명이 고소를 했다. 사이트에 들어가 봐라. 고소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해 실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자신의 고소장이 버젓이 있었다. 이 여성은 사이트에 들어가는 과정 중 자신이 입력한 개인정보가 범죄에 이용당한 케이스다.
 
요즘 보이스피싱의 특징은 점점 지능화되고 기업화되고 있다. 이번 사건만 봐도 마치 기업에서 인턴 과정을 거치듯 처음에 상담원들이 얼마나 보이스피싱을 잘하는지 평가를 한 뒤 각각 KT직원이나 금감원 직원, 검찰 직원 등 역량에 맞게 직책을 부여했다. 역할에 따라 수당도 차등 지급했다. 그에 맞춰 지식을 쌓게 해 전문화시키고, 수익을 많이 올리면 수익금 중 7~8%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6개 콜센터에 대해 각각 수익 분석을 한 다음 실적이 나쁜 콜센터에는 다른 상담원을 파견해 실적을 올리는 등 조직을 기업형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치밀하게 조직원 관리
 
경찰조사 결과 서 씨 일당은 폭력조직과 같은 행동강령을 세우고 조직을 관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원 이탈은 여권을 빼앗는 등 폭력과 공포감을 이용해 막았고 실적이 저조해도 폭력과 욕설로 지휘체계를 잡았다. 또 검거가 된 조직원에게는 변호사를 선임해준다거나 옥바라지를 해주는 등 폭력조직배와 같은 수법을 이용해 관리했다.
 
경찰은 서 씨 등 조직원 30명에게 이처럼 치밀하게 조직을 관리한 혐의로 범죄단체 조직죄를 추가 적용했다. 범죄단체 조직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중죄다.
 
요즘엔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100만 원 이상의 돈을 입금할 경우엔 30분 늦게 인출이 되는 지연인출제도가 시행되자 대면피싱또는 침입피싱이 급증하고 있다.
 
대면피싱이란 피해자가 현장에서 돈을 뽑을 때 금감원 직원 신분증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고 침입피싱 같은 경우는 더욱 교묘하다. 상담원이 지금 당신의 계좌가 어떤 범죄에 이용이 되고 있으니 돈을 뽑아서 안전한 곳에 숨겨놓아라고 한 후 실제 피해자들이 집안 장롱, 냉장고 같은 곳에 돈을 숨겨 놓으면 조직원이 그 집을 터는 범죄가 침입피싱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보이스피싱 주 피해자를 보면 주로 2, 30대 여성들이 많다. 예전에는 주 대상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었으나 요즘은 오히려 인터넷 사정에 밝고 직업이 있어서 당장 현금을 입금할 능력이 있는 2,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이 성행하고 있다.
 
경찰은 “2, 30대 여성 같은 경우는 자신의 인터넷이나 법률 관련 지식을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한 번 속이기는 어렵지만 속기 시작하면 더 쉽게 속일 수가 있다절대 금융기관, 수사기관에서는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예금의 인출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만 기억하면 보이스피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SNS 등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주의를 요했다.
 
한편 경찰이 보이스피싱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관련 범죄는 크게 줄었다.
 
경찰청은 올해 723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100일간 하반기 특별단속을 벌여 총 4174건의 보이스피싱을 적발하고 5811명을 검거해 이중 60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집중 단속과 함께 성별·연령별 피해자 분석 등을 토대로 맞춤형 보이스피싱 방지 홍보를 펼쳐 피해 발생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울러 ATM기에서 피해금을 연속해 여러 차례 인출하지 못하게 하는 지연인출제를 확대하고 계좌 이체 효과가 3시간 이후 나타나도록 하는 지연이체제도입 등으로 피해금을 회수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했다.
 
그 결과 30%가량에 그쳤던 피해금 회수 비율은 제도 도입 이후 40%대로 증가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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