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A 전 시장과 유상봉의 커넥션은?… 영남發 후폭풍 부나
유 씨에게서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된 D(63) 전 부시장과 E(59) 전 지방공기업 이사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어 최근 A 전 시장까지 거명되면서 조만간 ‘영남 발(發) 함바비리’가 곧 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D씨는 2008년 부시장으로 재직할 때 유 씨에게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돼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으나 지난 2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검찰은 유 씨가 함바 사업권을 따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4명으로부터 20여억 원을 받아 챙긴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D씨에게 돈을 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언론에 “향우회에서 운영하는 장학회에 같은 지역 출신인 유 씨가 5천만 원을 내도록 소개한 적이 있을 뿐 유 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E 전 지방공기업 이사장은 시(市) 도로계획과장·건설방재관·도시개발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던 인물로,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유 씨로부터 지역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9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E 전 이사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돼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1년 1월 영남권 국회의원 측근이 가족 이름으로 지역구에서 함바집(건설현장 식당)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난 이후 브로커 유 씨가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A 전 시장의 개입 의혹이 최근 제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남지역 건설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기초의원에 당선된 G씨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1천1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함바집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해당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또 다른 아파트 현장에서도 가족 이름으로 함바집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5천여 가구 규모의 이 건설현장에는 7개의 함바집이 운영됐다. G씨는 보좌관 시절 해당 국회의원의 운전과 수행을 도맡아 왔다. 이 국회의원의 또 다른 측근인 L씨도 2001∼2003년 사이 영남지역 경마공원 건설현장에서 함바집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0년 초 한 건설회사 간부에게 부탁해 유 씨가 지역에서 진행되는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고위 공직자가 A 전 시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공사현장 관계자는 “모 유력인사가 시공사 간부에게 직접 유 씨가 함바집을 운영할 수 있도록 수차례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당시 함바브로커 유상봉씨가 지역의 모 아파트 공사현장 함바 운영권을 따낸 과정을 놓고 갖은 의혹이 일고 있었던 상황에서 A 전 시장의 일구이언(一口二言)도 도마에 올랐다.
지역 내 초고층 아파트 공사 현장 주변에서는 2010년 초 브로커 유 씨가 함바 운영권을 받는 데 지역 고위공직자들이 도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에 대해 A 전 시장은 2011년 1월 10일 한 언론에 브로커 유 씨에 대해 일언지하에 “전혀 모른다”고 잘라 말한 뒤 “결코 개입한 적이 없으며 대응할 가치가 없는 루머”라며 강력 부인했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관련 수십명의 정·관계 인사들이 이름이 거론된 13일 A 전 시장은 지역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 씨가 지역에서 활동할 때(2006∼2008년) 집무실 등에서 2∼3차례 만났다”며 브로커 유 씨를 알고 있음을 자인(自認)했다. A 전 시장은 또 “중앙(中央)에 있는 사람의 부탁으로 유 씨를 만났을 뿐 청탁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A 전 시장은 “그 사람(유 씨)의 관리대상에 내가 포함됐는지는 몰라도 문제가 될 게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현직 시장이 청탁을 목적으로 접근한 브로커 유 씨를 집무실에서 직접 만났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A 전 시장이 “중앙에 있는 사람의 부탁으로 유 씨를 만났다”고 밝힌 만큼 해당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A 전 시장이 13일 밝힌 내용은 지난 10일 발언을 뒤집는 것으로 브로커 유 씨를 만났던 사실을 왜 굳이 숨기려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유 씨의 지역 내 대형 아파트 공사 현장 함바 운영과 관련해 당시 시공사 관계자는 “시 고위 공직자가 회사 윗사람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브로커 유 씨가 함바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고 밝혔었다. ‘시(市) 고위 공직자’란 인물이 A 전 시장인지 아니면 다른 인물인지 향후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정·관계 인사들을 대거 동원해 로비를 펼쳤던 브로커 유 씨가 만약 A 전 시장과 만났다면 어떤 형태로 접촉했는지 의혹의 눈길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주변의 시선이다.
현재 영남지역 정가와 업계에서는 그동안 대형 공사가 진행된 지역의 정치권 관계자와 고위공직자의 이름이 잇따라 거론되고 있어 ‘함바 비리’와 관련해 영남 발(發) 후폭풍이 예상된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