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정치 신인, 백병전 없이 공천도 없다
[외고] 정치 신인, 백병전 없이 공천도 없다
  • 일요서울
  • 입력 2015-11-16 10:35
  • 승인 2015.11.16 10:35
  • 호수 1124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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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 경선땐 현역당·협위원장 절대적 유리
- ‘조직된 여론도 민심’ 수용 정치 신인 기회 있어


선거는 전쟁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현대의 전쟁은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한 공중전과 폭격, 그리고 보병의 지상 목표 점령 순으로 수행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여론과 SNS를 활용한 공중전과 온라인 전투, 그리고 바닥(민심) 다지기 형태로 진행된다. 선거나 전쟁이나 공중과 바닥 어느 한 곳만으로는 승리하기 어렵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에서 압도적인 공중무력을 동원하고도 패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부산, 인천, 경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단일화 무기를 활용하고도 바닥을 다지지 못했다.

정기국회 마무리를 앞두고 2016년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4년을 기다려온 정치 신인에게 내년 선거는 꿈과 비전을 펼칠 영화당(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보던 장소)이다. 그러나 정치 신인이 영화당에 서기 위해서는 예선겪인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지역구마다 최소 5대(對)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의 텃밭인 영남권과 호남권에서는 10여 명씩 경쟁하는 풍경이 흔하다. 더욱이 선거제도와 주요 정당의 당내 경선 룰은 현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어 정치 신인에게 경선의 벽은 난공불락의 요새다.

당내 경선, 핵심당원에게 달려 있어

아직 여당과 야당의 당내 경성 룰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 총선의 특징은 전략 공천이 줄어들고 경선 지역이 늘어나는 데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비박(非朴)의 조건 없는 경선(오픈프라이머리를 포함한)과 친박(親朴)의 전략공천이 대립하고 있지만 ‘전략 공천의 최소화 및 경선 지역의 확대’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역 물갈이와 전략 공천 도입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계파 간 이해조정이 쉽지 않고 신당 추진세력을 포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경선 지역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경선 룰은 양당 모두 당원 선거와 국민 여론조사로 이루어진다. 당원은 핵심 당원(당비 납부 당원)과 일반 당원으로 구분된다. 당원 선거는 여론조사 또는 현장 투표로 구성된다. 국민 여론조사는 소속 정당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구성된다. 선거일정에 쫓기게 되면 당원, 국민 여론조사로 경선을 대체하는 경우도 속출하게 된다.

조직된 여론도 민심이다!

이러한 당내 경선 룰의 문제는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데 있다. 여론조사 경선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대략 내년 2-3월이다. 이 시기는 여야 정당, 언론사, 각 후보의 홍보성, 시뮬레이션 여론조사가 집중되면서 ‘여론조사 피로도’가 매우 높아진다. 이는 응답률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게다가 경선조사가 이루어지는 날에는 각 후보의 조직 동원령이 내려진다. 후보 또는 정당과 이해관계가 없으면 응답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여론조사 경선은 핵심당원을 많이 확보한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총선에 처음 출마하는 정치 신인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이들은 대략 두 가지에 관심을 가진다. 하나는 여론조사 조작방지와 여론조사 활용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손쉽게 경선에서 승리하는 방안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제 여론조사 조작은 거의 사라졌다.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것도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낼 뿐이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선거도 지름길은 없다. ‘조직된 여론도 민심’이라고 받아들일 때 정치 신인에게 기회의 공간이 열릴 수 있다.

정치 신인, 백병전에서 출발해야

여당이나 야당이나 핵심 당원들은 기초 의원, 광역 의원,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오랜 지역 활동을 통해서 깊은 유대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 당원들이 정치 신인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되는 것이다. 정치 신인의 신선도, 패기나 외모, 중앙 무대의 인지도 정도로 핵심 당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

정치 신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나 중앙 언론과 지방 언론의 조명, SNS를 통한 온라인 활동은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그럴 듯한 이미지나 메시지도 실제 경선에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이러한 공중전이나 여론전으로는 바닥(민심)을 공략할 수 없다. 핵심 당원을 설득하기 위해서서는 백병전을 치르듯 이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돌려놔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 전라북도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
▲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 부소장
▲ 전 청와대 행정관
▲ 전 국회의원 보좌관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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