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개입 L씨 개입된 '총선테마주'
여권 개입 L씨 개입된 '총선테마주'
  • 장연서 프리랜서
  • 입력 2015-11-16 10:05
  • 승인 2015.11.16 10:05
  • 호수 1124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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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정치인 테마주 사정기관 주시

선거자금 마련 등 각종 소문 속 움직이는 검은 손
뒤늦게 뛰어든 소액투자자들만 큰 손해 볼 수도

[일요서울 | 장연서 프리랜서]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과 더불어 증권가가 요동치고 있다. 당선이나 출마가 유력한 유명 정치인들 관련 주식인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이나 증권감독원 등 사정당국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급등락을 반복하는 특정 주식이나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이유없이 치솟는 종목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사정기관이 가장 주시하고 있는 것은 정치인 테마주다. 최근에는 총선테마주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총선테마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개미라고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이 총선 출마예정자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선테마주의 경우 이런 일이 빈번했다. 예컨대 지난 대선 때 일명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됐던 미래산업개발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안철수의 대권도전으로 주가가 급등했으나 그 틈을 노린 기존 대주주들의 주식일괄 매각으로 개미들만 막대한 손실을 봤다.
총선테마주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여러 말들이 무성하다. 일부 테마주들의 경우 “해당 주식이 대권 잠룡과 연결돼 있어 총선을 기점으로 대선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사탕발림까지 나돌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이 시행된 2013년 4월 이후 주가 조작 등과 관련한 불공정 거래 252건을 자체 적발했다고 지난 12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금감원은 기획조사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신종 불공정거래 사건을 잡아내 검찰에 넘겼다. 미국 알고리즘매매 전문회사가 파생상품 시세를 조종해 14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주가조작 사건이 급속도로 늘면서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속하게 처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긴급한 증권범죄는 금융당국의 고발절차 없이 즉시 검찰이 수사에 착수토록 한 제도다.

금감원은 비상장주식 매매, 대량매매(블록딜), 장외거래, SNS를 이용한 사건 등 신종 불공정거래 수법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2013~2014년 검찰에 의해 기소·처벌됐던 불공정거래 전력자의 형기가 다음달 말까지 대거 만료되는 만큼 이들이 주로 했던 시세조종 유형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예정이다.

시세차익 내용 집중 조사

앞서 지난 7월에는 ‘반기문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씨씨에스(CCS)그룹 총수가 수년 전 주가조작을 통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증권가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2011년 12월~2012년 3월 시세조종을 통해 회사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법으로 2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씨씨에스그룹 유홍무 회장(56)을 구속했다.

씨씨에스그룹은 씨씨에스 충북방송과 SB인터랙티브 등 자회사를 통해 방송·통신 융합을 주사업으로 하는 뉴미디어 기업이다. 2003년부터는 (주)능암을 통해 천연탄산온천 개발과 다양한 레저시설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검찰은 유 회장이 소위 ‘시세조종꾼’들과 함께 불공정 거래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사정당국 한 관계자는 “유 회장의 자금관리인과 시세조종에 가담한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의 범행과 별개로 올해 초 씨씨에스그룹은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5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을 앞두고 테마주들의 주가가 들썩였는데,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에 본사가 있는 씨씨에스그룹도 한때 직전 거래일 대비 13.74% 오른 가격에 거래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총선룰과 관련해 최근 여야 정치권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총선테마주’로 분류된 주식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정치와 관련된 테마주는 특정 정치인의 지지율 등락과 굵직한 정치 문제가 주가에 반영된다.

이에 사정당국은 총선을 앞두고 테마주에 대해 단속의 고삐를 바짝 조일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무용론이 나돌고 있다. 작전세력의 움직임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의에 의한 개인투자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정 정치인에 힘이 실리면,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보는 ‘정경유착’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테마주 관련 각종 루머 난무

증권가에서는 경북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친박계 인사 A씨, 수도권에 출마예정인 B씨, 여권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L씨, 경남권 모 지역에 출마하는 여권의 D씨 등등과 관련된 소문이 벌써 증권가에 파다하다.

A씨의 경우 청와대의 지원으로 공천이 확실하다는 말과 더불어 그의 이력을 내세워 그와 연결된 2개 기업이 테마주로 꼽히고 있다. 해당 종목은 A씨의 출마 확정과 더불어 주식이 연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B씨와 연결된 테마주도 개미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전부터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한 3개의 상장사와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진 B씨가 출마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관련 회사들의 주식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B씨가 출마하는 지역은 야권에서 특별한 경쟁자가 없어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L씨의 집안과 연결된 것으로 알려진 테마주는 정치권의 분위기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무엇보다 L씨는 총선 이후 대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돼 관련 테마주에 개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L씨가 향후 총선 선거전 때 여러 구설에 오를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관련 주식의 급상승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남권에 출마하는 여권의 D씨 관련 주식도 L씨 테마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D씨의 경우 총선 때 당 내부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돼 D씨 테마주가 힘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총선과 관련된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리고 테마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근거 없는 정보를 통해 막무가내로 연결된 테마주의 수익률은 보잘 것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8대 대선 6개월 전부터 대선이 끝난 후 1년 동안 정치인 테마주로 알려진 147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이들 종목은 7.8% 상승한 반면 상장사 투자수익 상위 15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88.3%로 나타났다. 예측이 불가능한 정치 테마주를 사기보다 수익성이 높은 종목을 고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얘기다.

수익률만이 아니다. 147개 정치 테마주 중 무려 49개 종목에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됐다.
최근에는 SNS가 널리 확산되면서 댓글로 여론을 조장하는 방법도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테마주가 형성돼 가격이 폭등하면 세력들은 가지고 있던 물량을 털어낸다. 이 같은 방법으로 금감원이 적발한 47명은 총 66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근거없이 묶인 테마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시장 상황을 감독하고 있다. 다만 수만개에 달하는 주식관련 사이트나 정보의 댓글까지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스>

선거 이슈·지지율 따라 급등락… 전방株 주목

정치 테마주의 빛과 그림자

지난 4월 재보궐 선거가 이슈가 됐다.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이 설립한 전방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최대 주주가 김 대표 모교의 총동문회장 출신인 코맥스도 6% 넘게 급등했다. 반면 패배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관련주들은 떨어졌다. 우리들 제약은 하루 만에 11%가 빠졌고, 문 대표가 법률 자문을 맡았던 바른손도 10% 넘게 급락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주가 흐름을 보인 것은 반기문 테마주다. ‘성완종 사태’가 발생하자 반기문 테마주들이 급등했다. 현 정치권 바깥에서 새누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선정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그러나 사태의 결이 최초 양상과 달라졌다. 반 총장 동생의 경남기업 근무사실과, 성 회장이 ‘반 총장과 내가 친분이 두텁다’고 주장한 것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관련주는 급락했다.
해외에선 ‘정치인 테마’보다는 ‘정책 테마’가 많다. 예컨대 2012년 미국 대선에선 민주당 오바마 관련주로 건강보험회사, 병원 등의 종목이 상승했다. 공화당 밋 롬니 후보 관련으로는 금융주들이 크게 올랐다. 미국의 경우 특정 사람과의 개인적 친분 관계가 기업 주가 상승의 배경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정치 경제의 후진성을 드러낸다. 
ilyo@ilyoseoul.co.kr 

장연서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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