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 비박 또 충돌 공천 고사[枯 死] 작전 전개
친박 - 비박 또 충돌 공천 고사[枯 死] 작전 전개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11-16 09:54
  • 승인 2015.11.16 09:54
  • 호수 1124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김무성 )- Y(유승민)라인’ 복원 시나리오
▲ <뉴시스>

친박 이원집정부제론· TK 물갈이론에 대응
이재오·정병국·정두언 등 결집…공천전쟁 불보듯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각각 겨냥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고사(枯死) 작전’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청와대는 TK(대구·경북)에 근거지를 둔 유승민계(系)를 내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고, 친박계는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에 불을 지피며 김 대표의 대권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이 선택받도록 해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 때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제기한 일의 연장선상이다. 특히 이번에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선친 유수호 전 의원 빈소에서 ‘문상(問喪) 정치’로 존재감을 과시한 시점에 맞춰 나온 발언이어서 박 대통령의 ‘유승민계 불용(不容)’ 의지를 다시 읽게 한다.

이와 때를 맞춰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구체적으로 꺼내들었다. 여기에 ‘반기문 대통령론’까지 얹었다. 홍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 라디오에 출연해 “외치(外治)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內治)를 하는 총리를 두는 것이 현재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훨씬 정책 일관성도 있고 다양한 국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치 대통령-내치 총리 조합

홍 의원은 특히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조합이 회자되고 있다’고 사회자가 말하자 “그런 그림의 전제하에 우리가 이원집정부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옳고 그름을 떠나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런 견해는 최근 ‘친반연대’라는 정당을 창당하려는 일부 세력이 중앙선관위에 결성 신고를 한 일과 맞물려 눈길을 모은다. ‘친반’은 ‘친(親)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약어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세력들이 결집해 ‘친박연대’를 만든 뒤 24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일을 연상시킨다. 친반연대는 발기 취지문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2017년 민족의 미래를 열어 갈 새로운 리더로서 (반 총장이) 적임자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다만 홍 의원의 이 발언에 대해선 같은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신박’(新朴)으로 불리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아마도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해 ‘김무성 대망론’을 저지하는 방법을 놓고 친박계 안에서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어쨌든 청와대와 친박계가 내년 4·13 총선을 꼭 5개월 남겨두고 ‘김무성 대안 대권주자’ 찾기와 ‘유승민계 와해’ 작업을 구체화시키고 있다는 정황들이 속속 감지된다. 일단 두 사람은 정면대응은 피하고 있다.

김 대표는 홍 의원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꺼냈다가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은 뒤 개헌의 ‘개’자도 꺼내지 않으려 한다. 유 전 원내대표도 “나는 누구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는 말로 당장엔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김 대표는 주변에 “99번 울다가 마지막 한 번만 웃으면 된다”고 자주 말한다. 유 전 원내대표는 “(대구 초선 의원들이 유승민 파동 당시) 나를 도왔다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조만간 친박계와의 공천전쟁 발발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여의도 정치로 복귀하는 12월 초를 주목한다.

김무성 진영과 유승민 진영의 여러 대응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실효성 높고 현실성 있는 방안은 ‘K-Y(김무성-유승민) 라인’ 복원이다. K-Y 라인은 한때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로서 투톱을 형성했고, 여권 일각에서 청와대를 겨냥한 ‘정윤회 문건’ 파문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유승민 파동’이 일어났을 때도 초기에는 김 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를 감쌌지만 청와대와 친박의 압력에 밀려 포기한 바 있다. 그 직후 김 대표는 대구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해 “유승민의 사퇴를 막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이번 유수호 전 의원 상가에서도 “유승민 의원이 (공천에서) 어려울 일이 전혀 없다. 유승민 의원은 우리 새누리당의 아주 중요한 자산”이라며 돈독한 신뢰를 과시했다.

만일 K-Y 라인이 복원되어 청와대와 친박계에 공동대응 하는 전선을 형성하게 되면 큰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김 대표와 함께 유 전 원내대표도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설 만큼 국민 지지도를 일정부분 확보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11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 김 대표는 13%를 얻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3%를 기록하며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여기다 유승민계 현역 국회의원들도 TK를 넘어 PK(부산·경남), 수도권에도 포진해 있다. PK의 조해진 전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세연 의원, 수도권의 이종훈·민현주 의원 등이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특히 김 대표의 PK와 유승민의 TK 초선그룹이 합류해 공동 저항선을 구축한다면 청와대와 친박계에 큰 위협이 된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TK에서 굳건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 이후엔 달라질 수도 있다. 공천학살 위기에 몰린 TK의 초선 7명 가운데 상당수가 생환한다면 ‘비박계 영남벨트’가 형성되면서 여권의 권력지도가 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K-Y 라인 복원을 위한 여러 가지 움직임도 감지된다. 그 중심에는 한때 친박계였다가 지금은 멀어진 이혜훈 전 의원이 있다. 지금은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이 전 의원은 최근 유 전 원내대표를 만나 K-Y 라인을 복원해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며 공생(共生)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무성-유승민 역할 분담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돈다. K-Y 라인의 역할 분담론이다. 김 대표가 대권, 유 원내대표가 당권을 나눠 맡아 오히려 친박계를 고사시키는 방안이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이 때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이 지도부는 2017년 8월로 예상되는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게 된다.

현재로선 친박계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서청원 최고위원, 이주영 의원 등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비박계에선 이재오 의원이나 정병국 의원이 유력하다. 이런 구도에 유 전 원내대표가 뛰어들어 당권을 잡은 뒤 대선후보 경선관리를 하면서 김 대표를 적극 지원하는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이 경우 유 전 원내대표의 차기 대권도전은 원천봉쇄된다.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하여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권-당권 분리’ 조항이다.

따라서 유 전 원내대표가 내년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아 ‘김무성의 킹 메이커’ 역할을 한 뒤 차차기 대권을 노리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결국 당장 벼랑 끝에 몰린 유승민, 12월 위기설에 시달리는 김무성이 각자도생을 포기하고 비박계를 총결집해 친박계와 공천전쟁을 치르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K-Y 라인이 치는 빅 텐트에는 이재오·정병국·정두언 의원 같은 친이(親이명박 전 대통령)계 출신들이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청와대나 친박계가 두 손 놓고 이를 방치할 리 없다. 이미 ‘반기문 대망론’을 다시 띄우기 시작했고,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친박계의 차기 대권주자로 ‘테스트’ 중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