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갑질 서러운 취준생…차별 대우에 우는 비정규직들
수십명 불러놓고 ‘전체탈락’…합격 통보했다가 ‘취소문자’
밥값도 제대로 못 받는 ‘비정규직’ 재계약 앞에 고개 숙여
취업준비생들이 기업들의 채용 진행 과정에서 울분을 터뜨리는 일이 잦다. 수십명 면접을 진행해놓고 모두 떨어뜨리는 일도 있고, 취업과 상관 없어 보이는 질문들로 지원자들이 상처받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신입사원 공채에서 아무런 공지 없이 서류전형 후 면접까지 치른 전원을 탈락시켜 논란을 빚었다. 지난 11일 동아쏘시오그룹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서 글로벌전략 직군에 지원해 1차 면접을 본 수험생 30명이 모두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합격 여부 발표예정일인 지난 5일 채용 홈페이지에 해당 직군의 채용 과정을 알리는 항목이 아예 사라졌다. 탈락자 중 한 명의 이의 제기로 다음날인 6일 문자로 불합격 사실을 통보했지만 수험생들에겐 혼란이 됐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홈페이지 시스템 상에 오류가 발생했다”며 “해당 직무군에 적합한 인재상을 찾지 못해 합격자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준생들은 “수험생 전체를 떨어뜨리는 면접이 너무 많아지는데, 해명은 항상 같다”고 토로했다.
불합격한 지원자들에게 ‘실수’로 합격통보를 해 비난을 샀던 일도 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하반기 6급 신규직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오류로 일부 탈락자에게도 합격 통보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행 측은 사고의 발단이 채용을 대행한 인크루트 측의 실수임을 해명함에 따라 허술한 대행 채용으로 취업준비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면접 과정에서 때 아닌 질문으로 원성을 산 경우는 아모레퍼시픽 정규직 전환형 인턴 모집에서다. 당시 지원자 A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최종 면접 질문으로 ‘국정교과서 찬반’을 노골적으로 물었다는 점이 알려지며 아모레퍼시픽이 지원자에 사상 검증을 강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에 따른 반발 여론이 거센 시점에 불거진 논란은 아모레퍼시픽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고용을 무기로 갑질을 했다는 시선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보도 자료를 통해 “면접 질문으로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은 지원자를 평가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며 다른 어떤 의도도 없었고 지원자의 성향은 합격 여부에 절대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준비생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해 취업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거나 계좌 정보 등을 빼내는 범죄도 기승이다. 허위 구인광고로 취업준비생들을 모은 뒤 체크카드를 받아 중국으로 빼돌리는 식이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안 그래도 서러운데 뺨까지 맞는 격이다.
우리도 피해자
더 큰 문제는 눈물 나는 채용 과정을 거치고,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억울하고 서러운 일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하루하루 버티는 비정규직들의 이야기다.
앞서 A사는 직원들의 고용형태에 따라 창립기념 특별격려금을 차등지급해 질타를 받았다. 이들은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임직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면서 정규직에게는 100만 원, 비정규직에게는 50만 원을 책정했다.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창립기념 격려금조차 차등 지급되자 비정규직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A사는 “격려금을 차등지급한 것은 맞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이 아닌 직군별 차등지급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롯데그룹 역시 계열사들의 노동 문제가 시끄럽다. 롯데호텔은 장기간 일용직으로 일하던 근로자들을 대량 해고했고 롯데백화점에서 사망한 여성 판매사원이 무려 10년간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근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자사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특히 피해를 입은 이들 모두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질타가 나왔다.
민간 기업 아닌 공기업이나 공권력이 노동자들을 울리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3년 동안 비정규직 직원에게 지급하지 않은 금액이 자그마치 33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민병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3년간 정액급식비 지급현황’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해당 기간에 비정규직 약 8500명에게 정액 급식비 33억5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밥값조차 제대로 못 받은 것이다.
경찰이 임금을 체불한 사업자의 집 앞에서 항의하는 근로자에게 테이저 건을 사용한 사건도 있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지난달 26일 “경찰이 퇴직금을 떼먹고 달아난 사업주에 항의하는 노동자에게 테이저 건을 불법 사용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해당 사업주는 경북대병원 주차관리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 약 9000만 원과 퇴직금 약 2억4000만 원을 체불하고도 병원 측에 퇴직금을 다 지급했다는 허위 문서를 제출하고 도주했다”고 노동 현실을 알렸다.
참담한 노동 현실에 대해 한 취업준비생은 “솔직히 내 처지에선 노예처럼 부려지더라도 어디든 취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주변에서 접하는 직장의 현실을 들어보면 차라리 내가 행복한 것일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