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최새봄 기자] 4인조 걸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로 활동하며 예능과 다양한 뮤지컬 무대에서 다재다능함을 선보인 가운데 배우의 길에 첫발을 내딘 다나가 첫 작품 장편 영화 ‘설지’를 통해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 ‘설지(감독 박진순, 제작 영화사 통, 이달투, 미로비젼)’에서 배우 강은탁, 이미소 등과 함께 새터민의 아픔을 잔잔하면서도 여러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배우 다나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미로스페이스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영화를 오랫동안 기다려서 너무 설레고 신난다. 관객분들도 꼭 저랑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나는 완성된 영화를 본 후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영화를 찍었던 게 벌써 3년 전이다 보니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여 낯설기도 했다”면서 “정신없이 촬영할 때 느끼지 못 했던 설지 이야기가 훨씬 더 와 닿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설지’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오직 아트페인팅이라는 벽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설지(다나 분)가 퇴출 위기에 처한 방송 PD 신웅(강은탁 분)을 만나 그림으로 숨겨진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시나리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다나는 “뻔하지 않은 스토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새터민을 연기한다는 것도 매력적일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처음 만나 뵙기 전부터 꼭 이 영화를 할 거라는 저만의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작품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있는 그는 많은 노력을 했다. 다나는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새터민 친구와 매일같이 소통하고 하는 모든 말들을 녹음해서 잠들 때까지 듣고 얘기했다. 이 과정을 한 달 가량 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함경북도 사투리로 말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그 친구가 촬영장에 매번 와서 철저하게 검사했다”면서 “감독님과는 매일 대본을 맞춰보면서 서로가 생각하는 설지를 맞춰나갔다. 특히 감독님은 설지가 뭔가를 의도해서 내보이는 성격이기보단 속으로 삼키고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길 바라셨다”고 캐릭터 준비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더불어 다나는 “대사나 얼굴, 눈에서 드러나지 않아도 뉘앙스나 분위기로 풍기는 설지의 마음을 표현해야 했다. 처음에는 버겁게만 느껴졌던 탈북자 연기가 어느 순간부터 훨씬 편하고 촬영 중반부부터는 제대로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또 그는 영화 촬영할 때 “감독님은 커트 사인을 늦게 주시는 편이다. 대본에 나와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 그 이전, 이후 상황들까지도 고려해 연기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훨씬 더 설지에 접근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면서 “저희가 너무 오랜 시간 리딩을 하고 연습도 하고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감독님은 촬영 현장에서 NG를 거의 안 주신다. 하지만 제가 여러 번 가고 싶어 해서 카메라 감독님을 설득한 적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당시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묻자 다나는 “한 달가량 매일 만나 따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순영이를 연기한 미소같은 경우 제가 ‘설지’라는 작품을 하면서 얻은 소중한 인연이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실제 영화 ‘설지’에서는 다양하고 화려한 독특한 아트페인팅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그림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이야기가 되며 숨겨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영화에 나온 그림들은 모두 국내 최고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이다. 그들의 그림으로 영화 배경이 되어 더욱 독특하고 아름다운 영화 ‘설지’를 탄생시켰다.
더욱이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터민에 대한 이미지나 아픔들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기 바랐다. 다나는 “‘설지’라는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면 저는 제 몫을 다 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새터민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관심과 사랑으로 바뀌고 그분들이 훨씬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다나는 “꿈같은 것도 있다가 없기도 하고 다시 생기기도 하지만 설지에게는 애초에 꿈에 대한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다. 또 삶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가 본인에게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살고 있었다”며 “그런 설지를 통해서 익숙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자기 자신의 존엄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으면 좋겠다. 저도 그랬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이제 첫 영화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다나에게 관객과 대중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지에 대해 묻자 “연기를 통해 관객을 해소시킬 줄 아는 배우이고 싶다.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일지라도 연기를 통해 과감하게 해소시켜 관객들을 충족시키고 싶다”며 앞으로 스크린뿐만 아니라 드라마, 더 많은 장르와 캐릭터를 통해 만나보고 싶은 배우 다나의 각오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배우 다나를 비롯해 강은탁, 이미소, 류혜연, 민복기 등이 출연하며 박진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설지’는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bombom519@ilyoseoul.co.kr
<사진=송승진 기자>
최새봄 기자 bombom5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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