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 탤런트의 비참한 사생활도 언급돼
[윤지환 기자] 탤런트 고 장자연씨 자살사건이 아직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채 유령처럼 허공을 떠돌고 있다. 수원지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42)씨측 변호인은‘장자연 문건’조작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 측은 지난 18일 수원지법 형사항소3부(김한성 부장판사)에 제출한 변론재개신청서에서“유명탤런트 이모씨가 김씨와의 소송 목적 등에 활용하기 위해 매니저 유모(32)씨를 사주해 ‘장자연 문건’을 만들도록 깊숙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이같은 내용을 뒷받침하는 TV 드라마 감독 B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국과수의 최종 감정결과 발표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던 미스터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과거 국과수는 장씨 문건에 대해 친필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지난 3월 말경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국과수발표 직후경찰은 “장씨 자살 사건에 대한추가 수사는 없다”고 발표했다. 장자연 리스트는 믿을 수 없는 정체불명의 괴문서라는 게 경찰의 입장이었다. 문건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장씨의 친필이 아니라는 국과수의 말 한마디에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아직도 꿈틀대는 미스터리
일부에서는“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며 추가 수사를 요구 했지만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장자연 문건’을 둘러싼 여러 의문 중 가장 큰 미스터리는 ▲장씨가 문건을 작성하지 않았다 면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만들었나하는 점과 ▲문건을 장씨가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면 문건 작성자는 문건에 등장하는 장씨의 여러 주변인들에 대해 어떻게 그토록 자세히 알고 있나하는 점 등이다.
특히 문건에는 장씨가 약물을 자주 이용하고 있음을 내비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수면유도제 약물 복용을 암시하는 글이 문건에 나와 있다. 이는 장씨 주변인물 가운데 극히 일부만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문건이 장씨 친필에 의해 작성된 게 아니라 하더라도 문건 작성자는 사실을 바탕으로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씨 사망 직후 [일요서울]은 ‘장씨가 수면유도제를 여러 차례 구입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장씨가 생전에 자주 이용했던 병원 관계자들과 장씨의 지인들은 당시 [일요서울]에 “장씨가 자살 전 불면증으로 고통 받았다”고 직접 증언했다. 하지만 장씨의 지인들 가운데 약물 복용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장자연 문건을 장씨가 작성한 게 아니라면 장씨와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조차 잘 모르는 수면유도제 복용 사실을 문건 작성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증거물 제출 문건 내용
최근 [일요서울]은 장씨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증거로 사건 초기 재판부에 제출된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는 증거물 쪽수가 기록돼 있다. 그 중 일부를 살펴보면 이렇다.(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원문의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 번호는 제출된 증거물 쪽수)
# 증거: 1349
“수없이 성납까지 성납을 그래서 그것들이 무슨 약점인지 다 만들어 놨단식으루 설마 A씨가 날 내몸 요구하면서 변태 같은 짓 한걸 테잎에 녹화 같은 것을 해 놓은 건 아닌지 그 자식 얼마든지 그러구두 남을 사람이니깐”
이 문건에서 언급되는 ‘성납’은 성상납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내용을 보자.
# 증거: 1350
“오빠 죽어 버리면 모든 것이 끝날까 근데 나두 ○○○ 처럼 그렇게 의미없이 ○○○두 얼마나 마니 이바닥 생활하면서 시달림을 당하구 원치않은 자리에 참석강요… 내가 알구 있는건 아무것두 아니겠지. 오빠 죽어버리면 모든 것이 끝나겠지 근데 ○○○처럼 ○○○은 그래두 유명세를 탔던 연예인 이면서두 아무 일없던 것처럼 ○○○을 괴롭혔던 사람들은… 근데 난 이렇게 유명인두 아닌 무명에 가까운 내가 죽어버린다구 세상에 눈 하나 깜빡하겠어. 오빠 걱정마 나 안 죽어 근데 나 여기저기 넘 많이 아퍼 우울증 약두. 오빠. 언니 몰래 먹구 있어 언니 오빤 내가 우울증약 끊은 줄 알거덩 ㅠㅠ 약을 안 먹으면 잠도 못자”
이 부분에서 언급된 ‘우울증약’은 수면유도제의 일종인 것으로 보인다. 이 약을 장기투약하게 되면 중독성 등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서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장씨는 주변들에게 불면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장씨가 우울증 치료를 병원에서 따로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수면유도제를 다량 구입한 내용은 파악됐다.
# 증거: 1354
“오빠 정말 완전 맘에 들지 않아 술접대에 그것 강요에 접대 등 그런 대가루 이런 대가성으루 아니면 내가 미친 새끼들 개자식들 나쁜짓 모두다 까발려…까발리지 말라는 식으루두 느껴질 만큼이구 무슨 무마 조건으로 들러리 씬을 나에게 주는 것 같은 드러운 생각까지 든다.<중략>”
# 증거: 1423
피디, 감독 글구 방송사 피디 새끼들은 신인들 연예 지망생들 가지구 노는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야...방송사 감독 피디 들구 기업 금융회사 신문사 그런 곳은 스타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넘어야 할 산인 것처럼 아니 이 바닥에 최고 장애물 같은 거… 나 말구두 신인들 연예 지망생들두 아니 다이어리에 있는 여자애들 글구 술접대 했던 굴구 강요받아 참석해서 접대한 사람들 모두다 적구 내가 아는 사람 적는다면 끝이 없을 거 같아… 나에게 도와준다고 한 거 잘못되면 이 내용 ○○ 아저씨에게 꼭 보내죠 꼭 글구 모두 복수해죠 삼십일명 모두다…
# 증거: 1429
2009년도가 빨리 왔음 좋겠어 회사동녀 □□도 A씨가 넘 괴롭혀서 회사두 나오지 않고 나두 그렇게 하구 싶은데난 엄마두 아빠두 엇으니깐 내가 이렇게 살아왔단게 울언니 오빠에게 알려지면 나 정말 어떻게 할지 몰라 넘 힘들어죽고 싶은 맘뿐야 한국사람이란거 자체가 비참해.... 꿈속에서 자살하구 그러는거 정말 진짜처럼 느껴지구 무서워 미칠것 같어 그래도 내가 사람을 죽이는 생각 상상은 말아야 하는데.. 모든게 A씨 때문이야. 위약금까지 물구 가구 싶은데루 가는데 난… 근데 난 ○○○언니처럼 될까봐서 할수두 없구…
증거 1459에는 접대를 강요한 이와 접대한 이들의 신원이 드러난다.
문건에는 “솔직히 젤 먼저 죽이구 싶은 사람은 A씨구 글구 ○○일보 대표 미친 정신 도라이하고 △△신문사 언론사 인터넷신문대표, 금융회사 옛날 무슨 기자 출신 변태 정신이상자 새끼 죽이구 싶어”라고 적혀 있다.
[일요서울]은 사건을 조사한 경찰에 이 부분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모두 사실 무근으로 밝혀진 내용 아닌가. 가짜라고 판명 난 문건인데 물어보고 말 것도 없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나 문건을 둘러싼 많은 의문점들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 살아있는 이들의 장난일까 아니면 고인의 마지막 절규였을까.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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