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억 투자사기 충장OB파 조폭의 귀족생활

[최은서 기자] 유명가수와 연예인, 예술가 등이 출연하는 공연사업에 투자하면 원금 및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서민들에게 거액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7일 창업을 희망하는 90여 명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공연기획 사업 자금 수십억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로 M컨설팅업체 회장 김모(36)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컨설팅업체 및 공연기획사 관계자 5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충정OB파 행동대장 출신으로, 투자금 대부분은 호화생활을 누리는데 사용했다.
지난해 3월,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던 오모(33·여)씨는 부업을 찾다 인터넷에서 ‘창업’을 검색했다. 포털사이트 검색결과 상위에 링크돼 있던 M컨설팅업체 홈페이지에 창업 문의 글과 연락처를 남겼다. 며칠 후 오씨에게 M컨설팅업체 팀장 연락이 와 “좋은 투자건이 있으니 강남 신사역 M컨설팅업체에 방문하면 상세히 설명해주겠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우울증 시달려
오씨가 M컨설팅업체에 방문하자 이 팀장은 “대규모 전시회가 있다”며 “개인 창업을 하는 것보다 공연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다.
이 팀장은 “1억을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수익금 4000만 원을 3번에 나눠 지급해주겠다”고 오씨를 현혹시켰다. 이 팀장은 또 “국내 다수의 대기업이 협찬해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져 대박이 예상된다. 해외에서도 이미 수차례 전시가 이뤄졌다”며 오씨를 안심시켰다.
오씨는 이 같은 달콤한 제안에 지난해 4월 투자금 1억 원과 수수료 700만 원을 입금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수익금 첫 지급일은 지난해 8월이었지만, 지급되지 않자 오씨는 M컨설팅업체를 찾아가 항의했다.
항의하는 오씨에게 팀장은 “전시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데다, 협찬이 너무 많이 들어와 정산이 늦어지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수익금 지급일을 2개월 뒤로 미뤘다. 하지만 2개월 후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씨는 M컨설팅업체로부터 투자금 지급약속 확인서도 받아냈지만 원금은 단 한 푼도 회수되지 않았다.
오씨는 수년간 병원에서 일하며 모은 돈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투자했으나, 수익금은커녕 원금도 회수하지 못해 운영하는 병원도 처분해야했다.
오씨는 경찰조사에서 “운영하던 병원도 처분해 실업자 신세가 됐다”며 “밤에 잠도 안 오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경찰관계자는 “오씨 뿐 아니라 투자자 대부분은 창업을 희망한 서민들로 퇴직금과 결혼자금, 전 재산을 투자했다”며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전 재산을 모두 날려 이혼 위기에 처한 투자자도 있다”고 전했다.
유흥비로 수억 원 흥청망청
김씨 등은 이처럼 2009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강남 일대에서 M컨설팅업체 등 대규모 창업컨설팅업체 4곳을 운영하면서 창업 희망자 92명을 상대로 86억 원을 빼돌렸다.
이들은 또 투자자들에게 “유명 가수, 예술가 등의 페스티벌, 공연, 전시회에 투자하면 원금보장은 물론 최고 55%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금과 5~10%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경찰관계자는 “창업 상담실을 갖춘 200평 규모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창업 상담을 위해 직원 100~200명을 채용하는 등 대기업이나 다름 없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OO TOUR' 등 5개 공연에서는 수수료만 받고 기획사에 투자자를 직접 소개시켜줬다. 이들은 공연기획사로부터 약 10%의 수수료를 받고, 투자자들에게는 5~10% 상당의 수수료를 받은 후 투자금 22억8500만 원을 기획사에 투자 유치해줬다. 하지만 흥행 실패로 투자금 중 원금 8억 원만 회수하는 등 적자에 직면했다.
적자가 발생하자 이들은 사기행각에 돌입했다. 이들은 ‘2010 OO페스티벌’등 5개 공연에서는 공연기획사로부터 약 10%의 수수료를 받고, 투자자에겐 5~10%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후 자신들이 직접 기획사에 투자했다.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63억3000만 원 상당을 투자받았으나, 12억7000만 원만 투자하고 나머지 50억6000만 원을 가로챘다.
경찰관계자는 “이들 창업컨설팅사와 공연기획사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공모하게 됐다”며 “공연기획사는 영세해 공연자금이 필요했고, 창업컨설팅사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투자할 곳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수익배분은 이랬다.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후 회사에 의무적으로 33% 입금했다. 이후 나머지 67%는 기획사 담당 팀장과 투자자 팀장이 나눠가졌다. 투자 등의 돈 거래는 법인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컨설팅 대표 김씨는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충장OB파 행동대원 출신으로 밝혀졌다. 경찰관계자는 “충장OB파 조직원들이 이들 창업컨실팅사에 개입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투자금의 일부가 충장OB파 쪽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 등은 투자받은 돈 가운데 40여억 원을 호화생활을 누리는데 사용했다. 이들은 강남 타워팰리스 52평형을 임대하고, 가사도우미 2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또 벤츠와 아우디, 렉서스 등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고 강남 룸살롱에 주 1~2회 드나드는 등 유흥비와 술값으로 수 억 원을 탕진했다.
경찰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창업컨설팅사와 공연기획사가 공모하는 유사수신 범죄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근절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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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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