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독일)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감독이 대표팀 운영방안이 아닌 이례적으로 축구장 잔디 상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이목이 집중 시켰다.
슈틸리케가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12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미얀마전과 오는 17일 라오스 원정을 앞두고 지난 9일 수원에 소집됐다.
소집 첫날 훈련에 나선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장 상태가 좋지 않다”라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
앞서 그는 수원에 거주하는 박건하(44) 코치를 통해 월드컵경기장과 보조구장 상태에 대한 보고를 계속 접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현장을 찾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대체 누가 이곳을 선정했는지 모르지만 대표팀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여기선 그럴 수 없다. 미얀마의 수비를 뚫기 위해 짧고 간결한 패스가 필요한데, 이런 잔디는 상대에 득이 된다. (경기도 수원 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에서 축구장을 목적에 맞게 운영하는 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몇 차례 월드컵 보조 경기장을 살펴보고 재단법인 수원 월드컵 경기장 관리재단에게 잔디 상태나 훈련 시설에 대해 문의했는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파주NFC에서는 현재 지도자 강습회 등이 열려 숙소동이 꽉 차있고 화성종합 경기타운은 1시간여가 걸려 무리가 따른다. 대안이 없어 보조 경기장에서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미얀마전을 보조구장이 아닌 본 경기장인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르지만 그곳의 상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훈련을 마친 대표팀의 이재성(23·전북)은 “한국에서 경기를 준비하면서 잔디 걱정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우리도 우리지만 미얀마가 잔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된다”며 “비록 훈련장이지만 잔디가 고르지 못하고 길이도 관리가 안 돼 있어서 패스 훈련을 하는데 불편함이 따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황의조(성남FC)는 훈련 후 “경기장의 잔디 상태도 안 좋다면 슈틸리케 감독님이 원하는 패스 플레이가 힘들다. 우리 팀에 불리하다. 스타일을 바꿔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축구협회는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았던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왔다. 관리주체인 수원 월드컵 경기장 관리재단과 지속적으로 얘기하며 미얀마전이 열리는 경기 당일 최선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장 뿐 아니라 경기장 컨디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3월 뉴질랜드와 평가전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도 좋지 못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또 그는 “K리그 경기장을 많이 다녀보니 K리그 구단들도 경기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경기장 관리주체가 축구경기의 목적에 맞게 관리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면서 “대표팀의 경기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텐데 우리의 어두운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 안타깝다”고 씁씁함을 감추지 못했다.
협회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월 자메이카와 평가전 당시에도 경기장의 잔디상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며 “K리그 경기가 열리는 곳을 둘러보며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K리그 클럽들의 경기력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얘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축구대표팀은 미얀마와의 경기를 마친 후 파주 NFC로 옮겨 오는 15일 원정경기를 위해 라오스로 떠나기 전까지 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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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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