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vs 이대호, MLB 1루수의 승자는…
박병호 vs 이대호, MLB 1루수의 승자는…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11-09 11:01
  • 승인 2015.11.09 11:01
  • 호수 1123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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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거포들 도전장에 빅리그 구단들 활짝…美진출 관문 도약
▲ 이대호, 박병호(왼쪽부터)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MLB진출에 빅보이 이대호(33)가 가세하면서 1루수 자리를 노리고 있는 넥센 박병호(29)와의 팽팽한 대결을 펼치게 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일본무대와 한국무대에서 인상적인 득점력을 과시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빅 리그의 선택을 받을 지가 관심사다. 더욱이 지난해 강정호(28)보다 높은 몸값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팬들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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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에서 2년 연속 재팬시리즈 우승을 일궈온 이대호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도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시리즈에서 2년 연속 우승하고 MVP를 수상하는 등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야구선수로서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한다”며 “30대 중반에 남은 야구 인생의 불꽃을 태우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진출 선언 이유를 전했다.

이대호는 또 “한국 야구와 일본 야구에서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메이저리그 진출을 MVP 스포츠 그룹과 그 협력사인 몬티스 스포츠 매니지먼트 그룹과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을 성사시키려고 한다”고 전해 본격적인 진출 준비에 착수했음을 설명했다.

FA신분 이대호
일본리그 성공 승부수

이처럼 이대호가 MLB진출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머릿속 셈법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야 하는 박병호와 달리 이대호는 FA(자유계약)신분인 만큼 계약을 원하는 복수의 구단을 선택해 시간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협상 테이블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이대호는 박병호보다 비교적 여유로운 진출 시나리오를 꾸릴 수 있게 되면서 자신에게 맞는 리그와 구단 찾기에 고심 중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안정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리그로 내셔널리그(NL)보다 지명타자(DH)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AL)를 손꼽는다. AL구단 중 보스턴과 LA 에인절스가 물망에 올랐다. 다만 보스턴의 경우 공교롭게도 미국 진출 경쟁자인 박병호에 관심을 보였던 만큼 구단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보스톤은 지난 1월 넥센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서 스카우트 스티브 팩이 방문해 박병호를 관찰했고 또 다른 스카우트인 존 김이 넥센의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에 자주 얼굴을 보였을 정도로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이들은 마땅한 1루수가 없고 지명타자인 데이빌 오티즈(40)가 은퇴를 앞둔 상황이여서 1루스 겸 지명타자 역할을 담당할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포스팅으로 일종의 이적료가 발생하는 박병호와 달리 비교적 협상이 수월한 이대호가 등장하면서 구단에게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LA 애인절스의 경우 일단 이대호의 에이전트를 담당하는 MVP 스포츠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에이전트인 댄 로사노가 이대호 진출의 다리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사노는 현재 85명의 메이저리그(마이너리거 45명) 선수를 관리하고 있는 가운데 계약 규모가 가장 큰 고객인 엘버트 푸홀스의 에인절스 이적을 성사시킨 바 있다.

푸홀스는 2011년 겨울 10년 동안 2억4000만 달러(약 2717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팀을 옮겼다. 그는 1루를 맡아 장기적인 대안으로 평가 받았지만 고질적인 무릎부상 때문에 부침이 심하다. 결국 에인절스는 푸홀스를 대신해 1루와 DH를 번갈아가며 맡아줄 ‘거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최대 걸림돌은 나이
무릎 부상도 변수

이미 MLB진출 준비작업에 돌입했지만 이대호에게도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박병호보다 4살이나 많은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나이가 큰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어깨 부상 때문에 타자로 전향한 이듬해인 2002년 왼 무릎 반월판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전력이 있어 메디컬 테스트 등 부상 부위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메이저리그 팀들의 우려를 살 수 있다. 더욱이 육중한 체격(194cm, 130kg)에서 비롯되는 무릎과 허리 문제는 장기 레이스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대호는 올 시즌 143경기 중 141경기를 무사히 마쳐 큰 부상 없이 2015시즌을 보냈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이대호의 행보를 놓고 아직 미국 현지의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현지 언론들이 서서히 관심을 나타내며 이대호의 진출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미국 스포츠 전문 블로그 ‘Yardbarker’는  지난 4일(한국시간) 이대호를 주목할 만한 FA로 지목했다. 이들은 가성비가 높은선수들 중 유일한 내야수가 이대호라고 평가했다.

블로그는 “이대호는 한일 양국리그 공격면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며 “MLB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일본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맹활약을 펼졌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이대호의 나이와 1루수로 국한돼 있는 점이 금액면에서 손해일 수 있다며 “일본 프로야구에서 수년간 맹활약했던 아오키노리 역시 2년 250만 달러라는 적은 금액에 영입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일본 매체들은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하나의 연막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본 ‘석간 후지’는 지난 5일 이대호에 대해 “MLB 도전 선언의 의도는 잔류 협상 진행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작전일 수 있다”며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용 카드 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기자회견에서 MLB진출이 불발될 경우 1순위로 소프트뱅크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진출선언도 소프트뱅크 팀의 배려 덕분이라고 말해 여전히 팀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과시한 바 있다.

결과 기다리는
박병호 비용이 고비

한편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부터 넥센의 지원 속에 착실히 포스팅을 준비해 온 박병호는 늦어도 오는 10일까지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최고 입찰액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KBO관계자는 지난 5일 “늦어도 10일까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답신이 오면 넥센에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호는 이미 KBO리그에서 수차례 홈런왕을 비롯해 거포로서 인정받은 만큼 과연 얼마에, 어느 팀이 영입 우선협상권을 확보하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통상 포스팅 액수가 먼저 알려지고 소속팀 넥센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 그 이후 팀이 드러난다. 그간 10개 이상의 메이저리그 팀들이 박병호를 꾸준히 관찰했던 만큼 이들 중 상당수가 포스팅에 참가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 포스팅 액수도 최소 강정호(피츠버그) 때의 500만 달러보다는 더 나와야 명분이 선다는 점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착실한 준비만큼이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병호에 대해 빅리그 중 보스턴과 텍사스가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들 외에도 미네소타,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 등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볼티모어 지역 매체 ‘MASN’은 지난 5일 오리올스 구단이 박병호를 수년간 관찰하며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해 구단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해당 매체는 “올 겨울 볼티모어의 쇼핑 리스트에는 선발투수와 함께 크리스 데이비스를 대체할 1루 자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볼티모어는 지난 몇 년간 수차례 한국인 1루수 박병호를 관찰했고 이번 주 포스팅을 하는 그에게 변함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볼티모어는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으로 팀 내 최다 홈런타자인 1루수 데이비스가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면서 대체자원을 찾기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데이비스는 올해 47개 홈런을 터뜨리며 양대 리그 통틀어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여기에 그는 왼손 거포 기근 시대를 맞아 주가가 치솟으며 볼티모어가 감당할 수 있는 몸값을 벗어났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강정호가 뛰고 있는 피츠버그도 1루 보강을 위해 박병호를 붙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현지 언론매체인 ‘피츠버그 트리뷴’에 따르면 “피츠버그는 1루 보강이 필요하며 2년 연속 50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강정호보다 더 강함 힘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포스팅 금액은 15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출 성공하면 첫 시즌
인상적 기록 기대돼

이처럼 한국리그, 일본리그 양 거포가 동시에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을 하면서 현지 언론의 관심도 달아오르고 있다. 더욱이 류현진, 강정호 등이 KBO리그에서 직행해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면서 그간의 의구심도 대부분은 해소됐다는 점에서 진출이 성사된다면 MLB에서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여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박병호를 꾸준히 관찰해온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두 사람 모두 수비 포지션이 1루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박병호의 경우 수비 안정감이나 파워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이대호의 경우 컨택과 FA자격이라는 점에서 점수가 추가된다. 두 사람 모두 3루 수비가 가능하지만 박병호는 1루수로만 보는 게 낫고, 이대호는 지명타자감으로 생각하는 쪽도 많다”는 의견을 내놨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두 사람이 성공적으로 계약을 마쳤다는 가정 하에 이대호의 첫 시즌 예상 성적으로는 타율 0.245 17홈런 75타점을, 박병호는 타율 0.240 18홈런 60타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놨다.

더욱이 이대호가 MLB입성에 성공하면 그는 한국인 야수 최초의 한국, 일본, 미국 무대를 모두 밟아본 선수가 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넥센 히어로즈에 따르면 박병호는 MLB로부터 1285만 달러(약 147억 원)의 포스팅 금액이 결정됐다. 이는 아시아 타자로는 스즈키 이치로(1312만 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넥센은 박병호의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 어느 구단이 써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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