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금 1억 못갚아 사기혐의 피소…“일부러 돈 갚지 않은 것 아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이주노(49·본명 이상우)가 연이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주노는 2013년 빌린 돈을 1년 6개월 넘게 상환하지 않아 사기 혐의로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주노는 지인 A씨에게 식당 동업을 제안하며 사업자금 1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A씨의 고소에 따라 이주노를 조사한 뒤 지난 8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주노는 검찰 조사에서도 일부러 돈을 갚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한밤의 TV 연예’에서도 억대 자금을 빌려 갚지 않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가수 이주노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제작진은 이주노를 고소한 A씨를 직접 만났다.
이주노는 지인 A씨(46·여)에게 충북 음성군에서 식당 동업을 제안하며 1주일 안에 갚겠다는 조건으로 사업자금 1억 원을 빌린 뒤 형편이 여의치 않아 갚지 못했다.
이주노를 고소한 A씨는 이날 방송에서 “1억을 대출받아 이주노에게 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안 되더라. 연예인이라 빌려줬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우리 클 때는 우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주노와 A씨의 통화 내용도 전해졌다. 이 통화에서 이주노는 “한 번만 더 부탁드린다. 정 안 되면 서태지라도 만나겠다. 무릎 꿇고라도 돈 받아오겠다. 내가 오죽하면 서태지까지 만난다고 말을 하겠냐”며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1990년대 최고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였던 이주노에게 1억 원의 여유도 없는 상황에 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앨범 <난 알아요>로 데뷔한 이주노는 1996년까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1995년에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 콘서트 앨범의 수록곡 중 이주노의 솔로곡인 '너희가 소망이 되어'는 그가 작사, 작곡했다.
양현석과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의 안무 담당 멤버로 발탁돼 인생의 큰 반전을 맞이했던 그는 4년간의 짧다면 짧은 서태지와 아이들로서의 활동을 통해 대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멤버 중 이주노는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그룹 영턱스 클럽을 발굴해 승승장구했다.
멤버들 중 가장 먼저 홀로서기를 했고 성공적인 평가가 뒤따랐다. 본인 솔로앨범도 발매했다. 라디오 DJ를 비롯해 꾸준한 방송활동도 이어갔다.
그러나 뮤지컬 제작 참여를 시작으로 이주노에게 불운이 찾아왔다.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해 뮤지컬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고 방송도 떠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이주노는 2012년, 23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고 안정을 찾는 듯했다. 실제로 아내와 부부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행복한 가정을 공개했다. 충남 천안 소재의 돌잔치 전문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재기하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이주노는 올해 초 SKM인베스트먼트 부회장에 취임했다. 2000억 원의 자금운용과 엔터테인먼트사의 인수 합병 등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이주노는 얼마 지나지 않아 SKM인베스트먼트에서 퇴사했고 개인사업 역시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주노가 모든 일에서 실패를 맛보며 나락으로 떨어지자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지인은 지난 4월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결혼 후에도 앨범과 공연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는 서태지, YG엔터테인먼트 대표로 2000억 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양현석과 현재 이주노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완연한 쇠락세 걷고 있어
1967년 2월 10일생인 그는 박남정, 박철우 등과 함께 한국 비보이 1세대로 분류되고 있으며 어렸을 때부터 소문난 춤꾼으로서 유명하다. 80년대 후반부터 각종 비보이팀을 비롯해 인순이, 김승진, 박남정 등의 유명 가수의 백댄서로서 활동해오다 1992년 서태지를 만나 크게 성공한다.
그러나 5년 이상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은 서로 음악적 한계와 창작의 고통을 느껴 결국 해체하는 쪽으로 합의했다.
이들과 해체한 이후 이주노는 기획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1996년, 댄스 그룹인 ‘영턱스 클럽'을 발굴 및 육성해 인기 가수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한다. 비슷한 시기에 기획자로 전향한 양현석의 킵식스가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었기에 그의 성공은 더 빛나 보였다.
1996년부터 KBS 2FM에서 ‘이주노의 FM인기가요'의 DJ로도 활약하면서 밤 10시 라디오 프로그램의 최강자였던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그것도 초인기 DJ 이문세와 경쟁했다. 당시 수도권에서는 별밤의 인기가 단연 독보적이었으나, 지방에서는 별밤을 지역 MC가 진행했기 때문에 FM인기가요의 인기가 더 높았다. 2015년 6월 26일엔 KBS 쿨FM 50주년 특집으로 다시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노는 영턱스의 인기가 점점 떨어져 3집 앨범부터 완연한 쇠락세를 걷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몰락의 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본격 힙합에 눈을 돌려 허니 패밀리를 발굴해내지만 역시 큰 인기를 얻진 못했다.
실패는 결국 기획사가 문을 닫는 결과를 낳았고 한 때 잘 나가는 가수였던 이주노는 연이은 사업 실패와 사기 등을 겪으며 40억의 빚을 떠안은 신용불량자 신세까지 된다. 이에 뮤지컬 제작이나 배우, 그리고 스타 골든벨 고정 게스트 출연 등 이리 저리 바쁘게 뛰어다녀 2009년 결국 빚을 다 갚는다.
이후 웨딩홀 및 댄스 아카데미를 경영,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듯 보였다.
2011년에는 SBS 플러스에서 ‘90년대 톱가수들의 재기'라는 컨셉으로 방영된 리얼리티쇼 ‘컴백쇼 톱10'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이때 마흔다섯의 나이로 23살 연하의 박미리와 혼인신고를 해 화제가 됐었다. 장인과의 나이 차이는 불과 4살이고 장모와의 나이 차이 또한 불과 2살인 데다가 혼전임신이어서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결혼식은 2012년 9월에 성대하게 치렀으며 서태지도 이주노 부부에게 축하의 화환을 보냈다고 한다.
2012년 딸 이재이의 탄생과 함께 그는 딸바보 아버지가 됐고 연이어 2013년에는 아들 이산희를 낳았으며 2015년에는 아이를 하나 더 낳아 3남매의 아빠가 됐다. 가끔 세바퀴나 기분 좋은 날 같은 프로에 출연해서 근황토크를 하기도 한다.
현재 이주노는 재기하기 어려울 만큼 재정적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번 피소로 영영 나락으로 떨어질지 아니면 서태지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받아 1억을 갚고 재기에 다시 성공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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