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참 묘한 계산법이다. 한시적 기구인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상임위원 5명 전원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치 월급을 소급 합산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조위 관계자들은 실제 활동 시작이 8월부터이기 때문에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월급은 1월분부터 받아간 것이다. 지난 4일 특조위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석태 특조위원장(유족 추천)이 올해 1∼8월 월급으로 7천550만 원(세후 기준)을 받는 등 상임위원 5명이 1월부터 소급해 월급을 지급받았다. 여기엔 기본급 외에 가족수당과 직급보조비, 정액급식비도 포함됐다. 이 위원장과 갈등으로 지난 7월 사퇴한 조대환 전 부위원장(여당 추천)은 6천81만 원을 받았다.
특조위, ‘돈 잔치냐’ 국민적 비판 거세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활동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닐까? 출범 준비 때부터 진통을 겪은 특조위의 공식 활동 개시일과 활동기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여야간 특조위 활동기간을 둘러싼 논란과 맞물려 월급 소급 지급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7조는 위원회 활동 기간을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이내로 잡고 위원회 의결로 6개월 이내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특조위에 보장된 조사 활동 기간은 최장 1년 6개월인 셈이다. ‘구성을 마친 날’을 언제로 볼지를 놓고 여야 간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세월호특별법이 시행된 올해 1월부터 18개월 시점인 내년 6월말 특조위 활동이 종료된다고 보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특조위는 민간 조사위원들이 임명돼 인적 구성이 마무리된 7월 중순을 구성을 마친 날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해수위 소속 한 새누리당 의원은 “특조위가 사실상 8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주장하면서 상임위원들이 결과적으로 1월부터 월급을 받은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며 “이런 맥락이라면 1월부터 활동기간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늦어진 것은 정부 여당이 세월호특별법에 부합하지 않는 시행령을 만드느라 시간이 지체됐기 때문”이라며 “상임위원들의 월급과 활동기간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현재 야당 의원 7명이 특조위 활동 기간 자체를 6개월∼1년가량 연장해주기 위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조대환 전 부위원장 "특조위는 해체해야”
월급 소급 지급과 관련해 검사 출신인 조대환 전 부위원장(겸 사무처장)은 최근 A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나는 위원들만으로도 충분히 활동이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설득해 왔다”며 “그러나 직원과 예산이 갖춰져야 활동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고의적으로 거리 투쟁 등 직무를 유기한 사람들이 급여를 수령한 것은 모순(矛盾)”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위원장은 이석태 위원장과 서로 비난하며 날카롭게 대립해왔다. 그는 지난 7월 13일 이 위원장의 사퇴와 특조위 해체를 주장하며 ‘결근투쟁’을 선언했고, 이 위원장은 이런 조 부위원장의 행동을 ‘일탈(逸脫)’로 규정했다. 조 부위원장은 “위원장 등 일부 위원들이 수시로 유가족 혹은 그 배후지원세력인 사회단체와 접촉하고 유착하고 있다”며 정치·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주장도 폈다.
또 5월부터 진행한 특조위의 별정직 민간 전문위원 채용과 관련해서도 “위원장이 독재해 결과적으로 사회단체 출신으로 채워져 특조위의 독립성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조 부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는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 인사인 조 부위원장이진보 성향의 이 위원장과 애초에 섞이기 어려운 정치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었기에 갈등은 충분히 예고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 부위원장이 “그동안 특조위 업무를 처리하면서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사들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합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다수결’, ‘위원장 권한’으로 인해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은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과 이념 갈등에 조직 운영방식의 이견이 결합해 결근 투쟁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농해수위 소위, 내년 예산 배로 증액
국회 농해수위 예산결산심사소위는 지난 10월 24일 특조위 내년 예산을 정부안보다 배가량 증액시겼다. 소위는 밤샘 심사를 거쳐 내년 특조위 예산 규모를 특조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122억4천만 원으로 정했다. 이는 특조위 당초 요구안(198억7천만 원)에는 못 미치지만 정부안(61억7천만 원)보다는 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특조위는 활동 기간을 내년말까지 잡고 1년치 예산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세월호특별법상 활동기한이 내년 6월말까지라고 보고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바 있다. 소위는 특조위가 인양선체 정밀조사를 위해 신청한 예산 48억8천만 원이 기재부 심사단계에서 전액 삭감됐지만 이중 19억9천만 원을 배정했다. 소위는 인건비, 운영비 등의 경우 일간 6개월 활동 기준으로 배정하되 특조위 활동기간이 연장될 경우 이들 경비를 증액하도록 하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특조위는 직원들의 체육대회·동호회 활동 비용 등도 예산안에 포함시켜 논란을 가중시켰다.
특조위가 기획재정부에 올해 예산으로 요구한 160억 원 가운데 직원 체육대회 개최비용 252만 원, 동호회 지원 비용 720만 원, 전체 직원 생일기념 소액 경비 655만 원 등이 포함돼 있다. 특조위는 이 밖에도 일부 직원에게 지급되는 명절휴가비로 1인당 139만∼221만 원, 연가보상비로 1인당 78만∼194만 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복지비로 연간 70만 원을 배정했다.
특조위 예산안에 ‘직원 생일비용’ 등 포함
이를 두고 최대 1년 6개월 안에 세월호 참사 규명을 위해 조사활동에 핵심역량을 집중해야 할 특조위의 예산 배정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조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꾸려진 조직인 만큼 목적에 맞지 않는 과다한 지출이 없도록 예산을 아껴 써야만 한다는 의미다.
특조위 활동 시작을 언제로 볼 것인지는 1년 6개월의 특조위 활동 기간 종료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와 관련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8개월 월급 수령’을 두고 여야 간, 정부와 특조위 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