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친박 최경환 ‘개헌론’ 논의 공론화 속내
[밀착취재]친박 최경환 ‘개헌론’ 논의 공론화 속내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11-09 10:08
  • 승인 2015.11.09 10:08
  • 호수 1123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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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비박계 의원들이 주도하던 개헌논의가 친박으로부터 나오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며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친박계의 핵심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들고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부총리 역시 작년만 해도 ‘경제’를 내세워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최 부총리가 여의도 복귀를 앞두고 개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박 대통령과 사전 교감 후 나온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특히 대통령은 외치만 담당하고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총리가 실제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경환 발 개헌 공론화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 ‘반쪽 대통령  반기문 - 실세 총리 친박계’ 급부상
- 포스트 朴 부재 이원집정부제로 권력 분점 노린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sbs 미래한국리포트에 나와 사실상 비박과 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개헌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과거의 정부는 문제해결 방식이 매우 단순한 방정식이었지만 지금은 고차방정식으로 해결이 어렵게 진화되고 있다”며 “최근 20년 이상이 (대통령제)5년 단임제였는데,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개헌’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의 정부는 절대빈곤 탈출 등과 같이 정책목표가 단순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목표, 가치관, 이해관계가 있어 문제를 풀어내는 난이도가 높아진다”며 “각 경제·사회주체들의 타협 경험은 부족하고, 지나친 이념논쟁과 지역주의, 이기주의가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준다”고도 했다.

‘부정적’이던 최경환 ‘개헌’ 공론화 나서

이뿐만이 아니다. ‘신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다음날인 5일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 최고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농어촌 선거구가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원제로 갈 수밖에 없다. 헌법 개정해야 한다”며 “지역대표성,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대의정치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양원제로 가야하는데 그것은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 부총리의 개헌 발언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동안 개헌논의는 ‘비박계’의 김무성 당 대표를 비롯해 ‘개헌의 전도사’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가 주장해오던 핫이슈였다. 하지만 현재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의 블랙홀’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 친박계의 핵심이자 12월 여의도 복귀를 앞두고 있는 최 부총리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최 부총리의 개헌 발언 배경으로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경제발전에 박 대통령과 함께 최 부총리가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국회로 복귀할 그로선 박 대통령 다음으로 경제 파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향후 정치를 하는 데 족쇄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인사는 “이에 현행 5년 단임제 즉 정치 권력구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논리를 내세워 ‘경제 망친 부총리’라는 이미지를 벗으려고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개헌 필요성’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 3분 2이상이 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슈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 부총리로서 ‘책임 면피용’으로 꺼내들기에는 개헌이라는 이슈가 상당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개헌 공론화’가 곧 임기 후반기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조기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박 내에서는 ‘금기어’로 취급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가 개헌 공론화에 직접 나선 것은 더 정교한 정치방정식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외형상 새누리당은 보수정당으로서 10년 동안 집권을 해오고 있다. 만약 내후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는다면 15년을 잡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재집권이 쉽지 않다. 국민적 피로감은 둘째치고 여권내에는 DJ, JP, YS처럼 탁월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인물이 부재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2인자를 키우지 않는 탓’도 한몫하고 있다.

친박 개헌 공론화 숨겨진 노림수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해 권력 분점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 5년 단임제하에서 재집권 가능성이 낮다면 차라리 통일·외교·안보는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이 맡고 국회에서 지명한 총리는 행정부 수반뿐만 아니라 법률안 제출권, 예산편성권, 행정입법권을 주자는 것이다.

대통령을 국민들이 뽑지만 ‘얼굴 마담’이고 실제적인 권력은 총리에게 부여하자는 것이다. 만약 야권에서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도 의회권력을 장악하는 쪽에서 총리를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선 매력적인 카드다. 김무성 대표가 ‘개헌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면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라는 방향을 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전제는 내년 치러질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석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 현재 구도라면 여당의 개헌에 대한 공론화 의지는 야당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교수는 “총선에서 야당이 지리멸렬해서 100석도 못 얻으면 개헌선이 돌파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에서는 내년 총선 의석 목표를 180석으로 잡고 있다. 여권은 소수당이 반대하면 법안 통과를 어렵게 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고자 한다. 여당 힘만으로 개정하는 필요한 의석이 180석이다. 한 발 더 나아가 20석만 더하면 개헌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까지 가능하다. 여당 국회의원이 19대보다는 20대 총선 이후 개헌을 하자는 속내도 이해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반기문-총리 친박’ 친박계 시나리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얼굴마담’으로 반 유엔사무총장만 한 인물이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권력욕이 없는 반 총장이지만 ‘세계 대통령’으로서 지위와 ‘충청대망론’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절묘한 카드다. 이미 박 대통령은 9월 유엔을 방문해 반 총장과 일곱 차례나 만나면서 ‘반기문 대망론’을 재차 촉발시키기도 했다. 친박 내에서는 내치를 제외한 외치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출마를 할 경우 당선은 따논 당상이라는 관측이다. 그리고 실제적인 권한은 친박계 인사가 담당할 경우가 최상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결심이다. 최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개헌발언 배경에 박 대통령과 사전 교감설이 나오고 있지만 확인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현재 권력인 박 대통령이 반대할 경우 개헌 추동력은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운 점을 들며 박 대통령이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적어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부정하지 않는 세력이 집권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헌에 대한 사고가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임기말 레임덕’을 가속화시킨다는 반대 논리도 거꾸로 ‘레임덕을 막아준다’는 긍정적인 반박도 나오고 있다. 즉 집권 후반기 통상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고 차기 주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 ‘개헌카드’ 총선이후 꺼낸다?

그러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부상할 경우 차기 주자들도 새로운 권력구조하에서 대통령 혹은 총리로 도전해야 해서 개헌에 올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여야 국회의원 150명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개헌에 부정적이던 박 대통령과 친박계 인사들이 동참한다면 내년 총선 이후 개헌론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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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나

- 대통령·국회의원 과반 이상 참여해야 발의

일단 개헌을 하기 위해선 헌법개정안에 대한 발의를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나 입법기관인 국회의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의 참여 시에만 발의된다. 발의 후 20일간 공고하고 60일 이내의 국회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표결은 재적의원의 2/3이상이 동의해야만 가결처리 된다. 재적의원이란 국회 출석여부에 상관없는 모든 국회의원 수 즉 299명 중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단 부결될 경우 수정 통과는 안 된다. 국회 가결 이후 30일 이내 선거권이 있는 국민 과반이 참여하고, 그 중 과반이 동의해야 하고 국민적 동의가 없을 경우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총 9회의 개헌이 있었으며, 마지막 개헌은 1988년이었다. 1차는  1공화국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  대통령을 국회에서 뽑는 간선제에서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변화했다. 2차 역시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로  초대 대통령에 한하여 횟수에 상관없이 연임가능하도록 사사오입으로 개헌을 통과시켰다. 3차는 2공화국 장면 내각시절로 내각 책임제로 개헌이 돼 양원제 중심의 국회 구성을 시도했다. 그러다 3공화국에 들어서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통령 중심제-국회 단원화로 개헌됐다.

6차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3선 개헌이 이뤄졌고 급기야 4공화국 시절 유신 헌법이 들어섰다. 당시 국회의원 1/3을 대통령이 선정한 단체에서 뽑고,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 등 막대한 권력을 손에 쥐게 됐다. 5공화국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8차로 대통령 단임 7년, 간선제로 바뀌어 ‘체육관 선거’로 치러졌다. 9차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로 단임 5년제에 직선제로 됐다가 87년 6월 항쟁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6.29선언에 의해 현행 5년 단임제로 개헌됐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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