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정국 활용…대통령과 대립각 세우며 결집 시도
교과서 정국 활용…대통령과 대립각 세우며 결집 시도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11-09 09:52
  • 승인 2015.11.09 09:52
  • 호수 1123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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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총선 전에 결론 날까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막을 내린 10·28 재보선 이후 문재인 대표가 다시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4·29 재보선에 이어 다시 문재인의 리더십에 큰 구멍이 생긴 만큼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결단을 내리라는 당내 비주류의 요구가 거세다.

문 대표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만일 내년 총선 이전에 당권을 내려놓으면 차기 대권 가도에서도 중도 하차할 수 있다. 장외의 손학규 전 대표가 복귀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지세를 확산하는 가운데 안철수 의원이 비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 문 대표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진다. 과연 내년 총선이 문재인 대표 체제로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까.

현재 호남을 중심으로 한 당내 비주류는 ‘문재인 퇴진’에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호남 지지율이 바닥을 친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 간판으로 출마했다가 ‘천정배 신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에게 줄줄이 패배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표 퇴진을 위한 비주류 의원들의 단체행동도 조만간 봇물이 터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파 의원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의원 모임)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 모임엔 손학규·김한길계 의원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민집모’ 회원들은 문 대표가 10·28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11월 2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다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가 당초 5일에서 3일로 앞당겨지는 바람에 성명서 발표는 일단 연기됐다.

‘민집모’ 멤버를 중심으로 손학규계 의원 18명은 같은 날 저녁 이낙연 전남지사 주재로 대규모 만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자나 깨나 손학규’라는 건배사가 나온 이날 모임에선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 방안이 논의됐는데, 이는 곧 문재인 대표 체제의 붕괴를 전제로 한다.

비주류 의원들은 ‘교과서 정국’이 일단락되면 대오를 재정비해 문재인 퇴진 운동에 본격 돌입할 태세다. 일부 의원들은 연이은 재보선 참패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공천 룰 논의를 위한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호남의 상징인 박지원 의원도 비주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이어서 상황에 따라서는 ‘문재인 퇴진론’이 조만간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표는 자신에 대한 퇴진압력을 ‘소수의견’으로 몰아붙이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총궐기론’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 비주류 일부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퇴 요구가 나오자 “퇴진하라는 사람은 소수 아니냐. 다수는 그런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공 드라이버를 걸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역설적으로 문 대표에게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역사 왜곡’ 시도에 맞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도 보폭을 맞추며 온 몸을 던지고 있는데 비주류가 당내 문제로 전투력을 분산시키지 말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박 대통령이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을 강한 어조로 밝히자 즉각 대국민성명을 내고 반박한 것도 교과서 정국 전선을 ‘박근혜 VS 문재인’ 대결 구도로 몰고 가려는 시도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까지 교과서 정국이 쭉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확정고시 발표를 전후해 1차 투쟁을 벌였다면 집필진 구성 단계에서 2차 투쟁을 벌이며 여야 긴장관계를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 대표가 자신의 당권 사수를 위해 교과서 정국을 활용할 경우 당내에서 뿐만 아니라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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