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CEO A씨 마약 극도로 중독 부인·내연녀까지 중독자 만들어

돈·섹스·마약 트라이앵글 갇힌 화이트칼라 유학파들 마약 쉽게 입수
마약상인 통해 다양한 종류의 마약 다량 구입 일반인 사이 쉽게 확산
윤지환 기자 = 신종 마약의 국내 밀반입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 뿐 아니라 직장인 사이에서도 마약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희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약류사범 집중단속을 전개해 47명을 처벌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들은 전문 마약상인을 통해 마약을 구입하기도 하고 해외 거주하는 지인들에 부탁해 전달 받기도 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법 당국에 따르면 최근 유통되는 신종마약의 경우 여러 형태로 가공되고 위장되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 대학가 등지에서는 여러 종류의 마약과 환각제가 유통되고 있어 대학생 뿐 아니라 직장인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악마의 그림자’는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일명 ‘화이트칼라’ 계층의 마약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마약사범들을 살펴보면 이런 추세가 여실히 드러난다. 코스피 상장사 대표, 필로폰 밀수한 유학파, 대형기획사 대표 등 다양한 계층이 포함돼 있었다. 취급한 마약도 필로폰, 코카인, 엑스터시, 대마 등 전통마약에서 신종마약까지 매우 다양했다.
또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주변 사람들까지 중독되게 하는 확산성도 심각하다. 부인과 내연녀를 중독자로 만든 부동산 코스피 상장사 대표 조모(48)씨가 그 예다.
조씨는 2005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내연녀 등과 함께 서울 강남의 자택과 사무실 등지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2005년 미국에서 귀국한 지인을 통해 히로뽕을 처음 접한 조씨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히로뽕을 찾았다.
주변인들에까지 확산
전문경영인인 A씨는 여러 회사들을 순차적으로 운영해 오면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거듭났지만 마약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조씨는 마약류에 극도로 중독돼 정상적인 회사경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의 경영권을 타인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집에서 히로뽕을 투약하다 동거 중인 내연녀에게 들켰다. 내연녀는 투약을 하지 말라고 말렸다. 하지만 조씨의 “처음에는 무섭지만 한번 해보면 좋아 할 것”이라는 말에 현혹돼 함께 환각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조씨는 내연녀 뿐 아니라 아내도 마약의 늪으로 끌어들였다. 조씨는 내연녀와 헤어지고 원래 결혼한 부인에게 돌아갔으나 여전히 마약을 끊지 못했다. 그리고 내연녀에게 했던 것과 같이 부인도 유혹해 중독자로 만들었다. 최근 조씨를 구속기소한 검찰은 그의 부인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조씨의 내연녀는 이 때문에 2009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적 있다.
유명 대형 연예기획사 전 대표 이모(44)씨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남의 자택에서 필로폰과 코카인 등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탤런트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도 했으나 마약 때문에 무너졌다. 이씨는 2004년 태국 방콕의 유흥업소에서 대마를 처음 접하고 점차 마약에 빠져들었다. 지난해 12월엔 미국의 사업파트너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히로뽕과 코카인을 받았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중독자가 됐다. 이씨는 졸음을 쫓고 조찬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히로뽕을 투약하기도 했다. 히로뽕은 수면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과거 집행유예됐던 경제범죄가 있어 이번 마약 투약 사건으로 가중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마약 때문에 아내와도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층 엘리트층 마약에 푹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이들 중 일부는 '마약 펀드'까지 만들어가며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 스포츠협회장 출신 인사의 아들인 김모(27·국적 호주)씨는 유학 시절 알게 된 부유층 친구 7명과 함께 100만∼400만 원씩 모아 펀드를 만들어 대마를 밀수했다.
김씨 등은 국내에선 대마를 구하기 힘들고, 특히 미국에서 유통되는 대마의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 항공비 숙박비 구매대금 명목으로 일인당 100만~400만 원씩 총 1750만 원 상당의 ‘마약펀드’를 조성, 대표로 한 명을 미국에 보낸 뒤 대마를 직접 밀수해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2009년부터 작년 말까지 미국에서 3차례에 걸쳐 대마 700g을 들여와 나눠 피웠다. 이에 검찰은 김씨를 포함해 2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국내 유명금융회사인 A은행 창업멤버의 아들인 안모(39)씨는 지인 이모(33)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무심코 마약사업에 참여했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미국과 영국 등 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뒤 국내에 입국, 회사를 다녔던 이씨는 “히로뽕 밀수자금을 대주면 빌린 돈을 갚겠다”고 안씨를 설득, 300만 원을 받았다. 그 후 안씨는 자신이 직접 속옷에 히로뽕을 숨기는 방식으로 밀수에 참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류사범들은 과거 은밀히 마약을 건네던 것과는 달리 관광·업무차 외국 방문시, 국내 방문한 외국인들로부터 받는 등의 방법으로 쉽게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화이트칼라 계층 마약사범을 집중 단속해 16명을 구속기소하고 3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