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지 80대 노인 결국 황혼이혼
스크루지 80대 노인 결국 황혼이혼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08-08 13:41
  • 승인 2011.08.08 13:41
  • 호수 901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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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수술 받은 아내에 “보험금 전액 내놔”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신의 친형과 장애 2급 조카 돌보게 하면서도 금전에 인색
보험수익자 바꿔 달라 요구…거절하자 “내 집에서 나가라”


최은서 기자 = 14억 원대 자산을 가지고도 아내의 보험금까지 탐낸 80대 남성이 아내에게 위자료와 재산분할 금으로 수억 원을 지급하게 됐다. 이 남성은 과거 이미 세 차례 결혼했으나 사별과 이혼으로 헤어진 후 4번째 결혼한 뒤에도 금전에만 집착하는 인색한 태도로 결혼생활 내내 갈등을 겪었다. 결국 이 남성은 자신을 간병하다 뇌수술을 받은 아내에게 보험금 문제로 폭언을 하는 등 가부장적이고 권위적 태도로 갈등을 빚어오다 황혼이혼을 당했다.


서울에서 임대업을 하던 A(80)씨는 B(65·여)씨와 2년간 교제하다 1997년에 재혼했다. 결혼 이후 A씨는 지난해 4월 B씨와 별거하기 전까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고 아내의 희생을 강요했다.

생활비 사사건건 간섭

A씨는 서울의 빌딩과 아파트 등 자산이 14억 원에 이르렀지만 아내에게 매달마다 주는 생활비는 110~120만 원이었다. A씨는 아내가 1만 원이 넘는 물품을 구입하면 일일이 자신이 확인한 후 결제하기도 했다.

A씨는 또 자신의 친형과 장애 2급인 조카를 돌보게 하면서도 “생활비가 부족하니 더 달라”는 아내의 요구를 번번이 묵살했다. A씨는 아내가 자신의 빌딩 청소와 관리를 도맡은데다 자신의 첫 번째 아내와 형수의 제사까지 지내줬지만 금전 문제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인색하게 굴었다. A씨는 수시로 아내가 지출하는 한 달 반찬값을 점검하며 “반찬값이 30만 원도 안 되는데 생활비가 왜 부족하냐”며 오히려 아내를 타박했다.

A씨는 아내의 외출도 일일이 참견했다. A씨는 운동 삼아 골프연습장을 다니는 것 외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아 아내가 하루 3번 식사를 차려줬는데, 아내가 외출하면 화를 내고 말을 걸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내는 A씨의 눈치가 보여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이 뿐 아니었다. A 씨는 자신이 주는 생활비 중 일부가 아내 명의의 보험금으로 납부되는 것을 아깝게 여겨 “보험을 해지하라”고 강요했다. 결국 아내는 사별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둔 딸과 상의해 2008년경부터 딸이 대신 보험료를 납부해주게 됐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직장암 수술을 받게 되자 돈이 아깝다며 간병인을 쓰지 못하게 해 건강이 좋지 못한 아내가 A씨를 간병해야 했다.

보험금 놓고 다투다 별거

A씨가 퇴원한 후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된 아내는 2009년 말 뇌수술을 받게 됐다. 당시 A씨는 아내의 병원비로 1400만 원을 지출했다. 뇌수술을 받은 아내는 친구의 간호를 받으며 요양하던 중 병원비 명목으로 남편에게 350만 원을 건네줬다.

이후 A씨는 아내의 보험설계사와 통화하던 중 사망 수익자가 아내의 딸로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자 계약자와 수익자를 모두 자신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또 아내 뇌수술 비용으로 보험금 2000만 원이 나오자 보험금을 탐냈다. 아내는 2000만 원 중 1100만 원을 A씨에게 병원비 명목으로 주고 나머지 돈은 딸에게 주려고 했다. 이에 A씨는 보험금 전액을 내놓으라며 “2000만 원을 주겠으니 이혼하고 나가라” “네가 좋아하는 딸네 집에 가서 살아라” “여기는 내 집이니 나가라”고 폭언을 하며 다그쳤다. 보험금 문제로 A씨와 갈등을 겪어오던 아내는 참다못해 지난해 4월 집을 나와 약 11개월 간 별거하게 됐다.

아내는 결국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인색했던 A씨와 이혼을 결심하고 위자료와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과정 중 A씨는 “아내가 뇌수술 후 미약해진 판단능력으로 제3자의 사주를 받아 재산을 노리고 이혼청구를 하고 있다”며 아내를 비난했다. A씨는 또 아내와의 혼인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별거 이후 아내에게 생활비나 병원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A씨와 아내 모두 별거 이후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박종택)는 “두 사람 모두 별거 이후 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고, 별거 기간이 11개월에 이르는 등 부부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혼인관계 파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특히 A씨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아내를 통제하고, 금전에만 집착하는 인색한 태도로 갈등을 일으켰으며 보험금 문제로 폭언해 아내에게 상처를 준 점 등을 고려하면 혼인관계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A씨에게 있다”라고 판결했다.

A씨는 “내 전 재산은 B씨와 혼인하기 전에 형성된 것이라 재산 분할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B씨가 고령의 나이에도 가사를 전담하고, A씨를 간병하다 건강 악화에 이른 점 등을 참작해 A씨는 B씨에게 위자료 2000만 원과 재산분할금 3억3000만 원을 지급한 뒤 이혼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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