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인 A(45)씨는 1994년 지인의 소개로 B(48)씨를 만나 동거를 하다 1997년 혼인신고를 마쳤다. 부부는 1998년과 2002년에 아이를 낳았다.
결혼한 지 14년이 된 2009년 8월경 A씨는 “B씨가 전남편과 1남1녀의 자식을 버리고 A씨와 결혼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받게 됐다. A씨는 투서 내용을 아내에게 물어봤으나 B씨는 “부녀회 일로 다른 여자가 나를 음해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의심을 거두지 않은 A씨는 아내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어 아내가 자신과 결혼생활 중이던 2006년 협의이혼 신고가 됐으며,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두 자녀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B씨가 여러 차례 임신중절 수술을 한 것과 2002년에 태어난 아이가 두 달 만에 질식사고로 숨진 것 모두 B씨가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라고 의심하게 됐다.
A씨는 결국 아내에게 협의이혼을 요구했으나, B씨가 협의이혼 절차를 미루자 지난해 3월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4부(한숙희 부장판사)는 “A씨가 초혼이고, 혼인 당시 아내보다 3살 아래였던 점 등에 비춰 아내의 이혼과 두 명의 자녀까지 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행법상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가명을 사용하는 등 적극적 기망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과,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14년간 지속되어 혼인의사결정 과정 문제가 상당부분 희석된 점 등을 고려해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14년간의 혼인기간과 A씨가 가사를 전담하면서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가계를 도운 점, A씨의 예상퇴직금 등을 고려해 재산 분할 비율은 50대 50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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