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
인터뷰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08-08 13:32
  • 승인 2011.08.08 13:32
  • 호수 901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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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는 전형적 님비현상”

서울역에 노숙인은 있을 수 없다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강제퇴거
시설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회전문 현상…주거정책으로 바뀌어야


최은서 기자 =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오는 22일부터 서울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퇴거시키기로 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번 방침은 당초 지난 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폭염과 폭우를 고려해 연기 됐다. 또 이번 연기 방침은 구체적 조치마련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코레일은 서울역에서 노숙인 관련 민원이 급증함에 따라 노숙인 강제 퇴거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홈리스행동 등 20여 개 시민단체는 서울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를 규탄했다. [일요서울]은 지난 2일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를 직접 만나 시민단체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 상임활동가는 이날 인터뷰에서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를 22일로 연기한 것은 극단적 폭력을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며 “언론이나 여론 뭇매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변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접적 압박 취하고 있다”

그는 코레일 측의 노숙인 강제 퇴거 연기 조치는 ‘노숙인은 서울역에 있을 수 없다’는 학습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퇴거 유예기간 동안 노숙인들은 ‘더 이상 나는 서울역에 머물 수 없다’는 자기인식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런 학습효과로 인해 코레일 측이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노숙인의 절대 다수는 서울역을 떠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임활동가에 따르면 300여 명에 이르는 서울역 노숙인의 대다수는 ‘서울역에서 머물기 힘든 물리적 조건’과 ‘위압적 분위기’로 인해 서울역 밖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서울역은 냉방을 전혀 하지 않고 서울역 내 텔레비전도 오후 10시 30분 이후에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모두 끈다”며 “철도특별사법경찰대와 특수경비용역이 서울 역 내에 상주하면서 노숙인을 주시해 위압적이고 공안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물리적인 폭력만이 강제가 아니다. 노숙인이라는 특정 집단은 서울역에 있을 수 없다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강제퇴거다”라며 “냉방을 하지 않는 등 간접적 압박을 취하는 방식으로 노숙인이 서울역에서 노숙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22일 쯤엔 좀 더 강압적 방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퇴거해도
또 다른 민원 발생돼


서울역 노숙인의 분위기도 경직되어 있다.

이 상임활동가는 “노숙인들은 강제 퇴거와 같은 집단적 이주방식에 대해 100%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노숙인들은 노숙인을 서울역에 위해를 가하는 사람으로 보는 인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상임활동가는 강제 퇴거 방침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들이 제기하는 노숙인 관련 민원은 노숙인이 노숙생활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해결될 수 없는 민원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노숙인을 서울역 바깥으로 내몬다고 하더라도 서울역 바깥에 존재하는 집단에게는 또 다른 민원을 발생시키는 것”이라며 “예컨대 서울 광장을 관할하는 중구청이나 서울메트로로 민원이 다시 옮겨가게 되는 것으로 서울역 강제 퇴거는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코레일의 이번 정책은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다”며 “서울역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숙인을 역 밖으로 내 모는 것으로, 서울역에서 강제 퇴거된 노숙인은 광장과 지하철에서 노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코레일 역시 정부와 지자체와 함께 노숙인이 노숙을 벗어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레일은 서울역을 철도 이용객을 위한 공간일 뿐 노숙인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는 경직된 생각을 갖고 있다”며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인 이상 사회공헌 역할을 해야 한다. 해외 사례만 보더라도 국철이나 지하철 등이 노숙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노숙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 이뤄져야


서울시는 최근 ‘노숙인 자유카페’를 대책으로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이 상임활동가는 “자유카페는 거리노숙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시설이라는 매개체를 거치지 않더라도 거리 노숙인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자유카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노숙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서울시나 복지부의 노숙인 기조는 시설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시설인 쉼터는 개인별 편차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대다수 노숙인에게 맞지 않는 것”이라며 “주거 정책의 한 유형으로 쉼터와 같은 시설 정책이 들어가야 한다. 쉼터의 경우 알코올중독자, 중증·경증 장애인 등 특수한 집단, 특수 욕구를 갖고 있는 집단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임활동가에 따르면 시설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회전문 현상이다. 그에 따르면 노숙인들은 A쉼터→B쉼터→C쉼터→거리 순으로 10~20년 간 거리노숙을 지속한다고 한다.

그는 “노숙인의 탈노숙률이 얼마냐 되는냐에 대한 통계나 노숙인들이 쉼터 퇴소 이후 거주 이동경로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노숙인 정책은 거처 중심으로 하는 주거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임활동가는 “노숙인들이 점진적으로 탈노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시설을 강제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독립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강제퇴거 이후 후속대책이 아닌 전반적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양한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들이 충족되지 않고 장기화 될 때 드러나는 현상이 노숙이다. 지금과 같이 규범과 질서를 다루는 철도특별사법경찰대, 특수경비용역과 노숙인이 만나고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코레일 측이 사회복지사를 고용하는 등 전문화된 상담 등을 연계하면 노숙의 장기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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