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 위해‘순환경제’ 실천하는 기업들
지속가능경영 위해‘순환경제’ 실천하는 기업들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 입력 2015-11-02 11:05
  • 승인 2015.11.02 11:05
  • 호수 1122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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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줄이려 친환경 포장재 속속 개발
컴퓨터 포장재를 스티로폼 대신 밀짚으로

[일요서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지속가능경영(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CSM)이 현대 기업 활동의 중요 화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국내 대기업들도 해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이란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라는 의미로 한마디로 ‘미래 유지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웬만한 기업이면 하나같이 사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 전담 부서를 두고 있는 것은 CSM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CSM의 여러 측면 가운데 자원 절약과 재활용에 중점을 두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실천과 관련해 제조 기업들이 특히 신경을 쓰는 것으로 포장재의 개선을 들 수 있다.
상품 포장은 쓰레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제조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포장재로 인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나아가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 즉 자연 상태에서 썩는 소재로 대체할 수 없을까를 놓고 고심해 왔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부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짚, 과일·나무껍질, 대나무 같은 자연 소재를 포장재로 활용하는 연구가 눈길을 끈다.

자연소재 포장재 활용 늘어

세계최대 컴퓨터 제조회사 가운데 하나인 델(Dell)은 지난해 자사의 지속가능한 포장재료 목록에 밀짚을 추가했다. 델의 경쟁사인 휴렛패커드도 최근 비슷한 움직임에 착수했다. 델은 이미 컴퓨터 포장재로 대나무와 버섯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년에 걸쳐 물류 과정에서 포장재를 8900톤 넘게 제거했으며, 이 과정에서 18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 델은 오는 2020년까지 ‘쓰레기를 일절 남기지 않는 포장재’를 전면 도입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 회사의 포장재 구매 책임자인 올리버 캠벨이 《가디언》에 밝힌 바에 따르면, 델은 현재 2020년 목표에 58% 접근한 상태다. 델이 포장재 혁신과 관련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대나무와 버섯 같은 생분해(生分解) 소재를 가공 처리할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캠벨에 따르면 포장에 신소재와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렇기 때문에 포장혁신은 델에서 연구개발(R&D)의 좋은 시험대가 되었다. 델은 포장재를 대나무에서 밀짚으로 바꾸면서 비용을 적지 않게 절감할 수 있었다.

포장재를 인공물에서 생분해 소재로 바꾸는 것은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 캠벨에 따르면 델의 컴퓨터 포장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8주다. 출고 후 유통과정에서 평균 8주가 지나면 포장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컴퓨터 포장재로 널리 쓰이는 스티로폼은 석유로 만든다. 그런데 석유는 지하 깊은 곳에 묻힌 나무가 수십억 년 만에 탄화되어 생긴다. 캠벨의 설명에 따르면 수명이 8주인 스티로폼을 제작하려고 수십억 년 묵은 땅속 나무를 사용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비율’이 맞지 않다. 좀 더 비율이 낮은 다른 포장재가 필요하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땅 속이 아니라 땅 위에 서 있는 나무다. 나무는 통상 15년이면 자란다. 15년은 주(週)로 환산하면 780주다. 780주를 컴퓨터 포장의 평균수명인 8주로 나누면 대략 100대 1이 된다. 그런데 대나무는 일반 나무보다 생육기간이 더 짧아서 5년이면 다 자란다. 대나무 생육기간을 컴퓨터 포장 수명으로 나누면 19대 1이 된다. 따라서 나무 대신 대나무를 쓰는 것이 환경적으로 더 낫다.

음료업체 코카콜라 또한 자사의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담을 포장 상자의 소재로 식물줄기, 나무껍질, 과일껍질 같은 친환경 물질의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 음료제품 생산과 관련하여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줄이겠노라고 공약해 놓은 상태다. 코카콜라의 순환경제 실천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재생가능하며 재활용되는 물질을 콜라병 등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콜라병 등을 담을 포장 상자의 소재를 현재의 플라스틱에서 생분해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코카콜라는 사탕수수를 가공하고 남은 찌꺼기를 포장 재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볏짚을 활용하는 방안을 시험 중이다. 옥수수 대와 껍질을 포장재로 활용하는 것도 연구 중이다.

찌꺼기의 찌꺼기 재활용

덴마크의 맥주회사 칼스버그는 지속가능경영을 대단히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덴마크 곳곳에는 칼스버그 맥주 ‘역(逆) 자동판매기’가 3000대 설치되어 있다. 이 기계는 칼스버그 맥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쓰고 난 칼스버그 맥주병이나 깡통을 거둬들인다. 이 기계에 빈 병이나 깡통을 넣으면 돈이 나온다. 하루에 300만 개의 빈 병이나 깡통이 이 기계를 통해 수거된다. 이 기계 덕분에 칼스버그 맥주 깡통의 90%, 맥주병의 근 100%가 칼스버그로 회수되어 재활용된다. 칼스버그는 CSR 차원에서 맥주병과 맥주깡통의 무게를 줄이는 데 주력해 왔다. 그래야만 맥주 용기 제조과정에서 그만큼 에너지를 덜 써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이 회사는 지난 20년 사이에 맥주병 무게를 30% 줄였다. 그 과정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맥주병 제조원가가 내려가는 부수적인 이득도 얻었다. 칼스버그의 CSR 책임자 시몬 호프마이어 보아스는 “우리 회사에 있어 지속가능성 또는 CSR은 사업 그 자체이며 결코 사업과 분리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라고 《CNN》에 밝혔다.

맥주 원료인 보리에서 맥주를 담는 용기인 병(甁)까지 모든 공정은 이 회사의 R&D 부서에 의해 지속가능성 기준에 맞는지 엄격하게 관리된다. 수소이온농도(PH) 지수를 개발한 칼스버그 연구소는 2010년 ‘눌 록스(Null Lox)’라는 새로운 보리 품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품종은 더 좋은 거품을 만들고 맥주의 신선도를 전통맥주보다 더 오래 유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칼스버그 연구소의 브리지트 스카드후에 소장은 “이에 따라 눌 록스 맥주를 가게에서 더 오래 진열할 수 있기 때문에 쓰레기를 줄인다”고 말했다. 칼스버그에서는 보리 겉껍질을 발효시켜 메탄가스를 만들어 이를 에너지로 활용한다. 이렇게 해서 생긴 메탄가스는 칼스버그 맥주공장에서 필요한 열에너지의 90%를 담당한다. 이 회사는 심지어 찌꺼기의 찌꺼기까지 활용하고 있다. 보리 겉껍질을 발효시키고 남은 찌꺼기를 보리밭에서 천연 비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scottnearing@ilyoseoul.co.kr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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