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획득을 위한 카드가 모두 공개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 총수들은 사회공헌과 상생을 핵심키워드로 제시했다.
신동빈 회장과 박용만 회장은 면세점 특허 획득을 위해 사재 출연이라는 파격책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정책들의 실현 가능성과 사후 이행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SK, 롯데, 두산, 신세계 특허 획득 청사진 모두 공개
상생공약·이익환원 등 통큰경쟁…“누굴 위한거냐?”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 있어 각 회사들의 사회공헌 계획보다는 이행 가능성 평가가 중요하다”며 “현행 평가기준은 과거 실적은 차치하고 거창한 미래 계획만 놓고 평가할 뿐 정작 특허를 취득하면 이행 수준에 대해서는 확인조차 안해 현재 기준은 논란만 낳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권 팀장은 “실제로 롯데의 경우 매출액의 0.005%~ 0.007%란 아주 미미한 부분만을 기부금으로 썼고 호텔신라의 경우 아예 재무제표 상에서 기부금 항목이 빠져있어 알아볼 수 조차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팀장은 “면세점 특허 신청 기업들이 점수 목적으로 계획을 내면 안된다”며 “정부는 기업들의 계획 이행 가능성을 점검하고 특허를 딴 기업에 대해서는 수시로 점검해 기준에 미달되면 페널티를 줘 반드시 이행토록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환원 약속만 하고 사업권을 챙긴 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 초 ‘갑(甲)질’ 과 ‘비리’ 등으로 공정위 철퇴까지 맞았던 TV홈쇼핑 업체들이 윤리 경영 강화와 협력사 상생 방안을 잇따라 내놨다. 그렇지만 이들 상생방안에 대한 뒷말이 무성한 상태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핀잔이 곳곳에서 나돈다.
뒷말…왜
그렇다면 대기업 총수들이 시내면세점 유치를 위해 사재까지 출연하며 전면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전문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과도한 특혜로 보는 시선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특혜 논란의 핵심에는 관세청에 내는 사업권 수수료가 매출의 0.05%에 불과한 현실이 있다.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특허사업인 시내면세점이 정부에 내는 수수료가 수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특허수수료를 대기업의 경우 현행보다 100배 늘린 5%로 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또한 면세점 시장이 성장성이 크다는 것도 대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2000년 44만 명에 불과했던 입국자수는 한ㆍ중관계 개선 및 중국 경제성장으로 2007년 106만 명에 이르렀다. 가처분소득 증가를 바탕으로 2013년에는 432만 명을 기록해 일본인 입국자수를 가볍게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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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년에는 일본 원전우려 및 반일감정 고조에 따라 쏠림현상이 이어지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초에는 3만9000여 평의 면세점 영업면적으로 인해 이전에 비해 치열한 경쟁구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정부가 이번에는 ‘보여주기’ 식으로 심사만 받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기업들의 ‘일회성 상생’을 근절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면세전략 4人4色 한편 SK와 롯데, 두산, 신세계 등 2라운드 면세점 싸움에 뛰어든 대기업들의 면세점 유치 전략의 공통점은 사회공헌과 상생에 초점을 맞춘다. SK는 SK면세점의 ‘선순환 상생생태계’ 구축을 위해 총 8200억 원의 면세점 투자비 중 2400억 원을 사회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해 1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다.
시내면세점 선정을 앞두고 사회공헌 측면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달 12일 롯데면세점 비전 선포식을 통해 상생 2020을 신 회장이 직접 밝혔다. ‘상생 2020’은 ▲중소 중견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 핵심 추진 과제 등이다. 또한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지키기’에 사활을 걸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1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설립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를 계기로 동대문 상권 발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26일 서울 중구 두산타워에서 상권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정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재단 출범이 하나의 전략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며 “면세점 유치를 위한 노력이 계기가 됐음을 부인하진 않겠지만, 100년이 넘은 기업으로서 기업의 책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유치 결과와 상관 없이 동대문 상권 발전을 완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사업은 ▲동대문 씽크탱크 ▲동대문 마케팅 ▲브랜드 엑셀레이터 등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된다. 민ㆍ관ㆍ학 협력을 통해 동대문 지역발전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
지역 상공인이 동대문 지역 현안과 상권 발전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적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서울 시내면세점을 사회공헌 및 상생 면세점으로 설계키로 했다. 관련 비용만 5년간 총 2700억 원을 집행한다. 본점 신관 맞은편 메사빌딩에 1만200㎡(3080평) 규모의 ‘국산의 힘’ 센터를 설치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대한민국을 홍보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활용한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면세시장의 건전한 경쟁구도를 통해 시장경쟁을 촉진시키고 나아가 대한민국 면세점이 글로벌 경쟁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도심면세특구 개발로 도심관광을 활성화,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20년까지 1700만명으로 늘려 관광산업 진흥에 일조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