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산업, 5년간 1,000억대 주가 조작
“출신 고교 동창회 중심 이뤄진 정황”
[일요서울 | 장연서 프리랜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둘째 사위의 마약 복용 사건과 사정기관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주변인들의 주가조작 의혹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김 대표와 가까운 고교 동문들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정기관 주변에서 “김 대표가 이들 자금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검찰은 일단 사안이 민감한 만큼 조심스럽게 조사하고 있지만 수사가 본격화 될 경우 김 대표가 또 다시 구설에 오를 조짐이어서 여권 친이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수개월 전 이 같은 내용을 적발하고 사정기관에 고발했다. 주목할 부분은 주가조작 세력이 중동고 동창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현재 이들의 자금출처와 배후 세력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는 김무성 테마주로 몇 개의 회사가 지목됐는데,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중동고 출신 인사들이 운영하거나 직접 연관된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이에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사정당국이 김무성 테마주 관련 부분을 조사해 이 부분을 들춰낸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이번에 검찰이 김무성 테마주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조짐임에 따라 일부에서는 정치적인 표적수사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관련 테마주가 있었지만 사정기관이 본격적으로 특정 테마주를 수사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A산업 수사 관련해 현재 김 대표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으며 그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수사”라면서도 “하지만 수사 선상에 오른 이들 중에 김 대표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있어 연관성이 드러날 경우 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601개 계좌를 이용하여 3만6,136회의 가장·통정매매와 5만318회의 직전가 대비 고가 및 시장가 매수호가 제출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하여 매수세를 유인하고 시세상승을 견인하여 1,169억 원 가량의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 겨냥한 카드?
청와대 주변에서는 “친박 핵심부에서 김 대표를 겨냥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말하는 ‘카드’는 다름 아닌 주가조작수사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소액주주로 구성된 주식투자모임 전·현 대표가 코스닥 시장 상장사인 A산업의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종목과 관련해 중동고등학교 동창회와 경기도 파주의 한 대형교회 등이 모의해 약 5년간 지속적으로 조작해온 정황이 파악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러한 작전세력이 오랫동안 주식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 유력 정치인이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안팎에서는 작전에 가담한 이들이 김 대표와 관련 있는 중동고 동문들이고 이들이 김무성 테마주를 운영한 배경에 정치적 조율이 있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주식 관련 사이트에는 각종 정치인들 테마주와 관련된 루머가 적지 않은데, 그 중 특정 정치인이 모 회사 주가와 연결돼 있다는 추측이 분분하다”며 “정치인 테마주는 여러 면에서 민감하기 때문에 수사를 본격적으로 한 적은 없지만 이러한 테마주가 정치인들의 행보에 급등락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권실세와 연결된 주가조작 사건이 많았던 것도 주목할 점이다. 정치인들과 연결된 주가조작을 철저하게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적지 않은 이유도 정황상 정치인의 주가조작 의심이 상당하지만 정작 정치인들을 수사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각별한 모교 사랑 눈길
김 대표의 모교사랑은 정치권에서도 유별나다. 그는 1994년 중동고가 제3자에게 인수될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교명까지 사라질 위기에 놓였는데, 김 대표 등이 주축이 돼 삼성이 인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았다.
또 김 대표는 2005년 중동고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회추진위원장을 맡는 등 꾸준히 모교 행사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LA 방문 중에도 그가 중동고 동문들과 자주 접촉했으며 동창회에 참석하느라 귀국 일정을 늦춘 적도 있다. 그는 지난 8월 2일 LA에서 열린 중동고 미주 동문회에 참석한 바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김 대표의 대표적 우군 역시 같은 중동고 출신인 강석호 의원이다. 김무성 테마주와 동문들의 주가조작이 여러 면에서 의심을 사는 이유는 김 대표의 각별한 모교사랑이 배경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동조하고 있어 청와대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김 대표 부친의 친일 행적 때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 대표가 대선에 나갔을 때 이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대표의 국정교과서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가 김 대표를 협력자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놓고 다시 한 번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청와대는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총선 정국에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은 “A산업 주가조작 사건에 김 대표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에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A산업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놓고 전방위 압수수색이나 줄소환 등 아직 본격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A산업 오너 일가는 막대한 현금동원력을 바탕으로 예전부터 정관계 인사들과 적지 않은 친분을 가지고 있는 점도 검찰이 조심스러운 이유 중 하나다.
A산업 창업주가 생존해 있을 때는 구설에 오르는 일이없었지만, 아들이 회장을 물려받은 이후부터 다방면으로 사업확장을 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A산업 주가조작에는 김 대표와 가까운 동문들이 개입돼 있고 A산업 오너 집안은 김 대표의 선친과 김 대표에 이르기까지 집안이 서로 가깝다.
A산업의 전 회장은 명동할머니와 함께 본국 부동산 및 사채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막대한 사채자금으로 명동 사채업계에서 수많은 중ㆍ소규모 사채업자들을 거느린 ‘전주(錢主)’로 군림하며 재벌들이 손을 벌릴 정도였다.
그가 운용한 자금은 실로 천문학적이었기 때문에 ‘지하경제의 재벌’로 불리기도 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도 급할 때는 그에게 손을 빌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치권에서도 급할 때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A산업의 전 회장은 정·관·재계를 쥐락펴락한 대부 중의 대부로 통했다.
이번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불거질 경우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채시장과 증권가에 적지 않는 파장이 일 것이라는 말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만큼 A산업의 선대 회장이 정치권과 재계에 끼친 영향력은 엄청났다는 것이다.
한편 김 대표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과 청와대 주변에서는 총선을 두고 청와대 핵심부와 친박계 인사들이 치밀한 정치공작으로 사정기관을 움직일 경우 김 대표의 정치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친박계가 포스트 김무성을 준비하고 있고 몇 개의 당 접수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심지어 정치권에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제거할 때부터 김 대표에 대한 작업도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가 빠르면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다”며 “지난 이명박 정부 때는 모든 공천 권한을 이명박 대통령이 가지고 휘둘렀다. 하지만 지금 청와대는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다 보니 힘이 모이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청와대는 총선 공천에 대한 권한을 김 대표가 청와대에 전적으로 넘겨주기를 원했지만 김 대표는 그럴 뜻이 전혀 없었다”면서 “청와대와 김 대표가 총선에 대한 뜻이 엇갈리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권력다툼은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청와대는 총선 전에 대표를 교체하지 못할 경우 총선 이후에는 힘들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권력보다 당의 권력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청와대가 총선 전 새누리당 대표 교체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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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서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