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천경자 화백 죽음 미스터리
[추적] 천경자 화백 죽음 미스터리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11-02 10:03
  • 승인 2015.11.02 10:03
  • 호수 1122
  • 2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긴 재산·작품 소유권이 논란의 중심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미인도 위작 등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었던 천경자 화백이 별세 소식으로 대중의 품에 돌아왔다. 지난 18일 장녀가 한 언론사를 통해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알린 가운데, 30일 오전 10시 서울 시립미술관에선 천 화백의 추도식이 열렸다.

떠나간 자리에 자식들 간의 분쟁 남아 
뒷말 무성…풀리지 않는 의혹들


장녀 이 씨가 밝힌 천 화백의 사망 시점은 8월 6일. 미국 뉴욕에서 향년 91세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된 가운데 대중의 안타까움도 산 소식이었다. 천 화백의 유족 3명은 27일 서울시 중구 시립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 화백의 사망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머니인 천 화백의 별세 소식을 10월 19일(미국시간 10월 18일) 접했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장녀인 이혜선 씨에게 연락을 받은 것도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천 화백의 별세 소식을 19일 한국 A은행의 전화를 받고 알게 됐다고 밝혔다.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는 “어머니의 별세 소식은 10월 19일 한국의 어느 은행으로부터 유족들에게 천경자 화백의 은행 계좌 해지 동의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고서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언니이자 장녀 이혜선 씨가 어머니의 사망과 관련해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자녀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차녀 김정희 씨를 포함, 3명의 자녀가 함께 했다.

장녀 상대 답답함 토로

유족들의 이번 기자회견 등 일련의 논란 이후, 천경자 화백의 가족사가 주목받고 있다. 27일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자녀들은 장녀 이혜선 씨를 제외한 장남 이남훈 씨, 차녀 김정희 씨, 차남 김종우 씨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장녀 이혜선 씨를 상대로 답답함을 토로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천 화백은 일본 유학시절에 만난 이철식 씨와 결혼생활 중 자녀 이혜선, 이남훈 씨를 두었다. 이철식 씨와 이혼 이후 신문기자였던 김남중 씨를 만나 낳은 자녀가 김정희 씨와 김종우 씨다.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가족 내 불화설, 재산다툼, 작품 소유권 논란 등을 제기하며 장녀와 나머지 세 자녀의 싸움 구도로 몰아가기도 했다.

특히 한 언론사가 제기한 ‘김남중 씨 재산 관련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모 언론사는 김남중 씨가 전일방송 매체 회장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김 씨가 천 화백에게 남긴 재산이 상당할 것이라고 추측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부부 간 재산은 배우자에게 1.5배 상속되는데, 이에 따르면 김남중 씨의 재산 중 상당부분이 천 화백에게로 상속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문제는 이 재산을 장녀 이혜선 씨가 관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천 화백의 별세 소식만 알려졌을 뿐, 유골이 어디에 묻혔는지 등 정확한 사인과 장소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장녀 이혜선 씨는 다른 유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로, 형제자매 사이에선 이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가족 간 다툼의 원인이 천 화백에게 남겨진 재산, 작품 소유권 등 ‘재산 분할’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또한 천 화백의 작품이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이 남겼을 것이란 추측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 시립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은 93점. 이를 두고 장녀 이혜선 씨는 작품소유권 논란에 대해 ‘작품은 대중의 것’이라는 천 화백의 생전 뜻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세 자녀들 역시 어머니의 재산과 작품 등에 대해 권리를 내세울 생각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현재 알려진 것보다 천 화백이 남긴 작품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천 화백의 유언 여부 및 내용에 따라 각 자녀들에게 분할될 재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의 중심이다. 천 화백의 유언이 없다면 그의 재산은 남은 자녀들에게 돌아간다. 일부 전문가들은 천 화백에게 남겨진 재산 등 때문에 자녀 간의 분쟁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기자회견을 마련한 서울시립미술관 및 예술계 등 관계자들은 “재산분할, 작품소유권 등의 문제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식들 간의 분쟁에 대해 명백히 잘못된 보도라고 밝혔다. 또한 어머니인 천 화백의 명예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산분할, 작품 소유권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차녀 김 씨는 “자식들 간의 분쟁이라거나 더구나 재산 분쟁이라는 것은 고인을 모독하는 일이며 유족들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말미엔 장녀 이혜선 씨가 유족의 대표는 아니라고 덧붙여, 장녀와 나머지 자녀와의 의견 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장녀 이혜선 씨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가족 간 불화 및 뉴욕에서 홀로 어머니를 12년간 간병한 이유로 ‘동생들이 어머니를 모시기 힘들다’고 말해서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12년 동안 병간호하며 어려울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이제 와서 (나더러) 고인을 독점했다고 하니 억울하다" 고 말했다. 또 이 씨는 천 화백의 유골 등에 관해 일련의 문제가 정리되면 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차녀 김정희 씨는 장녀 이혜선 씨의 집 출입이 차단됐으며 경찰에 체포될 뻔한 적도 있었다고 말해, 장녀 이 씨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던졌다. 장녀 이 씨가 경찰을 불러 차녀 김 씨를 제지한 게 1998년. 이 사실에 대해 차녀 김정희 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글쎄, 그걸 제가 짐작해서 얘기할 수 없지만 언니는 어머니를 모시고 모든 일을 하는데 본인의 뜻으로만 하기를 원했고 만약에 저희 형제들이 무슨 이견이 있을 때는 갈등이 생겨서 그런 불행한 일들이 생기곤 했습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인도 위작’ 논란 재점화

한편 논란을 크게 불러일으켰던 천 화백의 ‘미인도’는 위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8일 저녁 한 미술관 측 강연에서 천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검사가 ‘미인도는 위작이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 관계자는 “다른 강연 도중 미인도 위작이 맞는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30일 미인도 위작 논란에 대해 “재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화백의 별세를 계기로 미인도 위작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미인도’는 1991년 당시 68세였던 천 화백이 스스로 위작임을 인정한 작품이다. 이후 작가는 작품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작가가 위작이라고 인정했음에도, 작품을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현재까지 특이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