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대권주자 3인방(문재인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본격적인 경쟁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다크호스인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복귀 여부가 다시 관심을 모은다.
전남 강진의 산기슭 토담집에서 칩거하고 있는 손 전 대표는 두 번째 겨울을 나기 위해 집수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올 겨울을 토담집에서 보낼지는 불확실하다. 최근 들어 부쩍 외부행사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고, 측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기 때문에 내년 총선정국이 조성되기 이전에 하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많은 까닭이다.
손 전 대표는 10월 10일 전남 구례 화엄음악제에 참석했고, 17일에는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 지정 기념행사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29일에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를 방문해 키맵 대학에서 특강을 했다. 주제는 ‘위기하의 효율적 리더십’이었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 등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으며 약 200명의 대학생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이 “정계에 복귀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손 전 대표는 “오늘의 주제는 통일과 정치 리더십”이라며 웃어 넘겼다. 기자들이 물었을 때도 “알마티에서 뭐 그런 말을… 잠시 혼자 있고 싶다”며 자리를 피했다.
손 전 고문은 한 사석에서 필자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역시 “그런 말(정계 복귀)을 하는 건 자유”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를 절대 다시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 말꼬리를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여지를 남겨 놓는 듯했다.
측근들도 ‘손학규의 귀환’에 대비하는 듯한 분위기다. 조만간 손학규계 정치인들이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 선언 후 처음으로 대규모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주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신학용·양승조·조정식·이찬열·최원식 의원, 김유정·전혜숙 전 의원 등 20여 명이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계가 아니더라도 손 전 대표의 복귀에 기대를 거는 당내 인사들의 목소리도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 다만 복귀 시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당장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노계 핵심에선 당이 혼란에 빠진 지금이 적기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도파 인사들은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경우 손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와 사사건건 대치하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손 전 대표의 복귀를 기대한다.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노계의 한 당직자는 “당에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당내에 그다지 적이 없는 손 전 대표가 적격”이라며 “지금이 손학규가 나설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전 대표와 가까운 김부겸 전 의원은 “지금 당장 복귀하라는 건 염치없는 요구다. 그동안 어려울 때면 손학규에게 손을 벌렸다가 상황이 수습되면 이런저런 구실을 갖다 대면서 상처만 주지 않았느냐. 불쏘시개로 쓰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따라서 손학규를 다시 쓰려면 에이스 카드로 쓸 수 있을 때 다시 영입해야 한다. 야권이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때 우리 모두의 총의를 모아서 손 대표에게 요청을 하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야권 내의 모든 인적 자원을 하나로 모으자며 ‘빅텐트론’, ‘통합전당대회론’을 주창하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일단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손 전 대표도 참여시키는 방식을 제기한다. 강진 토담집으로 찾아 가기도 했던 박 전 원내대표는 “힘을 보탤 수 있으면 다 보태야 된다. 손 전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