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내정자는 검찰에서 ‘특수통’으로 분류되지만 기획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판사로 3년간 일하다가 전직해 수사·기획 분야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수원지검장 시절 이석기(53)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앞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김 내정자를 비롯해 김경수 대구고검장, 김희관 광주고검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등 4명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추천했으며, 박 대통령은 김 내정자를 법질서 및 법치주의 확립에 적임자로 생각해 차기 검찰총장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강신명 경찰청장의 고등학교 선배다. 대구의 같은 고등학교 출신 선·후배가 2대 사정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수장을 맡게 됐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판사에서 검사로 전직…강신명 경찰청장과 같은 대구 청구고 출신
박근혜 대통령은 법질서 확립이라는 관점에서 출신 지역과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김 차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김 내정자는 “검찰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많은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차분하고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함께 고교 동문이 양대 사정기관 수장을 맡게 된 데 대해서는 “그건 제가 이야기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언급을 피했다. 청문회 준비는 “하나 하나 차분하게 챙겨보겠다”고 했다. 대구 출생으로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내정자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65·경북 의성) 이후 10년 만에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배출된 총장 내정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부를 총괄 지휘하는 3차장 검사를 지냈고, 삼성그룹 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 차장검사를 지내는 등 특별수사 분야에서 요직을 거쳤다.
법무부 범죄예방국장, 기획조정실장 등 기획 업무 분야에서도 두터운 경력을 쌓았다. 법무부 홍보관리관을 지내는 등 대 언론 관계에서도 매끄럽다는 평가가 많다. 수원지검장 시절에는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성공적으로 지휘하는 등 공안 분야에서도 족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차장 등 검찰 내 고위 직책 중에서도 핵심적인 자리를 거쳤기 때문에 일찌감치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김 내정자가 집권 후반기 부패 사정을 책임질 검찰의 수장으로 낙점된 데에는 여러 분야에 걸친 전문적 역량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강신명 경찰청장의 고교 선배여서 사정기관의 2대 수장이 모두 같은 학교 출신이 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전문적 역량이 우선 고려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법무·검찰 조직 간의 지역적 안배도 고려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호남 출신이고, 김진태 현 검찰총장은 경남 출신이어서 차기 검찰총장은 TK 쪽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일찍이 제기된 바 있다.
김 내정자 청문회 준비 모드에 돌입
향후 국회의 인준 절차와 전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제출하는 인사청문회 동의안이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면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김 내정자는 사실상 청문회 준비 모드에 돌입했다. 대검은 이금로 기획조정부장을 단장으로 인사청문화 준비단을 꾸렸다. 기획총괄팀장은 신자용 정책기획과장이, 신상팀장은 정수봉 부산동부지청 형사1부장검사가 맡았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12월 1일까지라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화는 이르면 11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 검찰 조직을 이끌면서 핵심 국정 과제인 부정부패 척결을 수행하고 내년 4월 예정된 제20대 총선을 관리해야 한다. 이번 검찰총장 인선으로 현 집권 후반기에 대비해 정부 조직 내 사정기관 및 지휘체계 라인업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 장관을 지내다 국무총리로 임명된 황교안 총리(서울·사법연수원 13기)를 정점으로 호남 출신 법무부 장관, 대구 출신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부정부패척결 및 개혁, 공직기강 확립 작업을 유기적으로 협조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내정자의 부친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이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검찰총장 인선에서 마이너스 요인일 수 있단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다른 요인보다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이번 총장 인선에서 중시됐다는 분석도 있다.
與, “김 내정자 사회정의 실현 적임자”
새누리당은 지난 10월 30일 김 내정자에 대해 “사회 정의를 실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내정자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법무·검찰의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그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며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부정부패를 일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온화하고 원만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공소장 변경 제도에 대한 연구로 법학석사 학위를 받는 등 학구적인 면모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조은숙씨와 사이에 2녀를 뒀다.
김수남이력
▲대구 청구고 ▲서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16기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지검 검사 ▲대검 컴퓨터수사과장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부 범죄예방국장 ▲서울남부지검장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