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충북 괴산에 있는 중원대의 ‘무허가 건축비리’와 관련해 이 사건의 정점이 있는 이 대학 재단 사무국장이 구속 기소되면서 최근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 일반에 공개됐다.
지난 10월 27일 청주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중원대 재단 사무국장 A모씨의 공소장에 담긴 죄명은 총 4가지였다. 검찰은 A모씨의 주도로 이 대학이 수년에 걸쳐 허가 없이 기숙사 등 교내 불법 건물을 여러 채 지은 사실을 확인, A모씨에게 건축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불법 건물로 충북도 행정심판을 받게 되자 공무상 비밀에 해당되는 충북도 행정심판위원 명단을 불법 입수한 사실이 드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게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학내 건축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다른 사람을 책임자로 내세워 대신 처벌을 받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범인도피교사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처벌을 모면한 건설사 대표와 현장소장 등 2명도 범인 은닉 혐의로 구속했다. 이중 검찰이 주목하는 ‘공직 비리’와 연결되는 혐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검찰은 이 대학의 기숙사 불법 건립 사실을 괴산군이 적발했는데도 충북도 행정심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었던 배경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행정심판위원 명단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이시종 지사의 측근·전현직 공무원·도의원 ‘저인망 수사’ 돌입
검찰이 중원대의 건축 비리와 관련, ‘저인망식’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사정의 칼날이 대학 관계자는 물론 전·현직 공무원, 정치인까지 향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향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청주지검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은 구속된 재단 사무국장 A모씨를 비롯해 충북도와 괴산군 전·현직 공무원, 도의원 등 6∼7명에 이른다. 여기에 참고인 조사까지 받은 인원까지 합하면 십 수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8일 중원대 건축 비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A모씨를 구속한 이후 검찰은 중원대·괴산군·충북도 등 세 가지 키워드와 연관을 맺은 인물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청주지검은 지난 10월 20일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충북도 행정심판위원 명단을 외부로 유출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이시종 충북지사의 핵심 측근인 충북도 공무원 B모씨(67·별정 5급)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도(道) 행정심판 업무를 책임진 충북도 법무통계담당관 C모씨(56·서기관)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입건했다. 검찰은 C모씨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 행정심판을 통해 중원대가 불법건축 사실을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C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검찰은 이미 혐의를 입증할 상당 부분의 증거를 확보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C모씨가 유출한 명단을 받아 중원대 측에 건넨 이 대학 산하기관장 D모씨(68·전직 공무원), 문제의 중원대 건물 관련 인허가를 담당한 괴산군 공무원 E모씨(6급) 역시 피의자 신분이다. 최근에는 이들 핵심 관계자들과 회동을 한 F모 도의원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또한 충북도 간부공무원으로 퇴직해 현재 중원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G씨와 현 충북도 고위 간부들과 연루 가능성이 제기돼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심판 과정에서 금품 거래?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질 강력한 휘발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행정심판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중원대는 지난해 11월 10일 도 행정심판위원회에 괴산군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8월 기숙사 건물 2개 동을 신·증축하는 과정에서 농지를 무단 점유했다. 농지 전용 허가를 받지 않고 건물을 신·증축한 데 대해 괴산군이 형사고발했고, 건축물 철거·원상복구 명령을 내리자 중원대는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심판 제기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15일 중원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대학이 무단 점유한 땅이 비록 농지이기는 하지만 바위가 드러날 정도여서 농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중원대 편을 들어준 행정심판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느냐 여부. 형사 고발이 이뤄진 경우 행정심판위원회는 통상적으로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미룬다. 그런데도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이 일사천리로 끝났기 때문이다. 중원대와 충북도 법무통계담당관 C모씨와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검찰이 최근 충북도를 압수수색한 데는 지난 10월 14일 구속된 이 대학 사무국장 A씨가 ‘검은 거래’의 전모를 털어놨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C모씨가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명단을 중원대에 넘겨준 이유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정순 당시 충북도 행정부지사가 위원장이었던 행정심판위원회에는 민간 위원 9명이 포함됐다. 20여명의 ‘위원 인력풀’에서 일부를 선정하는 식이다. 명단을 넘겨받은 중원대가 자신들의 사건을 맡은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로비에 성공했다면 검찰 수사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단순할 것만 같았던 중원대 무허가 건축 비리의 수사 방향이 충북도와 행정심판위원들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이럴 경우 검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행정소송 전 단계인 충북도 행정심판위원회의 권위가 실추될 수도 있다.
충북도 직원들은 “검찰 수사의 칼끝이 어디를 겨냥할지 모르겠다”며 이번 사건이 지역 사회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