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스파이스 밀반입해 클럽가에 뿌렸다

A일병, 스파이스 팔아 떼부자 고급 호텔서 육체의 향연
댄서 가정주부 공익요원 등 스파이스 무차별 확산
최은서 기자 = 국내에 신종마약 JWH-018(속칭 스파이스)를 밀반입한 주한 미군 병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스파이스는 홍대 클럽, 이태원 클럽, 동두천 등지에서 상습적인 판매 및 흡입이 이뤄지고 있다. 스파이스는 대마나 엑스터시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대마보다 환각효과가 2배 강해 클럽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스파이스를 국내에 밀반입해 판매한 경북 칠곡군 캠프캐럴에 근무하는 A일병 등 주한미군 3명을 붙잡아 미군 헌병대에 넘겼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경찰은 또 국내 공급총책 김모(29)씨와 문신기술자 박모(32)씨, 클럽 DJ 강모씨 등 3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로부터 스파이스를 구입해 피운 가정주부와 공익요원, 댄서 등 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A일병, 소포 통해
스파이스 밀반입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씨는 수준급 영어를 구사해 국내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다 주한 미군 병사들과 친분을 쌓게 됐다. 김씨는 문신 기술도 갖고 있어 주한 미군 병사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주한 미군 병사들과 클럽 등에서 잦은 만남을 가져오던 김씨는 A 일병 등 3명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김씨는 A 일병 등에게 귀가 솔깃한 제안을 듣게 됐다. A 일병 등이 김씨에게 “밀반입한 스파이스가 있다”며 구입 의사를 물은 것이다. 김씨는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25일까지 4차례에 걸쳐 900만 원을 주고 스파이스 390g을 불법 구매했다. 스파이스 390g은 담배 168개비 분량이다. 경찰은 A 일병이 소포를 이용해 스파이스를 밀반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일병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 일병 측근 주한 미군 병사들에 따르면 A 일병은 스파이스를 판매한 금액으로 호화생활을 누렸다. 경찰 관계자는 “A 일병 주변 주한 미군 병사들은 A 일병이 항상 돈이 많았으며 고급 호텔을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옛날에 갱(gang)이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구입한 스파이스를 중간 판매책에게 순차적으로 판매했다. 중간 판매책들은 이태원동 소재 클럽 종사자와 클럽을 출입하는 내·외국인, 미군들에게 판매했다.
스파이스 판매와 공급은 판매업자와 판매총책, 중간 판매책 간에도 직접적으로 거래를 하지 않는 이상 서로 누군지 모르는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이뤄졌다. 경찰은 중간 판매책인 미국인 S씨와 스파이스를 피운 미군 등 15명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추적 중인 15명 중에는 가명을 써 인적사항 파악이 되지 않은 스파이스 흡연자도 있어 인적파악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2009년 7월 스파이스를 마약류로 지정해 유통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 개비당 2만 원에 거래
스파이스 유통 혐의로 입건된 B씨는 스파이스 유통 흡연 실태에 대해 털어놓았다.
B씨에 따르면 스파이스는 홍대 클럽, 이태원 클럽, 동두천, 송탄 등 모두 4곳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특히 이태원 클럽 두 곳에서 스파이스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특히 C클럽의 경우 클럽을 드나드는 내·외국인 뿐만 아니라 클럽 종사자들 대부분이 스파이스를 피우고 있다고 한다.
B씨는 “클럽을 드나드는 손님 중 60%가 스파이스를 피운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 단속 이후 스파이스를 찾는 수요는 줄었지만, 여전히 클럽 손님 중 30%는 스파이스를 은밀히 거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클럽은 각각 300명과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클럽이다.
B씨에 따르면 스파이스 거래시 은어는 ‘smoking(흡연)’이다. 흡연 여부를 물어본 뒤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면 거래 흥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B씨는 “스파이스 흡연자의 몸에서는 스파이스 특유의 냄새가 나 흡연자끼리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며 “안면 있는 사람들끼리 암암리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스파이스는 주로 외국인, 그중에서도 흑인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B씨는 전했다. B씨는 “판매책들은 단속과 적발을 우려해 외국인을 통하지 않거나 아는 사이가 아닌 이상 한국인에게는 잘 판매하지 않는다”며 “보통 한 개비당 2만 원에 거래되는데, 한국인들에게는 통상 10만 원을 받고 판다” 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스파이스가 2009년 7월 1일 마약류로 지정됐다. B씨는 이를 언급하며 “2009년 이전에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클럽에서 쉽게 피웠다. 마약류 지정 이후 불법이 되면서 암암리에 퍼졌다”고 말했다.
B씨는 스파이스 환각효과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는 “스파이스를 피운지 5~10분이 지나면 어지럽고 졸리는 등 환각증상이 나타난다”면서 “대마보다 환각효과가 강하고 환각증상은 최장 2시간 정도 지속된다. 스파이스는 휘발성 물질로 접착해 담배형태로 만들어 피우기 때문에 뇌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스파이스 밀반입 적발
179% 늘어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약 밀반입 적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중량 및 금액 기준으로 각각 3.4배, 4배 늘었다. 특히 JWH-018의 경우 올 들어 18건(1057g)이 적발돼 지난해보다 179% 늘었다. JWH-018을 화학구조 일부만 변형한 JWH-081, JWH-210 등 유사체도 국내 처음으로 등장했다. 특히 JWH-018 등 신종 마약류를 인터넷으로 구입해 밀반입하는 사례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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