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폐지에 관해 송 총장은 자신의 뜻을 거리낌없이 그대로 밝혔고,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은 강도 높은 비판으로 맞섰다. 사건이 크게 번질 조짐을 보이자 강 장관은 중재를 자청해 나섰고 사태는 무난하게 매듭지어졌다. 이번 사건만을 볼 때 송 총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중수부 폐지 논의 유보를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태는 얼마든지 크게 번질 수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지난 15일 국무회의 발언이 송 총장의 자진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자 강 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중수부 축소방안이 현재로선 적절하며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따라서 강 장관의 중재로 중수부 폐지는 수사권 이관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덧붙여 송 총장의 사과 표명은 대통령에게는 위상을 세워주고, 동시에 강 장관에게는 나름의 체면을 유지시켜주기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간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총장간 의견대립은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강·송간 의견대립은 지난해 대검이 행사하던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 문제를 두고 벌어졌다. 당시 법무부는 감사관을 통해 교정·보호·출입국 등의 내용에 대해 산하기관 공무원 감찰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검찰청만 법무부의 감찰권이 미치지 않고 검찰 자체적으로 감찰활동을 진행했다. 이를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던 강 장관은 마침내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을 주장하고 나섰고, 송 총장은 감찰권 이관은 검찰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진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두 수장의 갈등에 대해 당시 대검 내부에서조차 다소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대다수의 검사들은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가 감찰권까지 가져가면 검찰 통제가 뻔하다며 반발했지만, 한 켠에서는 장관의 개혁 마인드에 공감하는 편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강 장관측에 섰던 이들도 군과 검찰이 정치적 입김에 민감하다는 전제를 내걸고, 감찰권과 징계회부권은 총장이 갖고 법무부가 추후 문제가 있다고 여길 경우 직권으로 재조사하는 이른바 2차 감찰권을 부여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결국 대검의 감찰기능은 존속됐으며, 대신 법무부 감찰실에 대검 감찰에 대한 지휘·감독·보충 감찰권 부여로 정리됐다.강·송 갈등의 또 다른 한 축은 인사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사실 사시 기수로 보면 부장검사 정도에 지나지 않는 강금실 변호사의 법무장관 부임 자체가 법무부와 검찰 간 마찰음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더구나 취임 초 기수와 서열을 파괴한 첫 고위 간부 인사 때부터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강 장관의 인사가 파격적이지만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검찰과 법무부 내에서 조심스레 조성됐다. 인사갈등을 촉발한 가장 큰 사건은 작년 여름 강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법무부 A 검사에 대한 대검의 징계청구였다. 당시 A 검사는 서울고검 소속으로 법무부에 파견근무하고 있었으며, 정책기획단장으로서 검찰 개혁작업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대검이 밝힌 A 검사의 징계 사유는 이른바 용산 법조브로커 사건 개입이다. 용산역 주변 윤락가 범죄를 수사하던 용산경찰서가 박 모씨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체포한 뒤, 박씨가 검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한데 주목해 박씨와 연락이 닿았던 판·검사 중 한 명이 바로 강 장관 측근의 A 검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A 검사는 통화자 명단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박 모씨와 주로 관계가 있었다는 서부지청에도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일부에서는 대검의 표적감찰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A 검사의 징계청구가 이뤄진 시점이 작년 8월말이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즉 7월 징계위에 회부되는 검사 명단이 확정된 뒤 추가로 A 검사를 명단에 넣었다는 것이다. 이는 대검이 장관의 인사에 불만을 가지고 징계청구 명단에 뒤늦게 A 검사를 올렸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비록 대검 관계자가 조사과정상 혐의가 늦게 발견되는 수도 있다며 표적 감찰 의혹을 무마하려 했지만, 강·송간 갈등이 A 검사 사건으로 인해 세간에 드러난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후 강·송 갈등은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처리 문제로 다시금 표면화됐다. 작년 9월 서울지검 공안부가 송두율 교수를 구속 수사할 뜻을 내비치자 강 장관은 “송 교수가 설사 ‘김철수’라 해도 처벌할 수 있겠느냐”며 제동을 걸었다. 이 일로 일각에서는 강 장관이 자신의 뜻과 다른 송 총장에 대해 직접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고 한때 법무부와 검찰간 대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물론 이런저런 사건 속에서도 강 장관과 송 총장은 화해무드를 조성해 언론에 내비친 불화설을 잠재우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작년 9월 과천 정부 청사 근처 보신탕 집에서의 만찬회동이다. 그러나 곧 두 사람은 인사문제로 다시 한번 갈등의 양날에 섰다. 즉 올 2월 검찰 정기 인사의 규모와 시기를 두고 의견이 충돌한 것이다. 강 장관은 2월 정기 인사를 대규모로 준비했으나, 송 총장은 대선자금 수사 차질과 전례없는 총선전 인사는 불가하다며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태는 결국 강 장관의 의지대로 검찰국장이 교체됐고, 송 총장의 의도대로는 소폭 인사가 실시돼 두 사람 모두 명분을 가진 채 조용히 마무리됐다. 또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집회 주최측 인사를 검찰이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강 장관은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사전보고를 왜 누락했냐며 누락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섰고 송 총장은 “차라리 나를 직접 조사하라”며 날을 세웠다.이렇듯 두 사람간 관계를 두고 한편에서는 건강한 긴장관계로 검찰개혁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상명하복식 법조계에 강 장관의 등장은 그만큼 신선한 바람으로 볼 수 있으며, 상하는 물론 좌우간 논의를 펼칠 수 있는 건전한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도 풀이하고 있다.그러나 외부적으로 자주 비춰지는 두 수장간 불협화음은 자칫 견고했던 조직의 기강과 근본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아직까지 법조계와 검찰이 내부적으로 그러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여지도 부족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두 사람의 지금까지의 관계로 볼 때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총장간 의견대립은 다음달 법무부의 검찰 조직 개편 초안이 마련될 경우, 또 다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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