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천희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돌연변이’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처음부터 공감을 하고 찍었다기보다 촬영을 하면서 공감하게 됐고 맡은 역할에 있어서 이런 시대의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며 “특히 진짜 생선인간이 옆에 있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고 말해 호기심이 이번 작품 선택의 출발선임을 알렸다
더욱이 대본을 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재미있게 보고 생선인간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첫 느낌이었다.
이처럼 호기심으로 시작한 영화지만 그는 영화의 줄거리를 담담하게 연기와 내레이션으로 이끌어가며 다른 배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담담한 내레이션이 극의 소재를 과하게도, 또 부족하게도 이끌지 않으면서 소재 이면에 숨겨진 영화의 메시지를 차분히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천희는 “(담백한) 톤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10회 차 찍을 때까지 감독님 역시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더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며 “내레이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상원(이천희 분)의 감정이 들어가면 과할 것 같았다. 상원의 감정들이 클로즈업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해 관객들이 상원을 통해 순간순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천희는 “상원의 감정이 크지 않기 때문에 튀는 캐릭터들 속에서 묻혀 있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를 봤을 때 상원이의 앵글에 다른 캐릭터에 담기면서 미세한 상원이의 감정선을 제대로 따라가 주셨다”고 권오광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는 “보통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 표현을 하고 나서 연기를 했나 안했나 고민을 한다”면서 “시원하게 표현했을 때 막상 화면으로 보면 좀 과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이번 작품에서 감독님이 편집과 컷을 통해서 절제된 감정을 잘 표현해 주셨다”며 완성본을 보고서 고맙다는 인사부터 전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감독의 공으로 돌린 이천희지만 스스로 상원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상원이는 시원하게 못하는 상황이다. 선이 딱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이러지도 못하고, 속하지도 못하는 그 얼굴이 어려웠다. 화는 나는데 비굴하게 표현은 못하고, 억울한데 말 못하는 표정이 쉽지 않다”며 고충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미묘한 감정들을 온전히 담아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욱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당초 이광수 씨에 대한 팬들의 호응이 절대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화가 끝나고 자신을 향해 쏟아진 반응을 보면서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천희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제가 한 캐릭터가 결국엔 아이들에게 당했을 때 보여 지는 처절한 모습을 너무 좋아했다”며 이천희가 나와서 함성을 지르는 게 아니라 이천희가 맡은 캐릭터에 환호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더욱이 그는 “공감하면서 할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천희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20살 때부터 연기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 놀릴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며 이제는 드라마 한 편을 끌고 가는 것을 보면 내 선택이 옳았구나”라고 판단한다며 행복한 연기자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또 “극장에서 보면 뿌듯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심경을 전했다.
한편 이천희는 영화 ‘돌연변이’에 대해 “VIP시사회 때 보고 나서 ‘보통으로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면서 “별거 없는 보통으로 살고 싶어서 일어난 일인데 남들 살듯이 살면 되는데 언제부터 보통에서 벗어났을까. 보통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지 영화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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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송승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