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대 귀부인 100여 명 낚였다

밝혀진 피해액 25억여 원은 빙산의 일각
“원금의 120% 지불하겠다” 유사수신행위 벌여
최은서 기자 =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유사수신 기업형 곗방’이 경찰에 적발됐다.
송모(35)씨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박모(40·여)씨와 강모(40)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송씨 등이 불법으로 투자받은 금액은 2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숨겨진 장부를 찾지 못해 밝혀진 피해액은 일부에 불과하다. 계원들은 “구속된 송씨가 아닌 강씨 부부가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 일대에서 이름난 계주 밑에서 곗돈 수금을 하는 등 해결사 역할을 했던 송씨는 2008년 ‘(주)금복회’라는 곗방을 운영하며 본격적인 계 운영에 뛰어들었다. 대규모 계를 운영하면 큰 돈을 손쉽게 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금복회 500억 원 규모
금복회는 일반적인 친목형 계와는 성격이 달랐다. 금복회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원금 또는 원금 이상의 금액을 줄 것을 약속했다. 이른바 유사수신 행위를 벌인 것이다.
송씨는 신문 등에 (주)금복회란 이름으로 광고를 내 계원을 모집했다. 계의 규모가 커지자 강남 일대에서 소문이 나 계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금복회는 계원 수만 수백여 명으로 전체 규모는 500억 원에 달했다. 당시 송씨는 유사수신행위로 25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수백여 명의 계원들을 현혹시켰다.
송씨는 금복회가 운영된 오피스텔 입구에 경비원 2~3명을 배치하는 등 철두철미한 보안 속에서 계를 운영했다. 하지만 2009년 1월 한 언론에 금복회가 보도되면서 송씨는 돌연 잠적했다.
송씨가 곗돈을 떼어먹고 잠적한 이후 경찰에 제보돼 금복회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갑자기 금복회가 문을 닫으면서 계원들은 수억 원에 달하는 곗돈과 투자금을 날렸다.
잠적했던 송씨는 지난해 다시 유사수신 곗방을 운영했다. 송씨는 고수익을 미끼로 계원을 모집해 투자를 권유했다. 예를 들어 500만 원을 투자하면 한 달 12회씩, 10개월에 걸쳐 돈을 분할 지불을 보장했다. 한달 12회 중 10회는 6만5000원씩 지급하고 나머지 2회는 1만5000원 씩 지불했다.
“원금 120~130% 보장”유인
혼자서 계를 운영하던 송씨는 금복회 당시 계원이었던 박씨와 박씨 남편 강씨를 공동계주로 포섭했다.
송씨는 “함께 계를 운영하면 금복회 당시 입은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며 강씨 부부 등 3명을 끌어들여 강남 역삼동에서 계를 운영했다.
술집을 무대로 사채업을 하던 강씨는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계 운영 장소로 제공했다. 강씨가 자금책 역할을 담당했고, 박씨는 계원들을 관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투자금으로 사채놀이를 하는 등 사실상 물주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당시 송씨는 무일푼으로 찜질방과 모텔 등을 전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강씨 부부로부터 매달 월급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받았다. 박씨는 금복회 당시 입은 피해를 언급하며 계주 역할은 물론 곗돈 관리를 전담했다.
송씨 등은 곗돈 순번이 돌아온 계원에게 “유흥업소 아가씨들을 상대로 한 사채놀이 수익으로 원금의 120~130%를 돌려 주겠다”고 유인해 불법으로 25억여 원의 투자를 받았다. 계원들은 각각 최소 3000만~2억 원을 투자했다.
송씨 등은 처음에는 12회에 걸쳐 계원들에게 곗돈을 지불했다. 하지만 사채금 회수 실패로 큰 손실을 입으면서 1회 지불 금액을 반으로 줄이고 횟수를 24회로 늘려 계를 운영했다.
억압된 상태에서 곗방 운영
사채에 실패하면서 자금 손실을 입게 된 송씨 등은 사채를 그만 뒀다. 송씨 등은 사채보다는 계 규모를 늘리는 것이 이익이 높다고 판단해 계원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를 늘리는 것이 사채놀이보다 더 낫다고 보고 몸집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피해자 A씨는 “1000만 원을 투자하면 100만 원씩 8회 지불해줬다”며 “8회 지급받은 후 다시 1000만 원을 재투자해야지 나머지 금액을 포함한 투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발을 뺄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고 털어놨다.
방배경찰서 관계자는 “계속해서 재투자가 이뤄져 실제적으로 계원들이 손에 쥔 돈이 없었다”며 “계주 입장에서는 완전한 곗방을 유지하려 했다고 하나 굉장히 억압된 상태에서 곗방 운영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 등은 곗돈을 자본금으로 이용하는 한편, 계를 계속 추가적으로 만들어 돌려막기 방식으로 곗돈 및 투자금을 지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형적인 유사수신 행위로 선투자자들은 돈을 잘 받아갔으나, 후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가령 2월 달에 계에 들어온 사람은 투자만 하고 돈을 전혀 받아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압수된 4개의 통장 외에 차명계좌와 은닉한 장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계주 수익금으로만 미뤄보더라도 밝혀진 투자금 25억 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욕설에 폭행, 감금까지
100여 명의 계원 중 9명의 계원들은 송씨와 강씨 부부를 작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고액의 계를 운영하면서 자신들에게 지급해야 할 5억5000만 원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계원들에 따르면 계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을 당시 송씨 등은 각서와 각종 서류를 요구했다.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요구한 것. 계원들은 “송씨 등이 경찰 조사에서 계원들의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내놓으며 ‘계원들에게 받지 못한 미수금이 있다’며 서류를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계원들은 송씨가 아닌 강씨를 주범으로 보고 있다. 계원들은 “송씨가 아닌 강씨 부부가 계를 주도했다”며 “강씨가 제부까지 끌어들였다. 강씨 일가족이 송씨와 한통속으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9명의 고소인들은 “강씨의 제부는 김 실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김 실장의 실명을 알지 못해 고소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계원들에 따르면 송씨는 계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했다. 계모임에는 폭력배들이 드나들어 송씨의 폭언과 폭행에도 계원들은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송씨 등은 일부 계원들을 방에 가두고 협박까지 했다.
계원들은 “계원들의 연령층은 5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이다. 어머니·할머니 뻘인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계원들 중에는 이들 일당에게 2억 원을 사기 당한 세자매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복리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해 있는 돈 없는 돈 다 넣었다가 빈털터리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낙찰계 악용
계원들에 따르면 송씨는 강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계원들은 “강씨가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강씨의 지시 없이는 계돈도 지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계원 중 고액계를 드는 계원들에게 자신의 소유인 역삼동 빌라를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근저당권 설정 이후 계를 시작해 곗돈을 정상적으로 지불, 신뢰감을 형성한 후 근저당권을 말소했다.
계원들은 “근저당권 말소 이후 다시 계를 조직했다. 이와 함께 제 3자에게 강씨 소유의 역삼동 빌라 근저당권설정 등기를 완료, 계원들이 채권확보를 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원에 대해서도 철저히 감췄다. 계가 끝날 때까지도 송씨 등의 실제 거주지는 계원 중 누구도 알지 못했다.
계원들에 따르면 송씨 등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면서 낙찰계를 운영했다. 낙찰계란 자신이 가장 낮은 금액을 받겠다고 써 내거나 가장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써낸 계원부터 곗돈을 먼저 타는 방식이다.
계원들은 “낙찰계 5개가 깨졌는데 알고 보니 낙찰돼 돈을 받아간 계원은 아무도 없었다”며 “비공개로 진행되는 낙찰계를 악용했다. 심부름 하는 사람을 고용한 후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내도록 조작해 계원 중 아무도 돈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계원들 중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낸 것이 500만 원일 경우, 강씨에게 고용된 사람은 499만 원을 써내 불가 1만 원 차이로 곗돈을 타 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계획에 의한 사기극
한 계원은 “3월 14일에 계를 닫으면서 강씨가 ‘박씨하고 나하고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되고.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돈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 분통이 터졌다”고 털어 놓았다.
계원들에 따르면 강씨 부부는 송씨가 죄가 없다는 탄원서를 계원들에게 받기 위해 분주히 연락하고 있다고 한다. 한 계원은 “송씨를 무혐의로 풀려나게 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안다. 오늘 오전에도 박씨가 전화해 탄원서를 써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계원들에 따르면 강씨 부부는 고소인들을 상대로 고소취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계원들은 “이 모든 것은 계획에 의해서 시작하고 계획에 의해 끝났다”며 “강씨 부부가 죄를 송씨에게 미루고 있는데 이 모든 원인은 강씨 부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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