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카지노 도박의 꽃이라 불리는 ‘바카라’.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손에 쥐고 있는 두 세장의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승리하는 게 이 게임의 룰이다. 회전율이 빨라 30초 안에 승부를 볼 수 있어,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 게임에 쉽게 빠져든다고 알려졌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B사 C 대표 등 연이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중견기업들이 가장 많이 빠진 게임이 ‘바카라’였기 때문이다. 최근 필리핀, 마카오 등 동남아 해외 원정도박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본지가 단독보도한 이후, 삼성라이온즈 간판급 투수 두 명이 현재 검찰의 내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삼성라이온즈 출신 선수들까지 ‘마카오 원정도박’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야구계’가 시끄럽다. 뿐만 아니라 조직폭력원이 호화 카지노 정킷방, 숙박권, 항공권, 칩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와 연루된 중견기업인과 대기업 관계자 등까지 리스트 명단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마카오 원정도박 리스트 놓고 갑론을박 중
삼성라이온즈 출신 A선수도 마카오 갔나?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중견기업 대표 두 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비용역업체 H사 대표(65)와 금융투자업체 P사 대표(43)는 동남아 등지에서 수억 원대의 원정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해외원정도박에 수사의 칼을 꺼내든 바 있는데, 두 중견기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그에 따른 후속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원정도박 리스트’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 원정도박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중견기업 대표 6~7명을 추가로 수사선상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상상초월’이다. 총 26명이 입건됐고, 기업인 3명, 조직폭력배 9명, 브로커 2명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화장품업체 ‘큰손’으로 불리는 B사 C 대표다. C 대표는 100억 원대의 마카오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됐던 것. 이와 함께 폐기물처리업체 S사 대표 임모씨(53)도 기소됐다. 그는 C 대표와 같은 수법으로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둘은 조직원에게 도박자금을 받고, 이길 경우 딴 금액에 일정 금액을 얹어 다시 돈을 주기로 했다.
스포츠계 도박 의혹에 몸살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가 급기야 스포츠계로까지 확산됐다. 삼성라이온즈의 간판급 선수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본지가 지령 1103호에 단독보도한 “조폭연계 마카오 원정도박 풀 스토리-유명스포츠 3명 연루됐다”는 기사를 보도한 이후 TV조선에서는 ‘삼성라이온즈’를 언급해 보도하기도 했다.
본지는 이들이 마카오 원정도박을 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본지는 “이들은 한국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뒤, 조직원들이 제공해주는 헬기를 타고 홍콩에서 마카오로 이동해 VIP룸에서 도박을 즐겼다”고 했다.
또 본지는 “이들은 2차례 걸쳐 5억 원 이상 이득을 남겼지만 마지막 한 차례에 7억 원 정도를 잃었다”며 “한국에 입국한 뒤 폭력조직들은 돈을 잃은 선수에게 변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의 협박을 이기지 못한 선수는 폭력조직들의 요구에 따라 금액을 변제했다”고 상세히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삼성라이온즈 선수 2명에 대해서만 내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공개한 것은 삼성라이온즈 출신 선수 2명”이라고 말했다. 2명에 대한 검찰 내사가 진행되면서 나머지 1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짐과 동시에 1명이 누구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A선수다, B선수다’를 놓고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나머지 한명은 누구
이 때문에 A, B에 지목된 선수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삼성라이온즈 출신 선수 한 측근은 “본인도 굉장히 억울해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실명이 드러나지 않은 이상 대응을 할 수 없어 답답하다. 실명으로 거론되는 선수들도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론되면 그때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은 ‘A선수’를 지목하고 있다.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A선수 이름으로 예약까지 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것.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지난해 12월 말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났고, A선수는 괌에서 홍콩으로 원정도박을 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카약사이트를 살펴보면 괌→홍콩, 홍콩→괌으로 오는 비행기가 수시로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더구나 홍콩을 방문할 때에 여권에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변호사 겸 방송인 강용석이 불륜 논란에 휩싸였을 때 ‘홍콩에 다녀왔다면 홍콩 도장이 있어야 하는데 내 여권에는 없다’는 논리로 해명했다. 당시 강용석은 불륜 대상자로 지목된 유명 블로거와의 홍콩 여행을 부인했지만, 모 종편 방송의 한 패널은 “홍콩은 출입국 간소화 절차로 인해 여권에 스탬프를 찍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권에 도장이 찍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홍콩에 가지 않았다는 정확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홍콩의 경우 출입국할 때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A선수가 ‘마카오 원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증폭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광역수사대에서는 원정도박에 대한 내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삼성라이온즈 2명 이외에 다른 선수들에 대한 혐의점이나 첩보 등을 입수하게 되면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여, ‘마카오 원정도박’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상태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