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지뢰지대 수두룩 또 불거진 안전 불감증
미확인 지뢰지대 수두룩 또 불거진 안전 불감증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10-26 10:05
  • 승인 2015.10.26 10:05
  • 호수 1121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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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지뢰와의 전쟁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6·25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의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DMZ(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에 잔존하는 미확인지뢰들은 아직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경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곳에서 지뢰 9발이 발견됐다. 이날 동파리 인삼밭에서는 파주시 주최로 개성인삼축제의 하나로 인삼캐기 체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1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일 버섯재배 체험장에서 지뢰 5발이 발견된 바 있다. 한 달도 채 안 돼 발견된 지뢰에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특히 버섯재배 체험장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다시 지뢰가 발견됐음에도, 이 근방엔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하나 없이 행사를 진행했다는 데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뇌관 제거된 지뢰 발견…하루에만 9발 
민간인은 제거 제약 있고 폭발 피해자 대책 부족

 

이번 행사 주최자인 파주시 관계자는 행사 전 밭을 미리 살피는 등 안전에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체험장 주변에 미확인 지뢰지대가 많아 체험객을 통제하고 안내방송도 했다"고 해명했다.


17일 파주 인삼행사에서 9발의 지뢰를 탐지한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에 따르면, 살상용 대인지뢰 M2A4 2발과 경전차지뢰 M7A2 1발 등 총 3발과 M2A4 1발과 M7A2 5발 등 6발, 총 9발이 발견됐다. 이날 발견된 지뢰 9발은 군 폭발물처리반이 수거해갔다. 김기호 소장은 파주시 관계자의 해명에 대해 ‘미확인 지뢰 문제에 대해 파주시가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뢰가 있던 자리를 개간해서 밭으로 쓰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주민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탐지기로 지뢰를 찾은 것이다”고 말했다. 또 “미확인 지뢰지대의 경우 누가, 왜 묻었는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우리 군이 아닌 북한 혹은 미군이 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미확인지뢰지대와 지뢰지대 외에 있는 지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이는 명백한 전쟁폐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견된 5발, 9발의 지뢰에 대해서도 “하루에 많게는 50발의 지뢰를 발견하기도 한다”며 “아직도 제거되지 못한 지뢰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제대로 조사 하나

올해 뇌관이 제거된 지뢰가 발견되기도 했다. 모 언론사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근처 K씨의 땅에서 약 140여 발의 지뢰가 발견됐다. 문제는 발견된 지뢰 약 140여 발 중, 대부분 지뢰의 뇌관이 제거된 채 발견됐다는 점이다. 뇌관을 제거하면 지뢰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때문에 지뢰의 뇌관을 제거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지뢰를 설치한 국가의 ‘적국’이 몰래 제거하거나, 혹은 지뢰를 설치한 자국이 ‘지뢰를 평화적으로 제거할 목적으로’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시 군 당국이 이 지뢰들에 대해 정밀한 조사와 분석을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군사전문가에 따르면 뇌관이 제거된 지뢰에 대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가능성은 반반인데, 만일 북한의 소행이 맞는다면 이는 안보에 엄청난 구멍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문제의 지뢰가 발견됐을 때 정부는 바로 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제거 활동에 민간인 제약 있어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런 지뢰가 발견되더라도 민간인의 제거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2004년 이전엔 민간인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하지만 2004년 2월 6일자 함동참모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뢰지대 제거를 민간인에게 위탁하는 조건부 동의 금지’, ‘미확인 지뢰지대외의 지역은 협의 가능’, ‘각종사고 발생 시에는 민간인 책임’을 따라야 하는 협의 지침(지시)이 만들어졌다. 민간인의 제거활동에 제약이 생긴 셈이다. 50년 이상 민간인이 지뢰제거에 도움을 줬다는 점을 참고하면, 이 지침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40년이 넘게 미확인지뢰지대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김 소장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 지침이 지닌 문제의 심각성도 커질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미확인지뢰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 역시 ‘지뢰제거를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가장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가지 해마다 지뢰사건이 발생했다. 올 8월 4일, 23일 연이어 발생한 지뢰 폭발로 하사 3명이 상해를 입었다. 하지만 군인들만이 지뢰폭발의 피해자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6일 인천광역시 옹진군에서 벌목작업을 하던 최모(44)씨가 지뢰폭발 사고를 겪었다. 이 외에 산채를 채취하거나 작업하는 등 민간인들의 폭발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전체 지대 중 지뢰표시가 없는 곳에 약 70%에 달한다는 사실도 민간인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데 신빙성을 더한다. 김 소장은 “사실 지뢰제거는 민간인의 안전을 위하는 것과 더해, 전체 지뢰 중 이제는 쓸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는 전쟁 폐기물이다”라며 “군사적 명목과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뢰는 제거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군 당국이 제대로 된 지뢰제거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인의 활동마저 제약된다면 잔존하는 지뢰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는 이번 파주시 행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영리단체가 지뢰를 탐지해 발견했고, 군은 이를 수거해갔다.


서울 서초구 소재의 우면산에서 수거를 못한 지뢰만 18발. 반복되는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일각에선 40년이 넘게 미확인 지뢰지대에 대한 조사가 없었던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평화적 지뢰 제거를 위해 민간인의 참여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뢰 폭발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역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60년대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20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있는데, 국가가 민간인 피해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2013년 11월 국방부가 회부한 ‘지뢰제거업법안’은 아직도 소관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이 법안은 지뢰제거 활동에 민간인이 일정한 자격이 있다면 지뢰제거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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