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비호세력 색출·은닉재산 추적
조희팔 비호세력 색출·은닉재산 추적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5-10-26 09:48
  • 승인 2015.10.26 09:48
  • 호수 1121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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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다단계 설계자’ 배상혁 검거…수사 급물살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58) 일당 2인자 강태용(54)에 이어 또 다른 핵심인물인 배상혁(44)이 수배 7년만에 붙잡혀 4조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는 검찰과 경찰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22일 대구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경북 구미에서 검거된 배 씨는 지난 10일 중국 현지에서 붙잡힌 강태용의 처남이다. 과거 조희팔 일당이 전국을 무대로 다단계 사기를 벌였던 당시 전산실장을 맡아 이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사(類似)수신업체를 앞세워 불특정 다수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하위 투자자 자금으로 상위 투자자와 회사 간부들에게 높은 배당금과 수당을 주는 방식의 범행을 설계하는 데 배 씨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 씨는 2008년 경찰이 조 씨를 수사하자 종적을 감췄고, 같은 해 11월 지명수배를 받았다.


검찰·경찰 수사 인력 보강… 경쟁 불 붙어


조희팔 일당의 4조 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을 설계한 혐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Red Notice)를 받은 배 씨가 지난 7년동안 가족과 꾸준히 접촉해 생활비를 받고 전국을 활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찰청은 배 씨가 미리 마련해 둔 도피자금 1억 원을 주로 쓰고 서울, 경주, 경산, 대전 등 전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생활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경찰은 특히 서울에 사는 아내이자 강태용의 여동생인 A씨와 수시로 접촉, 생활비를 추가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배 씨는 검거 당시 낡은 임대 아파트에 혼자 거주했으나 지난해 11월 타인 명의로 구입한 2012년식 K9 승용차도 가지고 있었다.


전국 각지의 원룸과 친척집 등을 전전한 배 씨는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통장계좌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배 씨의 차량과 집안에서 컴퓨터 2대와 노트북 1대, 이동형 저장장치(USB) 1개, 현금 21만7000원을 증거물로 압수했으며, 휴대전화는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배 씨의 아파트에서 낚시, 캠핑 장비가 많이 발견된 점을 감안할 때 그동안 검문검색 등 특별한 제지를 받지 않고 전국을 활보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배 씨는 조사에서 조 씨 일당이 운영하던 다단계 유사수신 조직의 본사 서버를 경찰이 압수수색한 2008년 10월 31일부터 현재까지 강 씨나 조 씨 측과 접촉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배 씨는 지난 22일 오전 8시 51분 구미시 공단동 아파트 인근 공중전화로 대구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오후 3시에 자수하러 가겠다”고 했으나 출두하지 않았다.


경찰은 전화 발신지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배 씨의 차량을 발견, 인근 아파트에 은신해있던 배 씨를 붙잡았다.


배 씨는 “처남 강태용이 붙잡히자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오랜 도피생활로 심신이 지쳐 자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8년 11월 국내 수배를 할 당시 배 씨가 조 씨 일당과 공모해 1조1000억 원대 다단계 유사수신을 한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2008년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 본사 서버에 대구경찰청이 압수수색하기 직전, 전산 기록이 삭제된 점에 주목하고 배 씨의 관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2008년 11월 배 씨를 수배했으나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생존기록도 없어 밀항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경찰은 배 씨 조사를 마무리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檢 조희팔 전담수사팀 구성
警 수사지원 TF 편성

조희팔의 최측근 배상혁이 검거되고 강태용의 국내 송환이 임박하면서 검찰과 경찰 사이에 수사 속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최근 대구지방검찰청은 검사 3명과 수사관 7명으로 ‘조희팔 사기’ 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특히 대검찰청으로부터 계좌 추적 전문수사관을 지원받아 관련 계좌의 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이 사건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수사 지휘체계를 명확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관측된다. 조희팔 생존 의혹, 정·관계 로비 의혹, 은닉재산 수사 등 일종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에 비유되는 이 사건의 수사를 전방위로 진행하려면 수사 조직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경찰청도 조희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본청에 별도 조직을 편성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본청에 ‘조희팔 사건 수사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희팔 사건에 직접 대응하기로 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TF는 수사기획관을 단장으로 범죄정보과, 지능범죄수사대, 경제범죄수사계 등 12명의 혼성팀으로 구성됐다. 범죄정보과는 범죄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부서이고, 지능범죄수사대는 과거 조희팔 은닉자금을 수사했던 곳이다. 경제범죄수사계는 다단계 사건인 유사수신 사건을 다루는 부서다.


TF는 현재 조희팔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경찰청을 비롯한 지방청의 수사지휘와 상황관리,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한다.


경찰청은 원칙적으로 수사는 지방경찰청에서 하되 경찰관 유착비리 등 필요 시 본청에서 직접 수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TF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조희팔 사건에 직접 개입하게 된 것은 조희팔 조카 변사사건을 계기로 사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 모임 등이 제기하는 제보에 대해 진상확인 조사를 벌여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적 혼란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경찰청도 지능범죄수사대 내에 3개 팀, 10여 명으로 특별수사팀을 편성했다.


이런 움직움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조희팔 수사를 둘러싸고 2012년 조희팔 돈을 받은 김광준(54·구속) 전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 수사 때처럼 서로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모임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은 공식 집계된 사기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무려 2만4599명, 2조5620억 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수사 결과는 조 씨의 중국 도피 등 모든 과정이 의혹과 의문투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왕에 재수사에 착수한 만큼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조 씨의 중국 내 구체적인 도피행각과 사망 여부, 은닉재산 규모, 정·관계인사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 등의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은 우선 조 씨가 살아있는지부터 명확히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2012년 5월 조 씨의 중국 사망진단서, 장례식 동영상을 근거로 ‘2011년 12월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그가 지금도 살아있다는 언론사들의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 씨가 사망했다는 구체적인 물증(物證)이 없고, 의혹만 남다보니 수배는 그대로 유지하는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당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사망 발표를 직접 한 인물이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박관천(49·구속) 경정이다 보니 조 씨의 사망 발표를 곧이듣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박 경정은 당시 증거가 불충분하고 경찰 내부에서도 확정하긴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망 발표를 강행해 안팎의 반발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 경정이 서두르는 바람에 설익은 내용이 발표됐다는 지적마저 제기됐고, 동시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그의 금고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금괴 6개와 현금 뭉치가 발견되면서 조희팔과 연관성을 제기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희팔 수사 무마에 대한 대가성으로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박 경정이 강태용과 같은 대구 출신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경정은 “조희팔이 중국 청도의 식당에서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며 “이에 대한 증거로 응급진료기록부, 사망진단서, 화장증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밖에 조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도 철저히 파헤쳐야 할 부분이다. 검·경 수사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뇌물은 총 34억5500만 원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 조 씨가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밀항할 당시 해양경찰이 제보까지 받고 체포하지 못한 것을 놓고도 의혹이 무성하다. 곧 국내로 송환될 강 씨가 조 씨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해 온 만큼 조 씨 일당의 뒤를 봐준 비호세력을 모두 밝혀내야 하며, 은닉재산도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강 씨가 적극적으로 진술하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조 씨의 중국 내 구체적인 도피행각과 사망 여부, 은낙재산 규모, 정·관계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 등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수사기관이 밝혀낸 은닉재산은 1200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 710억 원만 피해자 구제 명목으로 법원에 공탁된 상태다.


바실련 측은 강 씨 검거로 은닉재산을 1500억 원 가량 더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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