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주인없는 회사’인 우리은행이 2007년 중국에 소재한 화푸빌딩에 투자한 3800억 원에 대한 회수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지난해 1월 국회와 언론에 화푸 매각 관련 계약금과 중도금이라며 700억 원이 찍힌 입금표를 공개하며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진행상황은 확인되지 않는 ‘설’들만 난무하고 외부로 알려진 것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그동안 화푸 빌딩 소유권 관련 소송에서 조선족 김모씨에게 연달아 패하면서 수천억 원의 국부유출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더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은행 측과 김 씨 간 중국 내에서 화푸 빌딩 매각 관련 모종의 합의를 시도했다가 무산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측이 화푸 매각 관련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경우 중국당국이 나서 실소유권 행사를 하고 있는 김씨를 구속시켜 국가 귀속화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즉 수천억 원의 대한민국 국민혈세가 중국정부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 화푸빌딩 매각 “계약자와 잔금처리만 남아”
- 우리은행 측 조선족 김씨 접촉 ‘합의 무산설’ 진위는
문제는 우리은행이 화푸빌딩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한 게 아니라 건물 실소유주인 중천굉업의 지분을 담보로 삼으면서 채권의 부실화가 시작됐다. 급기야 우리은행이 중천굉업의 등기이사인 김홍영(민봉진 처)씨와 지분 소유권 재판에서 번번히 패하면서 실제 소유권 행사는 김 씨가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3800억 원의 돈을 투자했으면서도 임대료는 고스란히 김 씨 수중에 몇 년 동안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국민 혈세’ 3800억 원이 국부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아졌다.
김씨 소송 패하고 부동산등기권리증까지 발급
결국 2014년 국정감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38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화푸빌딩 관련 우리 은행 측의 기본적인 입장은 ‘손해를 만회하기위해 지분 매각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이상 이순우 전 우리은행 행장)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은행 측이 화푸빌딩 지분 매각 관련 ‘비밀엄수주의’에 빠져 있는 사이 금융권에서는 ‘카더라식 소문’이 무성했다. 우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은행 측에서는 올해초 국회와 언론에 350억 원이 두 차례 찍힌 입금표를 공개하면서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흘렸다. 그러나 국회에서 매매 계약서 공개 및 매각 당사자인 업체의 실명을 밝히라는 요구에 ‘계약상 비밀주의’를 내세워 일체 비밀에 붙였다.
그러다 지난 8월말 우리은행 측이 조선족 김 씨와 채권변제 대금으로 2억 위안(360억 원 상당)을 받고 화푸빌딩 관련 모든 채권을 양도하려다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대금 마련 관련해서 김 씨가 부동산등기권리증(사실상 화푸빌딩이 중천굉업 소유라는 중국정부의 허가 문서)이 발급되는 대로 화푸 빌딩의 매매, 분양 또는 은행 담보대출을 통해 2억 위안을 우리은행에게 지급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김 씨 역시 등기권리 허가증을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지 못해 매각은 재차 교착상태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김씨는 우리은행 측과 재판과정에서 ‘가짜 위조문서’를 제출하는 등 뇌물 공여, 배임, 횡령 등 실정법 위반으로 중국 당국의 집중 감시 대상으로 금명간 ‘구속된다’는 소문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中 당국, 우리은행 김씨 지분 털고 귀속화?
특히 중국 정부는 재판과정에 가짜 서류를 제출해 승소한 소송건을 빌미로 소유권을 박탈하고 우리은행측의 적극적인 소유권 회복 의지가 없거나 상실될 경우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국가귀속화할 것이라는 말도 그럴듯하게 나왔다. 이럴 경우 수천억 원 대한민국 혈세가 들어간 화푸 빌딩이 고스란히 중국인 손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국부유출’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화푸빌딩 투자 초기에 참여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10월23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김씨가 구속될 경우 충분히 중국인의 손으로 넘어갈 공산이 높다”며 “우리은행이 지분을 다 털어버리고 건물 실소유주인 중천굉업에 중국 현지인들의 지분이 있기 때문에 국가 귀속화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 현지 투자인으로는 신달, 성건5, 중국농업은행 등 화푸빌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우리은행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우선 김씨와 ‘2억위안 이면 합의설’에 대해 23일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우리은행관계자와 김 사장이 만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면서 “2억위안으로 합의했다는 말도 금시초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귀속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사적 재산인데 중국 당국이 국가귀속화가 가능하겠느냐”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우리은행 측에서는 “김씨가 구속될 경우 건물에 대한 소유권 문제를 다투고 있는 우리가 불리할 게 없다”며 내심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우리은행 측에서는 화푸빌딩 매각관련 그동안 ‘쉬쉬’해온 계약당사자에 대해 처음으로 본지에게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2월 바베이도스에 소재한 매너인터내셔널에 화푸빌딩 소유권 즉 모든 지분을 다 넘겼다”며 “그러나 아직 잔금을 다 받지 않아 다 받는 올해 12월을 시점으로 정상적으로 소유권은 다 넘기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인이 대표로 있는 매너 인터내셔널이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한국 백익인베스트먼트사에 중국인 2명이 이사로 등재됐다.
또한 우리은행 측은 올해 1월 ‘가짜 입금표’ 논란이 일었던 700억 계약 금액 관련 매너 인터내셔널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인사는 “아직 최종 금액은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연말 이후에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조선족 김씨가 화푸빌딩 관련 부동산등기권리 허가증을 중국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것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지난 5월달에 발급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러나 중국법원과 관계기관에 발급 여부 관련 확인 요청을 수차례 했지만 협조가 되지 않아 실제로 발급됐는 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측, “3분의 1만 건져도 다행” 안일함 극치
한편 이정배 전 대표는 등기 권리증이 중천 굉업 앞으로 10월 21일 발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가 등기허가증을 들고 화푸빌딩 관련 지분 매각내지 자산처분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감에 대해서 우리은행측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중국 법원에 문의를 한 결과 이해관계자에 의사에 반해서 매각이나 담보 대출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은행 측에서는 화푸빌딩 지분이 연말 모두 매각될 경우 투자금액에 3분에 1일이라도 건질 수 있도록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부탁했다.
우리은행 측은 각종 소문에 대해 일일이 해명했지만 관계자들의 의혹 어린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우리은행이 지목한 매너인터내셔널이 실제로 중국인 소유의 회사인지 아니면 우리은행이 내세운 페이퍼컴퍼니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헐값으로 매각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화푸 관련 이해당사자는 “오히려 김홍영 사장이 내세운 바지 사장들이 지분을 인수하고 우리은행 측은 적당히 빠지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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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푸빌딩 추가대출 420억… MB실세 손으로?
- 우리은행 측 신용대출 회수 ‘미스터리’
우리은행이 대한생명과 KB국민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인수할 2009년과 2010년 사이 중천굉업 대표이사로 있는 민씨와 김씨 부부에게 승인한 420억 원(2억4000만 위안) 대출건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3800억 원 외에 추가로 420억 원을 시행 사업자 개인에게 신용대출을 해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실 대출을 일으킨 장본인에게 담보없이 개인 신용으로 한 번 더 대출을 해준 점에 대해서도 의아스럽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에서는 “민씨 추가 대출에 담보를 잡아 파생거래 미수금에 대한 환수 작업이 이뤄졌고 이 외에도 이자 등의 명목으로 총 500억 원의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10년 말 한국백익인베스트먼트 감사보고서에는 여전히 ‘미수금’상태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해 거래가 끝나 정산을 해야하는데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안돼 정산해야할 돈이 부실채권 상태로 남아 있는 셈이다.
또한 우리은행이 지난 2013년 부실 채권 매각을 위해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정회계법인 등을 통해 낸 매각 공고 자료도 민씨에게 나간 420억 원의 채권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돈은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민씨와 김씨가 대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공산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업계에서는 이명박 정권 핵심 실세인 L씨에게 넘어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본지에 밝혔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