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서울시 상습 고액 세금체납자인 최종욱 전 SKM회장이 세금 징수 직전 모든 재산을 부인 명의로 바꾸고 체납세금 강제징수 조치를 따돌린 정황이 [일요서울] 취재팀에 포착됐다.
또 최 전 회장 부부의 초호화 생활 뒤엔 SK그룹의 숨은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 전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막내숙부다. 최 전 회장 일가의 이같은 의혹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건재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각에선 재산을 빼돌린 채 추징금을 내지 않아 검찰수사를 받았지만 결국 추징금을 완납 선언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경우처럼 강력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급호텔 VIP회원권에 최고급 아파트, 외제차 4대
한여름·겨울 해외 체류…세금 징수 안 하나? 못 하나?
최 전 회장 부부가 오랜 기간 차명소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곳은 363㎡(110여 평) 한남동 더힐 아파트다.
이곳은 2009년 분양 당시 재벌 자녀들과 유명 연예인이 대거 청약해 화제를 모았다.
이 아파트는 전통 부촌(富村)인 서울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지어진 데다 임대주택이지만 보증금이 최대 25억 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
또한 최 전 회장 부부는 특급호텔 VIP헬스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식사는 호텔 식당을 주로 이용하는 등 최상류층의 초호화판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도 수시로 드나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와이에 부인 명의와 부인 최측근 명의 콘도 3채를 매입한 상태로 알려졌으며, 이 중 한 채는 세를 놓아 2채 관리비로 충당하고, 또 다른 한 채는 별장식으로 1년에 2회(여름 7~8월), 겨울(12월~1월) 오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무일푼으로 출국해도 이 곳에서 나온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밖에도 LA에도 숨겨 놓은 부동산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 전 회장은 현재 경북아파트 사거리 인근에 사무실을 운영 중인데 이 곳도 의심의 눈초리가 짙다.
지하 3층 지상 14층으로 이뤄진 K건물의 5층(270.6㎡(82평))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 중이다. 이 사무실에는 2명의 여비서와 2명의 운전기사가 있으며, 4대의 고가 외제차량을 운행 중이다. 사무실 집기 중에는 초호화 집기가 즐비한 것으로 알려진다.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 사무실 집기 중 의자 1개의 가격이 2500만 원을 넘는다는 이야기까지 퍼져 있다.
SK 도덕성 타락… 어디까지
그렇다면 고액 세금 체납자인 최 전 회장이 이같은 호화로운 생활과 고가의 회원권, 회사 운영비를 어떻게 충당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최 전 회장은 SK텔레콤 고문 직함을 가지고 있으며 액수 미상의 금액을 지원 받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수천만 원이 드는 사무실 임대비용과 운용비용 그리고 주택 임대비용에 대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강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돈이 SK그룹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한남동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명의는 SK다. 사무실 한달 유지비 역시 SK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SK내부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고액체납자인 최 전 회장이 세금 징수를 피하면서 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건 SK그룹의 크고 작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최 전 회장이 보유한 외제차 중에는 밴 차량도 있는데 이 차량은 골프장을 가기 위해 고속도로 운행 시 버스전용차로 이용을 위해 구매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SK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고문에 대한 자료는 별도로 정리하고 있지 않아 최 전 회장에 대한 자료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오너 일가에게 나가는 돈의 흐름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세무당국도 조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세금체납자 대부분이 부인 등 가족 명의로 재산을 빼돌려 놓고 여전히 부유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세금을 추징하는 데는 고충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최순영 전 회장의 경우 지난 9월 서울시 세금징수과 조사관 15명이 양재동 빌라촌 저택을 급습한 결과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들킨 바 있다. 100평 가까운 328.37㎡ 넓이의 이 저택은 17억 원 상당으로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종교재단 소유였다. 본인 소유가 아니라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이었다.
이날 최 전 회장의 금고에선 2100만 원이 든 통장, 1500만~1800만 원이 적힌 ‘이사장님 보수 지급 명세서’, 합계 27억 원으로 기재된 ‘예금잔액 현황’ 서류, 명품 시계 등이 줄줄이 나왔다. 징수팀이 이날 지하 1층, 지상 2층의 저택을 2시간 동안 샅샅이 뒤져 찾아낸 금품은 1억3100만 원어치나 됐다.
명단공개보다 강력한 조치 필요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세금을 체납하고 재산을 빼돌려 호화생활을 하는 부유층 인사들에 대해선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수준의 강력한 징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고액 상습체납자를 공개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공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중의 비난이 거세다. 매년 명단이 공개되고 있는데도 체납자들의 징수 소식은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세청에서는 재산추적조사 전담조직을 운영해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한 형사고발 및 차명재산 환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오히려 세금을 체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그 방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어 세무 관계자들의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숨겨둔 재산으로 호화롭게 생활하는 고액체납자는 성실납세자에게 박탈감을 줄뿐만 아니라 조세형평성을 심각하게 저해함으로 호화생활 고액체납자에 대해서는 체납액이 모두 징수될 때까지 현장정보 수집 등 생활실태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일로라는 지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빨리 마련치 못하면 영세상인 등 봉급자들의 박탈감이 심각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