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문재인 vs‘아우’안철수 여의도發 형제의 난(亂)
‘형님'문재인 vs‘아우’안철수 여의도發 형제의 난(亂)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10-26 09:40
  • 승인 2015.10.26 09:40
  • 호수 1121
  •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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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 간 ‘혁신경쟁’이 감정적 다툼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스럽다’고 비판했고 안 전 대표는 ‘분열적인 발언’이라고 맞받아쳤다. 문 대표는 지난 재보궐 선거 패배이후 ‘책임론’에 휩싸이자 혁신위를 구성해 당 쇄신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비주류 측의 혁신위에 대한 비토 움직임이 당내 확산되면서 급기야 ‘재신임 카드’를 내세워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문 대표의 ‘재신임카드’는 비주류를 압도했고 지난 9월 중순 철회를 선언하면서 문 대표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비주류의 대표격인 안철수 전 대표가 혁신안에 반대하며 자체 혁신안을 제안해 문 대표를 압박했다. 안 전 대표의 계속적인 공격에 침묵하던 문 대표도 언론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각을 세웠다. 2012년 대선 단일화과정에서 ‘형님 아우’하며 ‘통 큰 양보론’을 내세웠던 두 인사가 대권이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본격적인 야권 주자로서 선명성 경쟁에 들어갔다.

- 재신임 파고 넘었는데…‘철수’는 철수 안해
- 安 “대선후보도 양보했는데…” 文 아킬레스 때리기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재신임 파동’을 넘은 문재인 당 대표에게 남겨진 과제는 세 가지였다. 하나는 당내외 분열된 야권 진영의 통합문제와 중진용퇴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의 제휴였다. 어느 한 가지 만만한 이슈가 아니지만 문 대표는 통합과 화합을 기치로 비주류 측 인사들을 대폭 참여시키는 특보단 구상을 밝혔다. 김한길, 안철수, 박지원 비주류 측 측근인사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으로 안 전 대표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1타2피 복안인 셈이다. 특히 문 대표는 그동안 ‘혁신위’와 각을 세워온 안 전 대표에게는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제안하면서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혁신' vs '낡은 진보' 선명성 경쟁 중

그러나 비주류의 핵심인 안 전 대표는 제안을 물리치며 오히려 ‘혁신은 끝나지 않았다’며 역제안을 하면서 문 대표의 첫 통합 행보부터 꼬이게 만들었다. 안 전 대표는 10월 11일 “우리 당은 4.29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한 이후 반목과 대립, 정체와 답보를 계속하고 있다”며 “공천방식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만 존재하고 낡은 타성과 기득권을 혁파해 할 본질적인 혁신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안 전 대표는 현재 당의 모습을 ‘낡은 진보’로 규정하고 우선적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대안으로 4대 기조와 5대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문 대표를 겨냥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 제시하자’고 제안했고 당내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수권비전위원회’를 설치를 제안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17일에도 “자체 혁신안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며 “문 대표도 다 동의했는데 실행을 안하면 거짓말 한 것”이라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또한 안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상기시키면서 “대선 후보도 양보했고 문 대표에게 가장 도움을 준 사람이 저”라며 “이렇게까지 했으면 하나라도 이야기를 듣고 실행에 옮겨주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싶다”고 감정적으로 섭섭함도 표출했다.

안 전 대표의 제안에  침묵하던 문 전 대표는 결국 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이런 제안에 대해 "제안을 하더라도 당내에서 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해야 할 때"라며 “안 전 대표도 이제는 우리 당 바깥에서 우리 당을 관찰하는 위치에 있는 분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문 대표는 이어 “(안 전 대표는) 얼마 전까지 우리 당을 이끌었던, 우리 당의 창업자 중 한 분”이라며 “지금 우리 당의 현실에 대해서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분이고, 앞으로 우리 당이 지지를 받는 부분에서도 큰 역할을 할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가 집권 전략 연구기구로 제안한 당 '수권비전위원회'에 대해 "안 전 대표가 직접 이끌어볼 생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겠다. 최고위원회에서 의사를 모아볼 생각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내세운 ‘낡은 진보 청산’ 주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말한 낡은 진보라는 말이 상당히 마음에 걸린다”며 “시대가 변하고 역사가 변하는데 진보가 멈춰 있으면 그건 진보가 아니다. 그건 보수”라고 말했다. 또한 “낡은 진보라는 것은 일종의 형용모순 같은 것이다. 새누리당 쪽에서 우리 당을 규정짓는 그런 프레임”이라고 우회적으로 안 전 대표가 새누리당적 사고를 갖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가장 도움 준 사람인데…”   섭섭함 표출

나아가 문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폄하가 담겨 있다”며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노무현을 극복하라는 말이다. 끊임없이 그 말을 하는 건 ‘노무현이 잘못해서 너 극복 못했지? 그래서 안 되는 거야’라고 하는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문 대표를 대선 라이벌로 생각한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게 느껴진다”면서도 “우리끼리 힘을 합쳐 '파이'부터 키우고 경쟁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표의 18일 발언이 알려지자 안 전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발끈’하고 나섰다. 21일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인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안 전 대표는 문 대표를 향해 ‘분열적인 사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최근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저에게 새누리당 프레임을 씌웠다“며 ”저는 오히려 문 대표가 분열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통합도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당내에서 본인의 생각과 다른 사람을 새누리적 사고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분열적“이라며 ”당에 있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될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고 한 말을  문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거라고 했다”며 “그 말은 문재인 대표가 '운명'이라는 책 서문에 본인이 쓴 말이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 혁신위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안 전 대표는 “제가 혁신이 실패했다며 부패척결,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당의 혁신에 대한 3대 방향을 말씀드렸는데 문 대표가 이 안에 대해 ‘동의한다’ 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응답해줘야 하는데 그것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혁신위가 4·29 재보선 광주 패배에 대해 원인을 제대로 알고 민심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없었다”며 “제대로 진단해야 제대로 처방이 나오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혁신위 문제의 첫 시작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의 이런 문 대표를 향한 강경발언에 대해 야권 내에서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점차로 문 대표와 간극이 벌어지고 있어 위기의식의 발로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한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병에서조차 나이 어린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에게 바짝 추격을 당하면서 안 전 대표의 위상이 지역구에서조차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실제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보면 문 대표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1, 2위 각축을 벌이면서 2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안 전 대표는 6~8% 지지율에서 멈춰 있다. 자신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간헐적으로 문 대표를 앞서기도 하면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차기 대선은 2년 넘게 남아 있지만 이런 지지율로는 문 대표나 박 시장에게 ‘대선후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으니 나한테 양보하라’는 말을 제안하기에도 쑥스러운 지지율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20대총선 가상 대결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젊은 후보에게 오차범위내 추격을 당하면서 차기 대선후보로서 이미지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 지난 16일 매일경제와 MBN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안철수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각각 42.7%와 40.3%의 지지율을 얻었다. 특히나 이 결과가 이 전 비대위원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뛰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아픈 대목이다. 또한 최근에는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노원병에 사무실을 개소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안 전 의원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부산 영도에서 문 대표와 김무성 대표 간 가상 맞대결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52.2%의 지지를 얻어 문 대표(34.8%)를 17.4%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김 대표의 지역구는 부산 영도구이고, 문 대표는 사상구라는 점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조직재정비’ 나선 安  측근 총선출마 종용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 전 의원으로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 현안보다는 문 대표와 공방을 벌이면서 자신의 당내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정치적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한 안 전 대표는 2012년 진심 캠프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을 정책 네트워크 회원화 작업과 행사를 개최해 ‘사인회’를 갖는 등 옛 조직 복원 작업에 돌입했다. 조직면에서 문 대표에게 뒤지는 만큼 옛 동지들 규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 전 대표 측은 진심 캠프 내 팀장급 이상 인사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출마에도 적극 지원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최근 조직의 주요축인 기획위원, 정책위원, 실행위원 중 실행위원 조직을 포럼 형태의 지역별 네트워크 모임으로 탈바꿈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정책위원 조직 역시 활동이 다소 뜸했지만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이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윤태곤 조현욱 전 비서관 등 의원실을 떠난 측근 그룹도 최근 들어 안 전 대표 관련 모임이나 행사에 얼굴을 비치는 등 결속력을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가 조직과 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때맞춰 측근들은 총선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태규 정책네트워크내일 부소장은 경기 고양덕양을을 놓고 주류 측 문용식 지역위원장과 당내 경합을 벌이고 있다. 홍석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전북 전주 등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박왕규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은 서울 관악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수봉 인천경제연구소장은 인천 계양갑에 사무실을 냈으며, 허영 전 진심캠프 비서팀장은 춘천 지역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심캠프 비서실 부실장 출신인 정기남 원내대표 특보는 경기 군포에서 출마할 예정이고, 곽태원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 역시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도 K 분석대응실 팀장, B 미래전략기획실 팀장 역시 각각 출마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안철수 사람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mariocap@ilyoseuo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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