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비리 폭로 김영수 소령 전역날 경고장

국민권익위는 보국훈장 해군 참모총장은 경고장 이중적 잣대
해군 김 소령에 ‘내부고발자’ 낙인 스스로 군복 벗게 만들어
윤지환 기자 = 해군이 2009년 10월 MBC PD수첩에 출연해 계룡대 근무지원단(계근단) 납품비리를 고발해 파장을 일으켰던 김영수(해사45기)소령에 경고장을 내려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경고장은 김 소령이 전역하는 당일 김 소령에 전달돼 ‘내부고발자에 대한 해군의 치졸한 복수극‘이라는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내부비리 고발 이후 해군의 조직적 따돌림을 견디지 못한 김 소령은 지난해 10월 전역지원서를 제출하고 지난달 30일 결국 정든 군복을 벗었다. 군에서 장교가 전역 당일 경고장을 받아드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해군측은 김 소령에 경고장을 전달한 것에 대해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에 경고장이 나간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경고장을 받아든 김 소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순순히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미 내부고발자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경험한 탓이다.
김 소령은 비리를 폭로한 직후 진급 불허는 물론 “허가 없이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 해군대학 교관 자격을 박탈당한 김 소령은 군내에서 철저한 ‘왕따’를 당했다. 해군은 김 소령을 지난해 1월 국군체육부대로 발령 조치했다. 새 근무처에서 만난 김 소령의 상관은 해사 1년 후배였다. 이같은 조치는 일종의 ‘굴욕인사’로 해군은 김 소령에 군을 떠나라는 암묵적인 명령을 내린 것이다.
김 소령은 “일을 안 주는 게 가장 힘들었고, 군에서 더 이상 제 역할이 없다는 사실에 견딜 수가 없어 죽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고난의 기록들
국방부는 계근단 납품비리 및 수사방해 사건 조사결과를 2009년 12월 29일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는 “계근단의 고단가분할 수의계약에 의한 국고손실 및 이에 대한 수사방해 의혹 등을 재조사한 결과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하고 범죄혐의가 드러난 총 31명을 사법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회계 및 물품관리 담당자들이 조달관계 법령을 위반하여 선납, 수의 계약 남발, 검수 물품관리 부실, 일반수용비 유용 등 전반적인 비리로 6억7000만 원 상당의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고 국방부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비리 커넥션에 연루된 이들뿐 아니라 김 소령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해군은 이에 대해 “김 소령의 비리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돼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김 소령이 일부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소유예란 말 그대로 죄는 인정되지만 여러 정상을 참작해 기소를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일요서울]은 김 소령에 대한 조사 내용이 담긴 해군본부보통검찰부의 피의사건 처분 결과 통지문을 입수했다. 해군 검찰부는 지난달 22일 김 소령에게 수사결과를 통지했다. 발신자는 해군본부 보통검찰부다.
통지문을 살펴보면 김 소령의 죄명은 ▲가)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 ▲나) 뇌물공여 ▲다)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 ▲라) 명예훼손 등이다.
떠나는 자에 대한 경멸
검찰부는 김 소령의 죄를 조사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가) 중 일부 나) 기소유예 ▲가) 중 일부 혐의없음 ▲다) 공소권없음 ▲라) 중 일부 혐의없음: 범죄인정안됨 ▲라)중 일부 죄가 안됨.
해군측은 이를 근거로 김 소령에 경고장을 던졌다. 경고장에는 「상기자(김 소령)를 경고에 처함. 상기자는 자신이 고발한 계근단 군납비리 사건 수사를 진행시켜 달라는 명목으로 당시 국방부 검찰단 담당수사관에게 2006년 9월 및 10월 술값 및 안마시술비용을 지급, 뇌물공여 및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엄중 경고함」이라고 적혀 있다.
해군측의 설명에 따르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검찰조사결과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경고조치 했다는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김 소령은 기소유예 된 부분과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난 부분에 대해 자신도 검찰에서 혐의를 인정했다”며 “하지만 검찰에서는 여러 사유로 법적 처벌은 하지 않았다. 해군에서는 법적 처벌과는 별도로 그러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 경고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그 규정에 따라 경고조치를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김 소령 전역 당일 경고장이 발부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시기적으로 22일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역일과 경고장 발부일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소령은 해군 측의 이 같은 설명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김 소령은 “기소유예 건은 비리 수사를 진행시키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것인데 로비 수사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부고발을 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게 뻔한데 왜 로비까지 하면서 내부고발을 하겠나”고 되물었다.
이어 “경고장을 받아 들고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며 “경고장에 적시된 내용대로라면 나는 국민권익위에서 훈장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명예회복을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령은 부패 방지와 청렴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 2월 25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여하는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다. 사회는 김 소령에게 훈장을 주었지만 그가 속한 조직에서는 내부고발자 김 소령에게 경고장을 줬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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