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떤 살인’, 윤소이-신현빈이 엮어내는 슬픈 복수극
영화 ‘어떤 살인’, 윤소이-신현빈이 엮어내는 슬픈 복수극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10-22 01:01
  • 승인 2015.10.22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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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에 대한 남성위주의 편향적 사회에 대한 울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남자 주인공 홍수시대에 오랜만에 여자 주인공들의 호흡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어떤 살인’이다. 영화는 여전히 세상의 약자로 남아 있는 여자의 삶을 극적으로 묘사하며 피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안용훈 감독의 첫 작품인 영화 ‘어떤 살인’은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에서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소재로 구성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인공 지은(신현빈 분)은 어릴적 사고로 부모를 잃고 언어장애를 얻어 정상적인 삶을 살기에 힘겨워 한다. 어느 날 지은은 낯선 남자들에게 참혹한 성폭행을 당하고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외면 받으면서 결국 스스로 세상을 향해 복수를 결행하게 된다.

특히 지은은 과거 유망 사격선수라는 점을 전제로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비리 경찰의 총을 통해 자신을 짓밟았던 대상에게 복수하며 스스로 괴물이 되어 가는 모습을 그려내 어쩔 수 없이 살인자가 되어가야 하는 참혹한 현실을 몰입감있게 그려냈다.

지은 역을 맡은 신현빈은 “사고로 생긴 언어장애를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며 “실제로 사고를 당했을 때 어떤 식으로 발생하는 지 공부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신현빈은 언어장애라는 점을 극대화하면서 얼굴 표정만으로도 지은이가 마주쳐야 하는 공포스런 상황들을 묘사해 내면서 차세대 충무로 퀸으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신현빈과 함께 성폭행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형사로서 등장한 윤소이는 관록있는 연기와 집중력으로 결국 지은이의 마지막 복수를 완성시키는 최후의 선택으로 극의 반전을 이끌어 냈다.

더욱이 극중 조폭 행동대장으로 출연한 안 감독은 연기자 출신으로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안 감독은 윤소이에게 맞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는데 그는 “맞았을 때 기억이 안 난다. 너무 아파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면서 “고2 때 어머니께 혼난 이후로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촬영 후 몇일 앓았다는 안 감독이지만 윤소이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소이는 “편집에서 많이 짤릴 것 같아서 열심히 했다”며 “감독님이 원하셨다. 본의 아니게 제 손이 맵다”고 해명했다.

신현빈 역시 연기준비에 철저했다. 그는 “지은이가 고등학교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나온다. 선수 자세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두 달 정도 학생선수들과 연습했다”며 “실제 소품 총이 아니어서 무거웠다. 팔 근력을 키우면서 준비했다”고 전했다.

실제 신현빈이 극 속에서 펼치는 사격 솜씨는 선수 못지않은 자세에 묘한 감정을 더해 관객들에게는 일종의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으로 연출 대열에 들어선 윤 감독은 “우연히 아는 변호사 지인을 통해 청바지가 쉽게 벗겨지지 않는 이유로 가해자가 무죄를 받은 판례를 듣게 됐다”며 “형평성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깐 아직 한국사회가 남성적이고 보수적인 시각으로 성폭행에 대해 편향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것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저도 남자 감독이고 작가였다”며 “제가 행하는 위선보다 소제를 던져주면 배우들이 느끼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게 됐고 개봉까지 앞두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 감독은 또 “이 영화를 보시고 거창하게 무엇인가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관객들이 한번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도와주지 못한 슬픔, 그들이 느끼는 슬픔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어떤 살인’은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todida@ilyoseoul.co.kr
 <사진제공=(주)전망좋은영화사>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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