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서 기자] = 투자자들을 속여 수십억 원을 유치한 후 가로챈 서울대 재학생에 징역형이 선고됐다. 조모(25)씨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선물 자동거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수십억 원 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 조작에 능했던 조씨는 수익그래프를 조작하고 허위 운용보고서를 작성해 투자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이후 조씨는 투자자들의 돈으로 호화 생활을 누렸다. 1년여 간 지속됐던 조씨의 사기행각은 투자금이 탕진됐다는 사실이 회사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발각되면서 끝이 났다.
수재 소리 듣던 서울대 공대생의 추락
고교 선배 등 35명에 사기행각으로 35억 원 갈취 징역형
“직접 개발한 자동거래시스템으로 325% 수익률 올렸다” 속여
서울대 공대에 다니던 조씨는 2009년 서울 강남구에 투자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조씨는 같은 해 5월 자동거래시스템 이용한 직접 투자 방식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했다.
“고수익 보장하겠다” 속여
조씨는 “직접 개발한 자동거래시스템으로 선물거래에 투자해 약 352% 수익률을 올렸다”며 “투자금을 주면 현물 주식과 선물 모두 자동거래시스템을 이용해 고수익을 내 주겠다”고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조씨는 자동거래시스템에 과거 선물지수 등 시장 데이터를 적용해 출력한 ‘선물 시스템 트레이딩 성과’라는 자료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신뢰를 샀다.
조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25명의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조씨는 투자자 25명에게서 47회에 걸쳐 23억여 원을 유치했다.
이와 함께 고등학교 선배에게도 같은 자료를 보여주며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거짓말로 투자를 권유했다. 조씨가 이 고등학교 선배를 통해 모집한 10명의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도 12억 원에 달했다.
당시 조씨는 언론을 통해 자사의 자동거래시스템을 알리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일부 언론에서도 조씨의 회사를 두고 ‘성공적인 투자회사’라고 보도했고, 유망브랜드 대상 금융에 선정되는 등 투자전문 회사로 각광받았다.
허위 광고로 투자 유치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조씨가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자동거래시스템은 미완성 상태로 단 한 차례도 투자에 이용된 적 없었다. 조씨는 자동거래시스템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실제 투자결과인 것처럼 허위 광고해 투자유치를 한 것이다.
조씨가 최초 투자를 받기 시작한 2009년 5월은 물론, 지난해까지도 자동거래시스템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의 말과는 달리 자동거래시스템이 실제 투자에 이용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조씨는 자동거래시스템을 통한 선물거래로 수익을 올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조씨는 처음 약속과는 달리 자동거래 시스템이 아닌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물과 옵션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2009년 7월 옵션거래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조씨는 잇단 투자실패로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반환해 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조씨는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숨기고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조작하기 시작했다. 조씨는 거의 매달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운용보고서를 위조해 투자자들에게 교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조씨는 나중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마련하는 속칭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금을 반환했다. 조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재투자를 받거나 신규투자를 받았다.
이 뿐 아니었다. 투자자가 증권회사에서 발행하는 계좌현항 및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자 조씨는 문서 위조까지 서슴지 않았다. 조씨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 위조된 계좌부원장거래현황을 교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씨는 서울 강남의 모 증권사 지점장 명의의 명판과 인장을 위조하고 계좌부원장거래현황 문서를 만들었다. 증권회사 HTS(Home Trading System) 화면을 허위로 작성하기까지 했다.
발각되자 홍콩과 호주로 도피
조씨는 투자금으로 호화판 생활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수억 원에 달하는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유흥업소에서 유흥비로 거액의 돈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들은 “조씨가 홍콩과 마카오에서 도박으로 거액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자신의 사기행각을 회사직원들이 눈치 채자 지난해 6월 홍콩으로 도주했다. 조씨는 회사직원들이 홍콩으로 찾아가자 호주로 2차 도피를 하기까지 했다. 이후 조씨는 같은 해 7월 귀국했다 덜미가 잡혔다. 결국 지난해 10월 투자자들이 경찰에 조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하면서 조씨의 사기행각이 들통 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정선재)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며, 범행수법이 매우 지능적이고 대담하다”며 조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씨가 투자금 대부분을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투자금이 신규투자,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금 반환, 회사 운용자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금 전부를 개인적으로 소비하거나 의도적으로 은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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